주간동아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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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盧’ 승부수 띄울까

梁실장 사건 터져 도덕성마저 타격 … “더 밀리면 위험” 정공법으로 난국 돌파할 듯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3-08-06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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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盧’ 승부수 띄울까

    노무현 대통령의 위기 돌파 카드로 정치개혁이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대선자금 공개를 제안한 노대통령의 7월21일 기자회견.

    위기다. 정권 초기임에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의식적으로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 한다. 민주당 내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잦아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언론과의 갈등관계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까지도 노대통령과 청와대는 현재의 상황을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인식하지는 않았다. 청와대 한 비서관의 전언.

    강도 높게 언론 비난 … ‘정치개혁 주도할 것’ 관측도

    “노대통령은 하루를 5분 단위로 쪼개 바쁜 일과를 소화하고 있다. 틈틈이 비서관들의 업무보고를 받는데 방대한 양의 리포트를 잠깐 훑어보면서도 정확하게 보고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할 것을 요구한다.”

    이 비서관은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의 원인인 신용카드 문제와 부동산 문제, 그리고 국제사회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 등 각각의 위기요인에 대해 대통령 나름의 명확한 대처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카드 문제만 해도 청와대의 판단은 지금 위기의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카드 빚으로 인한 자살과 범죄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위기로 치닫는 순간에 처방을 내놓아서는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다. 오히려 최악의 고비를 넘어섰을 때 대책이 나와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이 취임 후 총력을 기울인 대목은 공무원을 자신의 코드로 변화시키는 것. 이를 위해 노대통령은 취임 후 5개월 동안 무려 16차례나 공무원을 상대로 특강을 해왔다. 공무원이 바뀌어야 시스템에 의한 국가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처럼 느긋하지만 집요한 노무현식 공략법이 결실을 맺으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바꿔 말하면 적어도 내년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이 같은 국정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청와대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특히 양길승 제1부속실장의 향응 접대사건이 불거진 뒤 청와대는 부쩍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 소식통의 전언.

    “언론 보도가 있은 직후 청와대 분위기는 양실장을 경질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양실장의 사건 당일 행적을 추적한 비디오테이프를 제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는 양실장이나 충북지역 민주당 인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노대통령 자신을 겨냥한 특정 세력의 ‘작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대외적 평가는 ‘서툴지만 도덕적인’ 정권이다. 하지만 ‘서툴고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낙인 찍히는 순간 대통령의 존립기반은 사라지고 만다. 노대통령은 이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느긋하던 청와대에 비상이 걸렸다. 8월2일 노대통령은 장·차관급 공무원과 청와대 고위 인사가 모인 국정토론회에서 강도 높게 언론을 비난했다. 이참에 청와대 주도의 정치개혁 바람이 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선자금 공개가 그 시발점이라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8·15를 계기로 대북문제와 관련한 노대통령의 획기적 조치가 선보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에 전환점이 될 만한 조치나 선언이 준비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정공법으로 위기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노대통령은 위기에 강한 정치인이다. 과연 그가 선보일 난국 돌파 카드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노대통령이 그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오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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