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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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한국 돈 씨말린다

부실채권·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이익 … 여신업체 인수 이어 외환은행도 집어삼킬 듯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3-08-06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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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스타’ 한국 돈 씨말린다

    론스타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I-타워(현 스타타워)를 인수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1년 6월18일 밤 현대산업개발 이방주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현대산업개발은 자금이 꽁꽁 묶인 데다 차입금이 2조원에 이르러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이사장이 긴 한숨을 내쉴 수 있었던 것은 최고조에 달했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빅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추가 공사 비용으로 회사의 목을 조여오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I-타워를 내다 파는 데 성공한 것. 6632억원을 들여 I-타워를 구입한 ‘구세주’는 파란 눈의 이방인이었다. 이름조차 생소한 미국계 투자회사 론스타(LoneStar)가 그 주인공. 이 잡식성 공룡은 이어 영등포구 여의도동 동양증권 빌딩과 SKC 빌딩까지 집어삼켰다.

    현대산업개발로부터 I-타워를 인수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한동안 잊혀졌던 론스타가 연거푸 은행 인수에 나서면서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론스타가 서울은행 인수전에서 하나은행에 고배를 마신 후 다시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것이다. 외환은행이 미국의 투자회사인 론스타에서 유치할 외자 규모는 1조3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는 한국경제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철저히 숨기고 있다. 연이어 한국기업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론스타 쪽에서 기사의 소스나 코멘트가 나온 경우는 거의 없다. 론스타 한국법인엔 그 흔한 언론담당도 없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도 당연히 ‘NO’ 한다. 취재를 위해 수차례 접촉했지만 “론스타 관계자들은 모두 출장중이라 사무실에 없다” “담당자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을 뿐이다. 미국의 론스타 본사 역시 “우리는 언론취재에 협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현금동원력 막강 … 국내에 7조원 유입

    론스타는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투자펀드로 대학재단 공공재단 민간연기금 텍사스석유재벌 금융지주회사 미국주정부 사학재단 등이 돈을 맡기고 있다. 론스타의 한국법인은 스타타워로 이름이 바뀐 I-타워 19층에 자리잡고 있다.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가 바로 그것이다. 19층에서 일하는 사람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론스타의 막강한 힘은 엄청난 규모의 현금 동원 능력에서 비롯된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펀드는 2001년 11월 출범한 론스타의 네 번째 펀드로 그 규모가 42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는 채권과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주로 하고 있으며 그 분야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1996년 4억 달러 규모의 첫번째 펀드를 런칭한 것을 고려하면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금융계에선 높은 수익률이 이 같은 고속성장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전한 투자를 원해 중·장기 투자를 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98년 진출 이후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론스타는 아시아 지역에 전체 자금의 70% 이상을 투입하고 있을 정도로 아시아 시장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한국엔 7조원 정도가 들어와 있다고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관계자는 밝혔다.

    ‘론스타’ 한국 돈 씨말린다
    론스타는 금융업에 입질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채권요리사’로 명성을 떨쳐왔다. 외환위기 이후 넘쳐나던 부실채권 정리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벌었다.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 등이 실시한 부실채권 입찰에 참여해 막대한 차익을 거둔 것. 또 대형빌딩을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등 한국의 각종 부동산을 사들여 재미를 쏠쏠하게 봤다. 한 외국계 기업 컨설턴트는 “론스타가 싹쓸이하다시피 한 부실채권 중엔 우량채권도 많았다”며 “차익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는 올해에도 삼성·외환·우리카드로부터 1조6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카드사들의 부실채권을 입도선매한 것이다. 연체채권의 경우 채권가격의 15~18%에 인수해 채권추심을 통해 이익을 올린다고 한다. 최근엔 고액을 주고 채권추심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해 채권을 회수하고 있다고 한다.

    부실 정리 기여·국부 유출 ‘양면 평가’

    연체채권을 비롯해 론스타가 인수한 자산은 허드슨이라는 경영자문회사가 관리한다. 허드슨은 서울을 비롯해 세계 주요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한국에선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가 실체가 있는 기업(주식회사 등)의 투자·인수를 결정·관리하고 있으며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는 론스타가 국내에서 인수한 부실채권 등 형태가 없는 자산을 운용한다. 이밖에 론스타 계열로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인수한 스타타워를 운영하는 스타PMC, 산업은행과 합작, 설립한 자산관리회사 KDB론스타, 최근 지분 49%를 인수한 신한신용정보를 관리하는 LSH홀딩스 등이 있다.

    론스타의 사령탑은 설립자이자 오너인 존 크레이켄 회장이다. 크레이켄 회장은 지구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수조원을 끌어들인다는 풍문이 있을 정도로 펀딩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론스타 한국법인의 대표는 산업은행 부총재보와 자산관리공사 부사장을 지낸 심광수 회장이다. 하지만 심회장은 관리 사장일 뿐 실세는 컨트리매니저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리씨다. 리씨는 론스타 본사에서도 서열이 손에 꼽히는 실력자로 한국투자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부실채권 시장은 카드채를 제외하면 2001년 이후 침체에 빠져 있고 빌딩 장사의 경우도 값이 오를 대로 올라 외환위기 직후의 수익률을 올리기는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부동산과 채권에 일가견이 있는 론스타가 매력이 떨어진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지만, 론스타는 채권요리사에서 잡식성 포식자로 옷을 갈아입었다. 입맛이 부실채권, 부동산에서 주식회사, 금융회사로까지 다양해진 것이다.

    98년부터 법정관리를 받아오던 극동건설을 최근 인수, 2000여억원을 투자해 법정관리를 벗어나게 한 것은 론스타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극동건설 인수 과정에서 론스타와 성호건설이 각축을 벌였는데 극동건설 임직원들은 내심 론스타가 인수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회사를 성장시켜 비싼 값에 되파는 투자 성향을 미뤄볼 때 회사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동건설 임직원들의 이런 바람과 달리 일각에선 론스타가 1000억원대에 이르는 극동건설의 사옥을 욕심 내 인수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건설회사와 론스타의 투자성향이 서로 맞지 않는 것만은 사실이다.

    론스타는 조흥은행에도 군침을 흘렸고 서울은행 매각 과정에선 하나은행을 제치기 위해 인수가격을 높였을 정도로 금융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론스타는 또 4000여억원을 주고 한빛여신(현 스타리스)을 인수해 여신전문금융업에도 진출했다.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고 금융업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금융 주력사가 아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문제 삼기도 한다. 제일은행을 투자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에 매각한 뒤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론스타는 일본에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조세피난처에 은닉한 것으로 밝혀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인천대 이찬근 교수는 “성격이 확실치 않은 해외자본에 국가경제의 파이프라인인 은행을 매각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과 론스타의 인수협상이 타결되면 외환은행은 세계 초우량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은행으로 거듭나게 된다. 문제는 그 후다. 선진 금융기법으로 국내 부실채권 정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와 ‘돈 놓고 돈 먹기’로 국부를 빼앗아간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동시에 받고 있는 론스타가 하이닉스반도체와 SK글로벌 사태라는 직격탄을 맞고 신음하고 있는 외환은행의 진정한 구세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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