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는 추후 재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다며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의사의 말은 다른 병원에서 확인한 결과 거짓말로 밝혀졌다. 재수술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앞이 뿌옇고(각막혼탁) 물체가 흔들려 보이는(부정난시) 등의 부작용 때문에 그는 영구적인 시각장애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병원측은 의료기기 회사에 책임을 돌렸다. 설상가상으로 이 병원에 기계를 공급한 수입상은 부도가 나 없어진 상태. 이씨는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황당한 상태다.
라식수술 열풍만큼, 이로 인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의 피해자도 늘고 있다. 이씨처럼 각막을 깎아내는 레이저 장비 고장이 아니더라도 라식수술로 인한 피해자는 많다. 일부 안과 전문의들은 라식수술의 부작용(합병증)이 0.3%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라식을 업으로 하는 의사들의 이야기일 뿐, 아직 공식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 5%, 많게는 10~15%의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의학자도 있다. 심지어 시력의 질을 떨어뜨리고 세균 감염률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라식수술 자체의 원초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의학자도 있다.

“안티라식 카페에는 극우파부터 극좌파까지 고른 성향의 사람이 있다. 극좌파는 요행히 수술이 잘돼 라식수술이 꿈의 수술이라고 떠들어대는 사람, 중도 좌파는 자신은 수술이 잘됐지만 그래도 후유증은 있다는 사람, 중간은 아직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 중도 우파는 대부분 실패하지만 일부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극우파는 라식수술 자체가 사기이며 그 수술을 하는 의사들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라식수술을 주로 하는 안과전문의도 인정하는 라식수술의 대표적 후유증 또는 합병증은 빛 번짐과 야간 눈부심, 부족 교정, 과교정, 각막혼탁, 근시 퇴행, 안구건조증 등이다. 전문의들은 이것도 한두 달 내지 6개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교정되거나 재수술을 하면 대부분 치료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빛 번짐과 야간 눈부심은 동공 크기가 비교적 큰 사람한테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게 라식에 비판적인 안과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레이저로 각막을 많이 깎거나 적게 깎아서 생기는 과교정이나 부족교정도 깎을 각막이 남아 있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남아 있지 않은 경우는 속수무책이다.

이 밖에도 의사의 실수에 의해 일어나는 부작용도 많다. 레이저로 각막을 깎다 아예 구멍을 내거나, 레이저로 각막 내부를 깎은 후 다시 덮기 위해 미리 얇게 잘라 붙여둔 각막 절편을 실수로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다. 회사원 김모씨(28)가 바로 그런 경우.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유명 안과에서 라식수술을 받았으나 오른쪽이 거의 보이지 않아 확인한 결과, 의사가 각막 절편을 수술중에 날려버린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미 손상된 각막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상태. 그는 당장 소송을 했고, 최근 서울지방법원은 안과에 치료비 배상과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연세대 의대 김원중 교수(안과전문의)는 “각막 절편이 의사의 실수가 아니더라도 자연적으로 떨어질 확률도 높다. 핏줄이 없는 각막 부분을 잘라 그냥 덮어놓으면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수술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의사가 주의를 기울이고, 사전 검사를 철저히 하면 막을 수 있는 경우인지 모른다.

“라식수술을 한 후 앞이 안 보여 다른 병원을 갔더니 누가 수술했냐고 화를 내면서 원추각막이라고 했습니다. 렌즈 착용을 해도 계속 눈은 나빠져 각막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울산에 사는 김모씨(29)는 ‘어쩔 수 없는’ 라식수술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문제는 김교수의 주장처럼 수술할 당시에는 원추각막증인 줄 몰랐다가 수술 후 이런 증상이 나타나 거의 시력을 잃다시피 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 의료전문 변호사 사무실에는 원추각막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연 라식은 안경의 굴레로부터 모든 인간을 해방시킬 꿈의 수술인가. 그 해답을 모든 안과의사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시점은 아직 먼 미래인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