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방, 비디오방, PC방, 찜질방, 떴다방 등 일상생활에선 수많은 방들이 목격된다. 인터넷방은 방 문화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는 이러한 사회적 정서가 사이버 공간에서도 표출된 사례인 듯하다.
인터넷방은 현실에선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자신만의 공간이다. 예를 들어 중세 궁전의 방, 우주공간 속의 방 등등. 많은 사람들은 현실의 방보다 인터넷방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분신(아바타)에게 더 만족을 느끼며 방을 꾸미기 위해 돈을 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 만화 같은 싱거운 놀이에 중·장년층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방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인터넷방은 기존의 홈페이지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개인 홈페이지는 대부분 자신의 프로필을 공개하거나 취미생활 등에서 모은 자료를 공유하는 곳이었다. 인터넷방은 반대로 공유가 아닌 배타의 공간이다. 사이버 세계에서 자신만이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른 모든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와 구별되는 것이다.
자신의 분신에 더 큰 만족

각 방의 주인은 방에 친구를 초대할 수 있다. 또 마음에 드는 친구가 생기면 방에 더블침대를 놓거나 방 구조를 바꿔 동거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사이버 가족을 만들어 가족생활을 할 수 있다. 방 꾸미기 아이템은 쇼핑숍에서 판매된다. 통용되는 화폐는 루피(10루피=100원)다.
헬로우팝(http://www.hellopop.com)은 아바타가 홈타운, 오피스텔, 스포츠월드, 상가 등 마음에 드는 공간 카테고리로 들어가 자기 방을 만드는 테마별 방 만들기를 서비스한다. 각 테마마다 6개의 방 모양이 있으며 이용자는 내 방 꾸미기 코너를 이용해 바닥 타일, 조명, 가전제품 등을 골라 꾸밀 수 있다. 이곳엔 가상도시도 존재한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친구를 사귀거나 상점에서 쇼핑하고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아바타로 웃기, 울기, 화내기 등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분가’ ‘새로운 가정’ 욕구 충족
캐릭아이(http://www.charici.com)는 네티즌들이 공동으로 방 배경공간을 정하면 그 안에 창문, 문, 침대, 의자, 전등, 액자, 화분 등 소품을 배치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템은 가구 54개, 창문/문 23개, 인테리어 소품 26개 등이 있으며, 개당 가격은 150원에서 500원 수준. 최근에는 공동 주거공간인 사이버 부부방 코너를 마련했다.

또 다른 가상현실 게임사이트인 조이시티(http://www.joycity.co.kr)에선 아바타들이 모차르트, 바흐, 헨델, 베토벤 등 테마음악 아파트를 분양받아 취향에 맞게 공간을 꾸민다. TV, 전화기, 컴포넌트, 컴퓨터, 전등, 시계, 의자, 화분, 장식품 등 다양한 소품들을 구입해 방을 치장할 수 있다. 조이몬이라는 애완동물을 키울 수도 있다. 아이템의 값은 개당 4000원대에 이른다. 조이시티는 사이버 속 생활을 하면서 자기의 능력을 키우는 롤플레잉 방식의 게임을 서비스한다.
3차원 커뮤니티 게임사이트인 이엑스러브(http://www.exlove.co.kr)에 포함된 내추럴랜드, 커플랜드, 매리랜드는 해양관광도시다. 바다로 둘러싸인 내추럴랜드나 커플랜드에는 별도의해수욕장도 마련되어 있어, 일정한 게임 실력에 도달한 이용자는 자신의 아바타에게 맘껏 해수욕을 즐기도록 할 수 있다. 해산물 아이템을 채집하거나 해안가 카페의 미팅룸에서 이성과의 미팅도 즐길 수도 있다. 수영복, 선글라스, 자동차, 오토바이는 모두 유료. 다다월드(http://www.dadaworlds.com), 내방닷컴(http://www.nebang.com), 유리도시(http://www.gcity.co.kr), 어린이 전용 아바타 채팅 사이트인 아이마루(http://www.imaru.net) 등에서도 인터넷 내 방 만들기를 서비스하고 있다.
인터넷방 일화 하나. 월드컵 기간중 광화문, 시청 앞에서 붉은 악마의 응원이 펼쳐질 때 인터넷방에서도 빨간 티셔츠의 물결이 넘쳤다. 여름 휴가철인 요즘엔 수영복, 선글라스, 냉장고, 에어컨 아이템이 많이 판매되고 있으며 피서를 나서는 아바타도 많다. 이성 아바타와 결혼하거나 이혼하는 것은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