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7

..

욱신욱신 ‘어깨결림’ 날려버려!

침·탕약으로 어혈·습 제거 … 특수 운동기구 활용 땐 치료효과 더 높아

  • 이윤진/ 건강전문 프리랜서 nestra@naver.com

    입력2006-03-15 18:0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욱신욱신 ‘어깨결림’ 날려버려!

    신광순 원장이 환자의 아픈 부위를 눌러보며 진단을 하고 있다.

    심한 어깨결림으로 고생하는 이연호(가명·34) 씨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깨결림을 앓던 동료의 얘기를 듣고 차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한의원을 찾았다. 그는 “오른쪽 어깨가 심하게 결렸는데, 일할 때는 물론이고 자다가도 아파서 깰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며 “정형외과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별다른 처방을 해주지 않아 주말마다 마사지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씨가 찾은 곳은 오십견 등 어깨질환 치료로 소문난 장덕한의원(서울 서초동, 02-593-0052). 이 씨를 진단한 신광순(41) 원장은 “그래픽디자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같은 자세로 오래 컴퓨터 작업을 해야 하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아 기혈순환에 장애가 생기면서 어깨결림으로 이어졌다”면서 그에 맞는 침과 탕약을 처방했다. 이 씨는 처음 한의원을 방문한 날 다리에 침을 맞았는데, 아픈 어깨가 날아갈 듯 가벼워져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러고는 탕약을 먹으며 열 번 정도 내원해서 침을 맞았는데, 언제 아팠느냐는 듯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는 것.

    어깨결림이 심해지면 어깨 주위가 뻣뻣하고 묵직한 것은 물론, 온몸에 심한 피로감이 들기도 한다. 증세가 악화돼 만성이 되면 하루 종일 어깨에서 통증이 떠나지 않아 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짜증도 심해지는 등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그렇다고 CT 촬영이나 X선 촬영으로도 뚜렷한 원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저 참고 지내야 하는 것일까.

    마사지·찜질은 통증 잠시 잊게 하는 미봉책

    어깨결림은 어깨와 목 관절 사이의 견갑골(어깨뼈) 내측 주위 근육에서 무엇인가에 눌린 듯한 묵직한 느낌이 들거나 뻣뻣한 통증이 발생하는 증상을 이른다. 보통 ‘어깨가 무겁다’ ‘목줄기가 당긴다’는 표현을 많이 쓰게 된다. 주로 장시간 같은 자세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목 뒤쪽 근육인 승모근이 경직되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관절용 파스를 붙이거나 온찜질을 하면 어깨가 편해진다’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면 통증을 잊을 수 있다’는 등 여러 가지 비법(?)이 환자들 사이에 회자되지만 이 방법들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이다. 따라서 통증은 며칠 후 다시 나타난다.

    신 원장은 “원인을 제거하는 근본 치료를 하지 않으면 통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만성화되면 어깨뿐 아니라 목과 머리, 팔에까지 통증이 퍼지게 된다”며 근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어깨결림의 발병 초기엔 목과 어깨 주위의 부드럽고 탄력이 좋은 근육들이 장시간에 걸친 부적합한 자세, 스트레스, 피로, 신경 예민 등으로 인해 조금씩 굳어진다. 그러다 5~6년 지나 점점 더 굳어지면 뻣뻣하고 묵직한 증상이 생긴다고 한다.

    신 원장이 어깨결림의 원인으로 꼽는 것은 7가지. 첫째는 한(寒), 즉 찬 기운이다. 몸에서 찬 기운이 형성되거나 밖에서 찬 기운이 들어온 경우 두 가지가 있는데, 시리고 아픈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어깨결림 환자들이 찜질방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도 이 같은 원리 때문이다.

    욱신욱신 ‘어깨결림’ 날려버려!

    운동 처방을 받고 있는 어깨결림 환자들.

    두 번째는 신 원장이 어깨결림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보는 습(濕)이다.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고, 특히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 증상이 심해지는 것도 모두 습이 어깨 주위에 모여 생기는 증상이라는 것. 이외에도 신체 순환장애 또는 소화기에 해당하는 비위가 허한 것도 습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세 번째는 흔히 ‘담이 결렸다’고 말할 때의 그 담(痰)이다. 담에 의해 기혈순환이 막히게 되면서 뻣뻣한 느낌이 드는 것.

    스트레스와 음주도 어깨결림의 큰 원인 중 하나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순환이 나빠져 어깨와 목 부위의 근육이 경직되면서 습과 어혈이 생긴다. 또한 술은 담과 습열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어깨결림의 또 다른 원인은 혈액순환 장애로 생기는 핏덩어리인 ‘어혈’이다. 신 원장은 “어혈은 습이 많은 곳이나 관절에 잘 모이는데, 어혈이 생기면 근육이 딱딱하게 굳고 통증이 발생한다. 콕콕 쑤시듯 아픈 어깨결림이라면 어혈이 원인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고 말한다. 어혈로 인한 어깨결림은 다른 원인에 의한 어깨결림보다 통증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조기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깨결림은 이처럼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기는 증상이므로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어 그것을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치료방법은 침과 한약이다. 침으로는 어혈과 습을 제거하는데, 이때 특이한 것은 통증이 있는 어깨 부위가 아니라 그 반대편의 다리에 놓는다는 점이다. 신 원장은 “대다수 환자가 처음 내원해서 침을 맞고 나면 묵직한 느낌과 통증이 30% 정도 가라앉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일주일에 이틀 내원해서 경과를 확인한 뒤 침을 놓게 되는데, 10회 정도 맞으면 치료가 된다”고 설명한다.

    “대부분 10회 정도 침 맞으면 효과”

    욱신욱신 ‘어깨결림’ 날려버려!

    신광순 원장.

    탕약과 운동 처방도 병행한다. 특히 운동치료는 신 원장이 직접 고안한 운동기구로 이뤄지는데, 어깨 관절과 근육에 좋은 동작들로 구성된 운동 코스를 반복하다 보면 경직된 관절과 근육이 유연해지고 기혈순환이 좋아져 치료가 더 잘 된다고 한다. 이후 움직임이 가벼워지면 일상에서도 규칙적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더불어 평소 잘못된 자세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어깨결림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신 원장의 얘기다.

    치료 중 식생활에 주의하여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 원장의 조언이다. “한의학에서 보는 인체의 병이나 불편함은 전반적인 몸 상태와 관련이 있다.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몸에 맞지 않거나 해로운 음식을 섭취하면 어깨결림 증상이 악화된다. 대표적인 것이 차가운 음식이나 탁하고 기름진 음식, 술, 인스턴트식품 등이다. 환자에 따라서는 맵거나 짠 음식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깨결림 환자들의 상당수는 통증을 없애기 위해 부항과 마사지를 하거나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어깨결림이 심하지 않은 경우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한 환자인 경우 며칠 후 다시 통증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 까닭은 어깨결림의 원인이 되는 어혈이 피부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부항, 마사지, 사우나 등으로는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재발을 예방하는 것. 통증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적당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틈나는 대로 목과 어깨 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여 풀어준다. 어깨 돌리기나 목을 좌우 또는 앞뒤로 돌리는 운동도 좋다. 특히 일정 시간 동안 근육을 당기는 스트레칭을 습관화하면 어깨결림 예방 효과가 좋다고 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