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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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견이 성장기 사료 먹으면 간과 신장에 부담

[황윤태의 동물병원 밖 수다] 다른 사람 추천보다 반려동물 상태에 맞는 사료 골라야

  •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입력2025-12-0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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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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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장님, ◯◯ 사료 어떤가요? 이거 먹여도 될까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요즘은 사료 종류가 다양해 수의사인 필자도 처음 보는 제품이 많다. 보호자는 대부분 지인 추천이나 인터넷 후기를 보고 사료를 고른다. 하지만 반려동물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도 다르다. 잘 고른 사료는 반려동물의 활력을 높이고, 때로는 질병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의 추천만 믿기보다 반려동물 상태에 맞는 사료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오늘은 생애 주기별 사료 선택법과 질환별 처방식을 살펴보자.

    생애 주기에 따라 사료 바꿔야

    반려동물 생애는 크게 성장기, 성년기, 노령기로 나뉜다. 각 시기마다 필요한 열량과 영양소 구성이 다르다. 성장기는 뼈와 근육, 장기가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로, 칼로리 소모가 많다. 만 2세 미만 자견·자묘용 사료는 칼슘, 인, 단백질, 지방 함량이 높다. 반면 간과 신장이 약해진 노령견이 이런 사료를 먹으면 열량 과잉으로 비만이 되거나 간·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성년기는 사료 선택의 폭이 가장 넓다. 다만, 체중 변화와 중성화 여부에 따라 급여량을 조절해야 한다. 사료 포장 뒷면에 체중당 권장 급여량이 있지만, 반려동물의 종류와 실제 체중 변화에 맞게 급여하는 게 좋다. 체중계와 비만 체크표를 적극 활용해 양을 조절해보자(주간동아 1508호 참고).

    중성화 수술을 하면 암수 상관없이 호르몬 변화로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는 만큼 평소보다 10% 적게 급여할 것을 권한다. 수술 후 체중이 평균 12~25%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만약 양을 줄여 반려동물이 배고파한다면 다이어트용 사료나 중성화 전용 사료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노령기에 접어들면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소화 기능이 떨어지며, 퇴행성관절염·신부전(콩팥 기능 장애)·심부전(심장 기능 장애) 같은 만성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 시기엔 글루코사민, 아연, 오메가3 같은 영양소가 들어가고 나트륨과 인 함량은 낮은 제품이 좋다. 소화가 잘되는 단백질 위주로 구성해 열량을 낮추고 비만을 예방해야 한다. 노령용 사료로 바꾸기 전엔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고, 필요하다면 장기 기능에 맞는 처방 사료를 급여하는 게 필요하다.

    질병에 따라 사료 영양 구성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처방 사료를 활용하면 좋다. 특정 영양소를 제한하거나 강화해 치료를 돕는 식단이다.

    심장병이 있는 반려동물은 체내 수분 저류가 가장 위험하다. 나트륨을 제한해 이를 막고 타우린, L-카르니틴 등 심장 근육을 보조하는 영양소가 포함된 사료를 주는 게 좋다. 심장이 커지기 시작하거나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 단계부터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신장질환의 경우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질소 대사산물 또는 인이 체내에 축적되고, 빈혈·고혈압·위궤양·대사성 산증 등 여러 증상이 동반된다. 단백질·인·나트륨 함량을 낮추고 항산화제를 추가해 기호성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단백질을 제한하면 근육량이 감소할 수 있다.

    피부 알레르기가 있는 반려동믈은 단일 단백질이나 가수분해 단백질로 만든 사료를 권한다. 오메가3, 비타민 등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성분도 필요하다. 다만 개체마다 사료 반응이 달라 두 달간 급여 후 차이가 없으면 다른 사료로 바꾸기를 추천한다.

    질환에 따라 달라지는 처방 사료

    요로결석은 결석 종류에 따라 소변 산도(pH)를 조절하고 무기질 섭취량을 낮춰 결석을 녹이거나 재발을 막아야 한다. 흔한 결석 중 하나인 스트루바이트는 처방 사료만으로도 녹을 수 있다. 다만, 일부 사료는 나트륨 함량을 높여 물을 많이 마시게 하는 방식인 만큼 심장병이나 고혈압이 있는 반려동물은 주의해야 한다. 간질환이 있으면 간 기능이 떨어져 단백질과 구리 대사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이 성분들을 제한하거나 간 보호 물질을 더해 간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간 수치가 높다고 바로 사료를 바꾸기보다 간성혼수처럼 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에서 처방식을 고려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외에도 췌장염, 위장관 기능 장애, 만성 관절염, 당뇨, 비만, 치석 등 다양한 질환별 처방 사료가 있다.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여러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해서 각 질환용 사료를 섞어 급여한다면 오히려 모든 치료 효과가 희석된다. 가장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 하나를 기준으로 처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엔 여러 질환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다기능 처방 사료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상 반려동물이 처방식을 장기간 먹으면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으니 꼭 수의사의 진단과 처방 아래 급여가 이뤄져야 한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 급여 중단 시점이나 사료 변경 시기를 결정하길 권한다.

    물론 사료 선택을 결정짓는 요소는 기호성이다. 제아무리 좋은 재료를 쓰고 영양 비율을 딱 맞춘 사료라 해도 반려동물이 밥그릇 앞에서 고개를 돌리면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 며칠 굶길 바엔 다른 사료를 주는 것도 방법이지만, 빠른 포기는 금물이다. 보호자의 인내심과 단호한 태도가 식습관 개선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의 밥투정에 마음 약해져선 안 된다. 내 반려견, 반려묘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보호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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