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고양이에게 만성구내염이 생기는 위치. 구내염이 생기면 염증 부위가 잇몸과 구별되는 진한 빨간색으로 변한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만성구내염에 걸린 고양이는 구강 점막에 극심한 염증성 변화가 나타난다. 사람이 피곤할 때 생기는 작은 구내염이나 양치질이 부족해 생기는 치은염과는 차원이 다르다. 구강 안쪽 깊은 부위까지 심하게 부어오르고, 잇몸과 턱뼈가 염증으로 녹아내려 치아 뿌리가 드러나기도 한다. 작은 자극에도 쉽게 피가 나고 통증을 호소하는데, 그 여파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구내염 발생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치태(플라그)와 과도한 면역 반응이다. 치태는 치아 표면에 생기는 얇은 세균막이다. 치태와 접촉한 잇몸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치은염(잇몸염)이라고 한다.
구내염 초기 내과적 치료
일반적으로 치태가 바로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치태에 포함된 세균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 이 경우 구강 점막이 파괴돼 만성구내염으로 이어진다.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자신의 면역체계가 스스로 특정 신체기관을 공격해 과도한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인 셈이다.구내염을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감염이 있다. 칼리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구강에 궤양, 구내염, 비염 등이 생길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전체 고양이의 10~25%에서 검출되는데, 구내염이 있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는 검출률이 50~90%에 이른다.
생활환경도 구내염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길고양이의 구내염 발병률은 25%에 이르지만, 가정에서 키우는 고양이의 경우 이 비율이 1~2% 수준이다. 특이한 점은 가정묘라 해도 함께 사는 고양이 수가 많으면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역시 구내염을 일으키는 중요 요인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치태 없애는 양치질 꼼꼼히 해야
구내염 치료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과도한 염증 반응을 억제해 증상을 개선하는 내과적 방법과 치아를 뽑아 치태가 달라붙는 물리적 공간을 없애는 외과적 방법이다. 내과적 방법을 쓸 경우 치료 약물로는 스테로이드 제제나 면역 억제제를 주로 사용한다. 구내염 초기엔 내과적 방법도 효과가 좋은 편으로, 통증이 빠르게 줄고 식욕도 회복된다. 그러나 약물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장기 복용 시 부작용 위험도 크다. 최근엔 이런 한계를 보완하고자 줄기세포 치료나 재조합 인터페론 치료 등이 시도되지만, 내과적 치료만으로 완치에 이르는 비율은 50%가 채 안 된다.내과적 치료를 해도 증상이 충분히 나아지지 않는 고양이에겐 전(全)발치, 즉 모든 치아를 뽑는 것을 추천한다. 이 말을 들은 보호자는 보통 경악을 금치 못한다. 멀쩡해 보이는 이빨을 뽑을 때 고양이가 느낄 통증과 치아 없이 살아가야 할 삶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의사가 이 치료 방법을 추천하는 이유는 관리 편의성과 높은 치료 성공률 때문이다.
전발치 후 증상이 사라지거나 일부 호전돼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경우는 약 80~90%에 이른다. 이빨을 뽑으면 치태가 쌓일 공간 자체가 사라져 양치질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다만 일부 고양이는 전발치 후에도 증상이 남아 지속적인 내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구내염을 100% 예방할 방법은 없으나, 다음 4가지 규칙을 지킨다면 발병 가능성을 낮추고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먼저 양치질을 꼼꼼히 해야 한다. 치태를 없애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치약과 칫솔로 매일 양치를 하는 게 좋고, 여의치 않다면 손가락 칫솔과 바르는 치약 등을 활용해도 괜찮다. 두 번째는 예방접종이다. 구내염과 연관된 칼리시 바이러스는 종합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정기 접종을 통해 항체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스트레스 관리다. 수직 운동을 장려하는 캣타워를 설치하고 깨끗한 물이 담긴 물그릇, 정돈된 화장실과 조용한 개별 공간 등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다묘 가정이라면 고양이 간 관계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1년에 한두 번씩 정기적으로 구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면 전발치 없이도 치료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호자에게 고양이 발치를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사실 고양이는 대부분 어금니가 없어도 사료를 잘 먹는다. 잇몸으로 건사료를 오독오독 씹어 먹는 고양이가 드물지 않다. 발치로 통증이 사라지면 오히려 전보다 더 잘 먹고, 체중과 모질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는 대부분 집에서 양치질을 거부하고, 병원 방문을 꺼리며, 수의사의 구강검사에 비협조적이다. 그래서 전발치를 추천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다다른다. 올바른 구강 홈케어와 정기 구강검진, 스케일링을 병행한다면 당신의 고양이 역시 건강한 치아를 20세까지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황윤태 수의사는…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