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보호자와 반려묘는 서로에게 소중한 가족이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이 답변을 듣고 몇 년 전 비슷한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이 강아지에게 물렸으니 동물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거 같아 전화했다고 했다. 동물병원에서 사람을 진료하는 것 역시 불법이기에 ‘사람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고양이 알레르기의 진짜 원인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길고양이의 간택을 받을 수도 있고, 펫숍이나 가정 분양으로 새로운 식구를 맞기도 한다. 시작이야 어떻든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대부분 고양이의 오묘한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든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시련이 찾아오곤 한다. 바로 고양이에 대한 알레르기다.많은 사람이 고양이 알레르기의 원인(항원)을 ‘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고양이 몸에서 분비되는 특정 단백질이 원인이다. ‘Fel d1’으로 불리는 이 단백질은 고양이 침샘과 피지선에서 분비되는데, 고양이는 평소 전신의 털을 혀로 핥는 그루밍을 통해 이 단백질을 온몸에 묻힌다. 이렇게 고양이 몸 밖으로 나온 Fel d1은 크기가 매우 작아 공기 중에 떠다니기 쉽고 옷이나 벽지에도 잘 붙는다. 고양이가 머물다 간 공간에서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다.
어떻게 해야 고양이 알레르기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환경, 고양이, 사람 등 3가지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먼저 환경 측면에서 항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환기다. 헤파(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가 적용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 공기 중에 떠다니는 항원 농도를 낮출 수 있다. 또 항원이 달라붙기 쉬운 천 소재 소파나 러그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침구류 세탁과 집 안 청소를 자주 해야 한다.
고양이의 항원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목욕을 시켜 고양이 몸에 붙은 항원을 씻어내는 것인데,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기에 잦은 목욕은 고양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된다. 그 대신 촘촘한 빗으로 매일 빗질해 털 날림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만약 반려묘가 중성화 전이라면 중성화 수술을 고려하는 것도 추천한다. 특히 수컷은 중성화 수술을 하면 항원 분비량이 대폭 감소한다.
최근엔 고양이 침 속 항원을 중화하는 특수 단백질이 포함된 ‘퓨리나 프로플랜 리브클리어’ 같은 사료도 출시됐다. 달걀에서 추출한 이 단백질은 구강 내에서 Fel d1과 결합해 구조를 변경하고 알레르기 증상을 줄인다. 고양이가 해당 사료를 먹을 때만 효과가 나타난다는 한계가 있지만, 높은 기호성과 알레르기 감소 효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알레르기 백신 상용화는 아직
사실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때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은 보호자가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쉽고 빠르며 효과도 좋은 편이다. 다만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기에 좀 더 근본적인 방법으로 면역치료 요법이 쓰인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 물질을 차츰 농도를 높여가며 주사하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몸이 항원에 적응하면 알레르기 반응이 약화되거나 사라진다.알레르기 백신도 개발 중이다. ‘하이포캣(HypoCat)’은 고양이가 맞는 백신으로, 접종 시 고양이 침과 눈물에서 Fel d1 분비량이 감소한다. 장기 적용해도 부작용이 별로 없고 보호자의 알레르기 반응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2~3년 전 상용화 가능성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ANG-101’은 사람용 백신이다. 주사를 수십 회 맞아야 하는 기존 면역치료와 달리, 1년에 주사 1~2회로 알레르기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임상시험 중이고, 초기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돼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상용화까진 아직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아 당장 백신을 접종하긴 어렵다.
고양이 알레르기를 극복하려는 수많은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까지 할 바엔 안 키우면 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동물일 뿐인 고양이가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이다. 단순한 책임감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보호자는 이미 서로에게 소중한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들이 상용화돼 더 많은 사람이 고통 없이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져들 날이 오길 기대한다.
황윤태 수의사는…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