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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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아 나서라’ 키키 신곡 ‘404(New Era)’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6-02-18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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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 ‘404(New Era)’를 발표한 그룹 키키(KiiiKiii). 뉴스1

    신곡 ‘404(New Era)’를 발표한 그룹 키키(KiiiKiii). 뉴스1

    키키(KiiiKiii) 신곡 ‘404(New Era)’의 뮤직비디오는 2026년을 맞아 소원을 비는 대목으로 시작한다. 멤버들의 유년기 영상이 교차 편집되면서 따스하고 다정한 장면을 기대할 때쯤 프로듀서 런던노이즈(LDN NOISE) 특유의 매정하도록 시크한 비트가 흘러나온다. 이어서 키야, 이솔 두 멤버의 후렴구 랩이 등장하면 그야말로 귀에 ‘때려 넣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게 된다. UK 하우스 스타일로 흘러가는 선율은 “유명 편집숍 음악 같다”는 농담이 꼭 들어맞을 만큼 스타일리시한 멋을 낸다. 퍼포먼스는 시원시원할 뿐더러, 무엇보다 멤버들 자신이 무척 즐거워 보인다. 제목 ‘404’는 요청한 문서가 존재하지 않을 때 나오는 에러코드에서 따왔다.

    새로운 세대에게 주는 영감

    티저도 흥미롭다. 구형 디지털카메라의 빛 번짐까지 살려내면서 형광색이 난무하는 2000년 무렵의 무드를 보여준다. 이른바 ‘Y2K’다. 뮤직비디오에도 윈도 바탕화면 같은 초원이나 MTV 스타일 자막, ‘댄스 댄스 레볼루션’ 레퍼런스가 보인다. 

    일견 요란하고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404’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새 시대는 기존 시스템 안에 존재하지 않으니(“404 not found in the system”), 계속 유영하라(“Keep on surfing”)’는 것이다. 뮤직비디오는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꿈이던 멤버들의 유년기와 지금을 나란히 보여주고, 그것도 모자라 어쩌면 여전히 남아 있는 다양한 꿈의 선택지를 패션 화보처럼 나열한다. 이 세계에서 키키는 두려움 없이 도시를 탐험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나간다.

    재미있는 점은 이 노래에서 키키가 “우리는 새롭다”고 굳이 선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한 전제로 삼아버린다. 그리고 이 세상의 새로운 존재들을 대변해 구체제를 겨냥한다. 구체제가 자신들의 꿈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것에 구속되지 말고 자신만의 꿈을 찾으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프로덕션의 Y2K 미감 역시 또 다른 층위로 향한다. 이는 세상이 아름답게 뒤집어지고 우리는 멋진 세계를 살아가리라고 꿈꾸던 시절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키키에게서 딱히 조롱 의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당대를 살았던 이라면 그 당시 우리의 꿈과 지금의 현실을 초라한 마음으로 대조하게 된다. 그럴 때 키키는 뮤직비디오 후반부에 들어서 Y2K 특유의 번득이는 색감이 사라진 밤거리를 달려 초원으로 탈출한다. 



    과거에서 영감을 얻은 레트로가 종종 구세대를 위한 ‘의전’처럼 활용된다면 ‘404’는 Y2K의 재미만 쏙 빼먹고 내던진다. 그럼으로써 과거에 묶이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세대에게 영감을 주려 한다. 자신만의 꿈을 멈추지 말고 찾으라고 말이다. 용기 있고 멋진 태도로 가득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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