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AI가 결과물을 ‘생성’하는 도구였다면 이제는 생성한 결과물을 활용해 업무를 ‘실행’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GETTYIMAGES
챗GPT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여전했다. 챗GPT가 특정 주제로 대신 글을 써줄 수는 있지만 이를 이메일로 보내려면 결국 사람이 키보드의 ‘Ctrl’과 ‘C’ 자판을 눌러 챗GPT가 쓴 글을 복사한 뒤 브라우저 아이콘을 눌러 로그인해 이메일 창을 열고, ‘Ctrl’과 ‘V’ 자판을 눌러 글을 집어넣은 다음 이메일 전송 버튼을 눌러야 했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AI)은 대화창 안에서 글이나 이미지를 생성할 뿐, 이를 이용해 업무를 완료하려면 결국 인간 손을 거쳐야 했다.
챗GPT와는 차원이 다른 권한 보유
반면 최근 AI를 품은 소프트웨어는 챗봇과 달리 업무를 완료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온전히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AI가 컴퓨터 속 소프트웨어로 들어가 사람이 워드, 브라우저, 이메일 등 아이콘을 클릭하지 않아도 알아서 파일을 읽고 브라우저에 접속해 이메일을 보낸다. 과거 AI가 결과물을 ‘생성’하는 도구였다면 이제는 생성한 결과물을 활용해 업무를 ‘실행’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대표적 사례가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다. 사용자가 컴퓨터 속 특정 폴더를 작업공간으로 지정하면 클로드 코워크는 그 폴더 안에 있는 파일을 읽고, 고치고, 새로 만든다. 폴더 내 파일들을 용도에 맞게 정리해 파일명을 바꾸고 분류한다. 영수증 캡처 사진을 저장한 폴더에서 지출 항목을 뽑아 스프레드시트로 만들거나, 흩어진 메모 파일로 보고서 초안을 작성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사진, 스프레드시트, 메모, 워드 아이콘을 누를 필요가 없다. 기존 챗GPT가 인터넷 속 정보들을 기반으로 자료를 취합해 정리하는 데 탁월했다면 클로드 코워크는 컴퓨터 속 파일들을 기반으로 정보를 추출하고 요약 정리한다.
오픈AI의 AI 에이전트 ‘코덱스(Codex)’도 비슷하다. 컴퓨터 속 특정 폴더를 지정하면 코덱스가 그 안에서 작업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영업 팀원이 월간 실적 내역을 특정 폴더에 저장하고 코덱스에 “이 폴더 데이터로 상위 10개 고객을 추출해 요약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줘”라고 지시하면 코덱스가 데이터를 정리해 파일로 생성한다. 코덱스의 ‘스킬’ 기능을 사용하면 업데이트되는 폴더 속 파일을 기반으로 같은 품질의 결과물을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프로그래머 페테르 슈타인베르거가 만든 ‘오픈클로(OpenClaw)’는 특정 폴더 내 파일을 읽거나 분석하는 정도를 넘어 폭넓은 컴퓨터 제어권을 가진다. 사람 대신 브라우저, 캘린더, 이메일 앱을 열어 로그인하고 정보를 확인하며 결제까지 할 수 있다. 텔레그램이나 왓츠앱 같은 메신저로 컴퓨터에 설치된 오픈클로에 메시지를 보내 “이메일 내용 중 여행이나 출장 관련 사항을 확인해 항공편을 예약하고 확정된 여행 일정을 캘린더에 기록해”라고 지시하면 오픈클로는 컴퓨터를 알아서 작동시킨 뒤 일련의 과정을 모두 수행한다.

오픈AI의 AI 에이전트 ‘코덱스(Codex)’에게 컴퓨터에 저장된 특정 파일을 참고해 핵심 내용을 정리할 것을 지시한 모습. 사용자가 대화창에 파일을 직접 업로드하지 않아도 코덱스가 알아서 파일을 찾아 작업을 수행한다. 김지현 제공
접근 가능 폴더 제한적으로 설정해야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우려도 있다. AI가 컴퓨터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파일 삭제, 잘못된 이메일 발송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로드 코워크 공식 안내문에는 “사용자의 지시가 모호하면 파일 삭제 같은 파괴적 행동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가 담겨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일부 사용자가 오픈클로에 지나치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그만큼 보안과 윤리적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를 보도했다.이러한 위험성을 줄이려면 AI가 접근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을 제한적으로 지정해야 한다. 클로드 코워크와 코덱스는 사용자가 접근을 허용한 폴더만 들여다보고, 중요한 행동을 수행할 때는 사용자에게 확인을 받는다. 작업 공간 밖 수정이나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행동도 사용자 승인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파일 삭제, 메시지 외부 발송, 결제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행동은 최종 결정을 AI가 아닌 사람이 하도록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자 AI 소프트웨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록으로 남게 하는 원칙도 지켜야 한다. AI가 인간이 하던 일을 더 많이 맡을수록 인간의 역할은 단순 실행에서 판단과 책임으로 이동한다. 앞으로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어디까지 AI에 맡길지” “AI가 수행한 결과를 어떻게 검토하고 책임질지”에서 비롯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