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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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전기차 캐즘’에도 설비투자 전년 대비 50% 늘려

“상반기 전년 대비 2배 이상 투자”… 북미·유럽에 공장 신설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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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08-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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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 사업의 중장기적 성장성에는 변화가 없다. 중장기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투자 계획에도 큰 변동이 없다.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투자를 집행했다.”

    7월 30일 열린 삼성SDI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김윤태 경영지원실 상무가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 기조를 재확인하며 한 말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업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삼성SDI는 투자 금액을 늘리며 보폭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의 중장기적 성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100GWh(기가와트시) 규모였던 글로벌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R&D에서 설비투자로

    삼성SDI 헝가리 법인 전경. [삼성SDI 제공]

    삼성SDI 헝가리 법인 전경. [삼성SDI 제공]

    배터리업계는 경기 둔화 여파로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최근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 있던 3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이던 ESS(에너지저장시스템)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역시 착공 두 달 만에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외 사업장 평균 가동률은 54.7%였다. 해당 수치가 50%대에 접어든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3분기(54.7%) 이후 처음이다. SK온 역시 설비투자 줄이기에 나섰다. SK온은 지난해 설비투자에 11조5000억 원을 집행했는데, 올해는 7조5000억 원이 예정된 상태다.

    삼성SDI는 올해 여느 배터리 기업들과는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6조5000억 원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헝가리 법인 증설과 북미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 건설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에만 3조 원가량을 설비투자에 사용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그간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했다 보니, (설비)투자를 줄일 상황이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에 맞춰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익성이 투자 이끌어

    삼성SDI는 그간 꾸준히 해외 생산 시설을 늘릴 계획임을 밝혀왔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3월 20일 정기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북미시장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시 성장할 테니 JV를 더 확대하고 단독 공장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미시장은 전기차 캐즘의 주요 돌파구로 꼽힌다. 최근에는 폴란드에도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받기도 했다. 폴란드 현지 매체들은 삼성SDI가 그단스크 부근 200만㎡ 규모 부지에 20억 유로(약 3조 원)를 투자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투자가 성사될 경우 헝가리에 이어 폴란드에도 유럽시장을 겨냥한 주요 생산 기지가 생기게 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신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으나 투자규모, 시기, 지역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삼성SDI가 전기차 캐즘 국면에도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견고한 수익 구조가 있다. 삼성SDI 역시 여느 배터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4501억 원, 28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38%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감소폭은 경쟁 기업 대비 양호한 상황이다(그래프 참조). 삼성SDI는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첨단제조 생산 세액 공제(AMPC)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기업이기도 하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최대 전력업체 넥스트에라에너지에 1조 원 상당의 ESS용 배터리 납품을 추진하는 등 수익성 강화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윤호 사장은 “올해 하반기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 예상되지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시장이 턴어라운드 되는 시점에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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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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