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조 다인인베스트먼트 대표. 지호영 기자
40년 투자 경력을 가진 이승조 다인인베스트먼트 대표가 11월 17일 국내외 증시 상황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을 타고 4221.87(11월 3일)까지 상승한 코스피가 등락을 거듭하며 4000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AI 버블론’에 휩싸인 뉴욕 증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1월 18일(현지 시간) 하루 만에 2.31p(10.32%) 폭등해 24.69로 마감했다.
이 대표는 1985년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큰돈을 벌었지만 2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바 있다.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주식에 투자하라’(2021), ‘이승조의 4등분 주식 매매법’(2025)을 출간한 그에게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연말 주식시장에 대해 물었다.
레버리지는 절대 금물
코스피가 상승하는 동안 개인투자자 ‘빚투’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최근 들은 이야기가 있다. 20만 원대에 SK하이닉스를 사서 크게 벌었는데, 현금화하지 않고 이를 담보로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재투자했다더라. 그러면 20~30%만 변동돼도 그동안 벌어둔 수익을 까먹게 된다. 지금은 코스피가 3800~4200 사이에서 5일 단위 기준 300p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니 레버리지를 중단하고, 수익이 발생한 건 다 현금화하라.”
투자를 중단해야 하나.
“대형주가 고점에서 20~30% 빠졌을 때 매수하는 트레이딩은 가능하다. 하지만 추세 매매로 돈을 버는 시장은 아니다. 코스피가 4500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추가 상승률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상반기 국내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면 지금이 현금화할 시점이다.”
특히 매수를 피해야 할 종목이 있나.
“올해 장중 코스피 저점과 고점을 비교하면 85%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매매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지금은 종목을 잘못 선택하면 반토막도 날 수 있다. 특히 내 귀에 좋다고 들려오는 주식을 주의하라.”
왜 그런가.
“지난해 12월 여의도에서 잘린 사람들이 소규모 부티크를 많이 만들었다. 부티크에서는 주로 1~3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데, 1년 동안 300~400% 가까이 수익을 낸 종목은 지금 엑시트할 수밖에 없다. 대형주의 경우 고점에서 20~30% 하락하면 사볼 수도 있겠으나 중소형주는 절대적으로 위험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어떤가.
“한동안 삼성전자는 9만~11만 원 사이, SK하이닉스는 53만~64만 원 선에서 갇혀 있을 거라고 본다. 트레이딩하면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시장 변동성을 잘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이상에야 쉽지 않을 것이다.”
뉴욕 증시는 어떻게 보나.
“마찬가지다. 성장주가 폭락하고 있다. 비트코인 성장을 주도한 스트래티지, 원자력 부문에서는 뉴스케일 파워와 오클로, AI 부문에서는 오라클 등이다. 이럴 때는 안전지대로 대피해 언제쯤 하락 상황이 진정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동안은 나스닥도 2만2000~2만3500, 엔비디아도 160~190달러 사이에서 횡보할 것이라 본다.”
비트코인과 금은 어떤가.
“비트코인은 단기적으로는 힘들 것 같다. 고래투자자들이 떠나는 게 그 지표다. 또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등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에 제동이 걸리는 것도 좋지 않은 신호다. 금은 주가와 마찬가지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거라고 본다. 온스당 3850~4250달러(약 565만~623만 원) 사이를 횡보할 것이다. 모든 자산에 대해 이르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결정하는 12월 10일, 멀게는 2월까지 장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왜 2월인가.
“연준이 12월 금리를 인하한다면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이를 장담하지 않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내치 불확실성 증가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뉴욕에서 무슬림 출신 시장이 당선했고 시애틀도 진보 진영 시장이 선출됐다. 대외적으로도 중국과 러시아가 트럼프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내년 11월 중간선거 전 트럼프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 1분기쯤이라고 본다. 또 빅테크의 올해 4분기 실적이 AI 버블론 향방도 결정할 것이다. 그때까지 투자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이 좋다. 그동안 코스피는 3800 선에서 막아내지 못하면 3500까지 하방이 열려 있다.”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미국은 중간선거가 남아 있어서 트럼프가 유동성을 공급하려 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증시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만큼 4000 선을 유지하려 힘쓸 것이다. 하지만 환율이 복병이라 이를 지켜낼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대형주 트레이딩 외 투자할 만한 종목은 없는 건가.
“투자금의 10~20%로 소위 ‘빈집 털이’는 해볼 수 있다. 정부 여당이 집중하는 정책 가운데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나 북극항로 등을 주목할 만하다. 지주사나 HMM 같은 해운 물류 등을 추천한다. 항공우주, 재생의학 쪽도 장기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섹터다.”
다 팔아버리고 쉬는 것도 전략이겠다.
“선수들은 쉰다. 농담 삼아 말하면 올해 거둔 수익으로 이민 가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웃음). 내년에는 주도주도 바뀌리라 본다. 2025년을 주도한 조선·방산·원자력은 이미 에너지가 다한 것 같다. 오히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지금 템포를 놓치면 엇박자로 올해 번 돈을 다 까먹을 수도 있다. 가족과 함께 연말을 잘 보내고, 내년 2~3월을 기약하길 권한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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