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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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 불균형과 잘못된 건강 정보 확산… 성장기 아이들 식탁 위협

[전문가 칼럼] 어린이 청소년 건강한 미래의 출발점은 바른 식습관

  •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입력2025-11-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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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음식, 간편식, 초가공식품이 어린이 청소년들의 식탁을 채우면서 영양 결핍 우려가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배달음식, 간편식, 초가공식품이 어린이 청소년들의 식탁을 채우면서 영양 결핍 우려가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우리 아이들의 식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배달 음식, 간편식, 초가공식품이 일상 속으로 깊이 스며들면서 ‘영양 과잉’ 시대에 살고 있지만 실제 문제는 과잉이 아니라 심각한 영양의 불균형이다.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간편식과 당·나트륨·첨가물이 많은 음식이 식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아이들은 ‘건강한 음식은 맛없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고 편식이 만연해졌다. 그 결과 소아청소년 10명 중 3명이 과체중 또는 소아비만에 이르고, 어린 나이에 성인병을 경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잘못된 건강 정보의 확산 역시 큰 문제다. 특정 식품이나 영양소에 과도한 공포를 씌우는 사례가 반복되며, 특히 우유와 유제품은 근거 없는 공격의 대상이 돼왔다. ‘우유가 성조숙증을 유발한다’, ‘유제품이 비만의 원인이다’ 같은 비과학적 주장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식재료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많이 먹는데 영양은 부족한 아이들

    진료 현장에서 체감되는 문제는 명확하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들의 영양 섭취는 양극단의 문제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과도한 당분과 지방 섭취로 인한 비만이, 다른 한편에서는 비만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음식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러한 두 집단은 비만 혹은 저체중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불러오지만 성장기에 가장 중요한 ‘규칙적인 식사’와 ‘칼슘과 단백질 섭취의 부족’이라는 공통된 문제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아침을 잘 먹지 않고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지속하는 것도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다. 이는 조부모 세대에서 겪었던 영양 결핍 문제가 또 다른 형태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소아청소년의 조부모 세대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시기였기에 영양 섭취를 골고루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영양 결핍의 문제로 키가 후손들에 비해 작거나 골다공증과 같은 질환을 앓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잘 먹는 것’이 중요한 이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잘 먹는 것’은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다. 여러 영양소를 균형감 있게 섭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몸에서 일차적인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탄수화물도 건강하게 섭취해야 하고 각종 호르몬과 뇌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방도 필수적이고, 근육을 포함한 신체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인 단백질도 잘 챙겨 먹어야 하기에 균형을 맞춰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이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각종 비타민과 철분, 칼슘 등의 무기질 또한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놓칠 수 없다. 이러한 미량 원소들을 섭취하기 위해 비싼 영양제를 구매하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우유와 고기, 생선, 채소와 과일 등 자연의 식재료를 골고루 먹는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량 원소들까지 모자람 없이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유와 유제품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효율적인 칼슘과 단백질 공급원이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는 균형 잡힌 식습관에서 출발한다. 극단적 식단이나 과도한 건강 정보 대신 과학적이고 영양학적으로 검증된 지식을 중심으로, 가정과 학교가 함께 식생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첫걸음은 매일의 선택, 우유 한 잔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 칼럼은 성장기 영양 불균형과 우유·유제품의 과학적 가치를 소개하는 연속 기고로, 1편에서 식습관 변화와 잘못된 건강 정보 문제, 2편에서 성장기 영양과 우유 섭취의 의미를 각각 다룹니다.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경기도 여성가족재단 초빙 연구위원,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 온라인 전문 상담가, 아이사랑 상담실 상담위원 등을 지냈다. KBS ‘TV유치원’ 자문 및 출연, KBS ‘세상의 모든 정보’ 고정 패널 등의 활동을 했으며, 저서로 ‘초보 부모 방탄 육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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