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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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기 확장, 정책·산업·금융이 맞물린 ‘투자 주도형 회복’

산업과 계층 간 불균형 확대하는 양면성도 존재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5-11-1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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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미국 경제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산업이 있다. GETTYIMAGES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미국 경제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산업이 있다. GETTYIMAGES

    최근 미국 경기 흐름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수요 약화 때문에 우려가 높지만 소비 경기는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추정한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전기 대비 연율 기준) 전망치도 4.0%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다만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이 장기화하면서 경기 지표 부진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이 확대됐으며,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내부에서도 12월 추가 금리인하 여부를 두고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정책 주도형 투자 사이클과 민간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기반으로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은 민간 신용 창출을 촉진하며 내수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 확장은 산업·계층·자산 부문 간 격차를 키우는 K자형 성장 구조를 더욱 심화하는 방향으로도 전개되고 있다.

    AI·반도체·디지털 인프라에 자금 집중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 산업을 축으로 한 설비투자(CAPEX·자본적 지출) 사이클 재점화가 자리한다. 미국의 설비투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9~30% 수준으로 상승하며 장기 평균(27%)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202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AI 관련 CAPEX를 기록하면서 미국 경기의 핵심 성장 모멘텀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투자 확대는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I 연산 수요가 새로운 유형의 설비투자 사이클을 형성하는 상황이다.

    정책 측면에서도 정부는 규제 완화, 공공 부문 AI 조달 확대, 반도체 공급망 강화 등을 추진하며 AI 투자 촉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민간 부문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하면서 정부와 기업 간 상호 보완적 투자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특히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금융 여건이 개선될 경우 이러한 AI 중심 투자 사이클은 향후 미국 GDP 성장률을 직접적으로 견인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처럼 미국의 경기 확장은 정책·산업·금융이 맞물린 ‘투자 주도형 회복’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구분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구조는 산업과 계층 간 불균형을 확대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AI·반도체·디지털 인프라 등 성장 부문에는 자금이 집중되는 반면, 전통 제조업과 지역 서비스 산업은 투자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지출은 2020년 대비 4배 이상 급증했지만 오피스 건설 지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그래프 참조). 



    또한 소득 및 소비 구조의 K자형 양극화도 점차 고착화되는 추세다. 상위 20% 가구의 소비 증가율은 하위 20%의 2배 이상을 기록 중이며,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가 상층부 소비를 지탱하고 있다. 반면 하위 계층은 높은 부채 비율과 이자비용 부담으로 소비 여력이 크게 제약돼 있다. 2023년 이후 임금상승률은 대부분 직종에서 1.5~2%p 하락했으며, 고용 둔화가 지속되면서 노동 소득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미국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회복의 질적 측면에서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성장률은 안정적이지만 성장의 구성은 특정 산업과 계층에 집중된 것이다. 

    미국 경제, 불균형 관리해야 지속 가능

    미국 경제정책이 직면한 핵심 과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정부는 성장 부문을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하지만, 동시에 취약 부문을 보완해 경제 전반의 포용적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AI 산업에 집중된 자금이 장기적으로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중소기업과 지역경제를 대상으로 한 기술 확산 정책, 노동 재교육 프로그램, 중간 소득층 복원 전략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K자형 성장 국면에서 경기 흐름은 단순히 ‘회복’과 ‘침체’로 구분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양상을 보인다. 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가 확대되면서 동일한 정책 신호가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에 더 강하게 작용하는 비대칭적 구조가 나타난다. 완화정책은 상층부 자산시장에 빠르게 반영돼 자산 가격 상승과 부의 불균형을 심화하는 반면, 긴축정책은 하단부의 경기둔화를 가속화해 정책 효과의 불균형을 키운다. 

    이러한 국면에서 재정정책은 고용·소득·내수 등 하단부 복원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간 균형 유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 즉 재정은 성장 견인 역할을, 통화는 균형 조정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금리가 정상화할 경우 재정과 실물경제 모두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금리인상 속도를 완화적으로 조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연준의 향후 금리인하 폭이 과거 사이클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러한 구조적 제약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은 AI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 산업의 생산성 및 자본집약도가 높아질수록 기존 산업과 노동시장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미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은 성장률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형성되는 불균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완충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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