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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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발표 5년 됐는데 토지 수용은 내년 11월에나”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사업 지지부진… 15년째 재산권 행사 막힌 주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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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명=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11-1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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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공급절벽 집중 점검③

    • 최근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자 이재명 정부는 강력한 대출 규제를 포함한 역대급 수요 억제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 억제로는 한계가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수요자가 원하는 좋은 입지에 양질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주간동아가 수도권 공급절벽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3기 신도시 경기 광명시흥지구 일대. 김우정 기자

    3기 신도시 경기 광명시흥지구 일대. 김우정 기자

    “광명시흥지구는 2021년 3기 신도시 후보지로 발표됐지만 아직 토지 수용 절차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3기 신도시들은 보통 2년 만에 보상이 시작됐는데 말이다.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부터 치면 15년 넘게 재산권 행사는커녕 건물조차 못 짓는 상황이다. 온갖 규제로 손해만 보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하루빨리 토지 수용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LH, 택지 개발 놓고 ‘입만 열면 거짓말’”

    경기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의 토지주 조모 씨(67)가 한 말이다. 광명에서 50년 동안 살았다는 조 씨는 현재 광명시흥지구로 묶인 지역에 가든형 고깃집을 차리고자 2008년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2010년 해당 지역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 규제 탓에 식당은 개업조차 못 하게 됐고, 건물 준공도 무산될 뻔했으나 행정심판으로 겨우 승인을 받았다. 이 일대는 2015년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해제됐지만 ‘특별관리지역’으로 묶여 고강도 규제가 계속됐다. 2021년 2월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지정됐음에도 5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토지 수용은 시작되지 않았다. LH는 8월 27일 광명시흥지구 ‘보상계획 및 열람 공고’에서 보상 시기를 ‘2026년 11월(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토지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조 씨는 “건물을 지어놓고 창고로 쓰는데, 건축비 등 빚만 20억 원에 달한다. 매달 이자 부담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나 같은 처지에 놓인 토지주가 한두 명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11월 12일 기자가 찾은 광명 노온사동은 대형 신도시가 들어설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한산한 모습이었다. 광명시흥지구를 관통하는 목감천을 따라 비닐하우스와 단층 주택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광명총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 관계자는 “지난 15년 동안 택지개발을 놓고 정부와 LH의 말이 수없이 바뀌었다. 주민 사이에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불신이 팽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1년 3기 신도시 지정 후 ‘2년쯤 지나면 토지가 LH에 수용될 것’이라고 예상해 토지담보대출을 받아 자녀 결혼 자금 등으로 쓴 땅 주인들이 지금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책위가 2023년 여론조사 전문업체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이 지역 토지주 9000여 명 중 59.3%가 금융 부채를 안고 있었다. 인당 평균 부채는 5억9786만 원에 달했다. 3기 신도시 후보지 등 공공택지 내 토지는 지구 지정 후 매입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결국 매입 희망자가 없다시피 해 토지주들은 땅을 팔지도 못한 채 수용만 기다리는 처지다. 

    광명시흥지구는 면적과 공급 주택 수에서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다. 서울과 가깝고 서울지하철 1·7호선, KTX 광명역 등 교통망이 잘 갖춰진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2021년 국토교통부는 광명시흥지구를 6번째 3기 신도시 대상 지역으로 발표하며 광명과 시흥 일대 1271만㎡ 부지에 주택 7만 채를 지어 ‘서남권 발전 거점이 되는 자족도시’로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때부터 광명시흥은 2018년 9월 발표된 3기 신도시 1차 대상지인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인천 계양, 그리고 2019년 5월 발표된 2차 대상지인 고양창릉, 부천 대장 등과 함께 수도권 주택 공급의 핵심 축으로 주목받았다.   

    3기 신도시 인천 계양지구의 2021년 모습. 뉴시스 

    3기 신도시 인천 계양지구의 2021년 모습. 뉴시스 

    3기 신도시 착공 물량 6.3% 불과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는 토지 보상에 이 지역 토지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LH가 자사의 높은 부채 비율 탓에 토지 수용을 미뤘다”고 입을 모은다. LH는 2023년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LH의 법정 자본금을 증액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이 통과돼 한시름 놓았지만, 올해 상반기 부채 비율은 221.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한준 전 LH 사장(10월 30일 면직안 재가)은 10월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광명시흥지구 등 공공주택지구 토지 보상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부채 비율 때문에 토지 보상을 늦췄는데 (중략) 이를 먼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적극 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H 관계자는 11월 13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광명시흥지구 토지 수용이 늦어진 이유를 묻자 “다른 3기 신도시에 비해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지장물(공공사업 시행에 지장을 줘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시설물이나 농작물) 조사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주민 간 이해관계도 복잡해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3기 신도시 개발은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3기 신도시 1·2차 대상지의 착공 물량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17만4122채)의 6.3%(1만1000채) 수준에 불과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인천 계양(1만7000채)도 내년 첫 입주 물량이 1285채에 그칠 전망이다. 광명시흥 외에 3기 신도시 후속 지구로 지정된 의왕군포안산, 화성 진안, 화성 봉담 등은 아직 토지 보상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3기 신도시처럼 공공이 추진하는 도시개발은 ‘사업 취소’가 없다는 점에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민간 건설사가 시행하는 일부 택지개발의 경우 건설 경기 악화로 사업 자체가 취소돼 사전 청약자들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22년 6월 사전 청약이 이뤄진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청약자들은 최근 민간 시행사로부터 ‘사업 취소’ 통보를 문자메시지로 받았다. 안 그래도 늦어진 본청약을 기다리던 터였다. 운정3지구 사전청약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전 청약 당첨 당시 ‘2027년에는 새집에 들어가 살 수 있겠구나’라고 기대했는데 이제 다른 시행사가 당장 사업을 재개한다고 해도 2030년은 넘어야 입주가 가능할 것 같다”며 “사전 청약 때 신혼부부였다고 해도 입주 시점에는 신혼부부 모기지 조건(혼인 신고 7년 이내)을 못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사업이 지연되면서 늘어난 주거비용, 그사이 놓친 다른 주택 청약 기회는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본청약 기다리다가 ‘사업 취소’ 문자 통보 받아”

    7월 기준 사업이 취소된 민간 사전 청약 단지는 파주 운정3지구뿐 아니라 원주 태장, 경산 대임 등 전국 8곳 3105채 규모에 이른다. 사전 청약 제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 도입됐다. 아파트 착공 전 청약을 받아 주택 수요를 분산하고 집값 급등을 막는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토지 보상 등 관련 절차 지연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건축비 상승과 고금리 여파로 사업을 중도 포기하는 건설사가 늘어난 것이다. 당장 사업이 어그러진 것은 아니지만 본청약이 미뤄진 사업장에서도 사전 청약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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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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