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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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못하는 일 vs AI 잘 쓰는 일… 생존자는 누굴까

두려움에 막기보다는 AI와 함께 성장하는 능력 길러야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5-11-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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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10년 내 전 세계 일자리의 20~30%가 인공지능(AI)에 의해 자동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GETTYIMAGES

    향후 10년 내 전 세계 일자리의 20~30%가 인공지능(AI)에 의해 자동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GETTYIMAGES

    2023년 일본 출판사 신초샤는 한 작가가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만화 ‘사이버펑크: 피치 존’을 발간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오픈AI의 영상 생성형 AI ‘소라(Sora)’로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더 프로스트(The Frost)’가 최초로 상영됐다. 요즘 페이스북과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는 의사, 교수 등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이 마치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이야기하는 듯한 장면을 AI로 생성한 영상이 자주 보이는데, 이는 실제 그런 전문가와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고 사람들을 속여 특정 제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광고다.

    10년 내 일자리 20~30%는 AI 자동화

    이러한 현상들은 AI가 더는 인간의 ‘보조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창작자’가 됐음을 보여준다. AI는 그간 특정 직종이나 산업군의 일부 업무를 자동화하는 보조 기술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2025년 오늘날 AI는 인간만의 창의성과 감성이 필요하다고 믿어온 영역까지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만화 콘티 구성부터 작곡, 소설 집필, 뉴스 기사 작성에 이르기까지 AI가 만든 결과물은 이미 인간의 것과 구별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 AI가 본격적으로 인간 일터를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 반복 업무나 정형화된 작업은 이미 AI 손에 넘어갔다. 고객센터 응대, 단순 정보 탐색, 보도자료 작성, 기초 코딩 같은 업무는 챗GPT나 클로드(Claude), 재스퍼(Jasper) 같은 AI 서비스가 빠르고 저렴하게 대체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내 전 세계 일자리의 20~30%가 AI 자동화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특히 언어와 문서를 기반으로 하는 직무들, 예를 들어 작가, 마케터, 번역가, 기자, 행정직 등은 AI로 대체될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일부 언론사는 AI로 작성한 기사를 송출하고 있다. 지방지를 중심으로 AI 기사가 증가하는 추세다. 회의록 요약, 보고서 작성, 코드 리뷰, 고객 응대, 제품 기획 등 과거 인간의 경험과 판단이 필요했던 영역들도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세상에 모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특정 업무를 대체하는 만큼 인간에게는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고 새로운 기회도 창출되고 있다. AI를 활용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AI 협업형 전문가(AI-collaborative professional)’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디자인업계에서는 AI가 제시한 100가지 시안을 바탕으로 인간 디자이너가 최적의 시안을 빠르게 결정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형 직무가 늘고 있다. 언론사에서는 AI가 작성한 기사 초안을 바탕으로 사실 검증에 집중하는 ‘저널리즘 큐레이터’가 생겨났다.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도 AI가 기본 코드를 생성하면 개발자는 이를 통합·검증하며 보안과 구조를 최적화하는 역할로 직무가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주로 해당 영역에서 경력을 갖춘 전문가들에게 돌아가다 보니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경험을 쌓아야 하는 취업준비생이나 신입 직원들은 일자리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능력 있는 전문가보다 AI를 잘 다루는 신입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 목도하는 일자리 변화는 ‘AI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로의 재편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AI 파장을 경계하는 능력 키워야

    생성형 AI보다 더 입체적인 작업을 자기 완결적으로 수행하는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본격 등장하면 AI를 다루는 사람마저 필요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어떤 AI 에이전트를 사용할 것인지 선택하고, AI 에이전트에게 명령을 내리며, AI 에이전트가 수행한 작업을 검증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간의 역량은 의사결정 능력과 판단력이다. 무슨 업무를 어떤 AI 에이전트에게 얼마나 위임할 것인지, AI의 작업에 언제 개입할 것인지, AI가 처리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등 우리는 앞으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AI가 가져올 파장을 경계하는 능력 역시 중요하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지만 그 작업이 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가 만든 뉴스가 특정 편향을 강화하거나 허위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문제는 여전히 인간의 감시와 책임이 필요한 영역이다. 

    AI는 분명 위협적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이 인간 일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니라 노동 형태를 바꾼 것처럼, AI 역시 인간 일자리를 없애기보다 일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AI가 만들어낼 세상을 막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성장할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내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보다 내 업무에 AI를 어떻게 쓸지, AI를 이용해 부족한 내 업무 전문성을 어떻게 키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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