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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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서울대공원 새끼 호랑이 ‘설호’ 첫 데뷔

[진짜임? 해볼게요] 생후 159일 시베리아 혈통 아기 호랑이에 시민들 환호

  • 과천=이진수 기자 h2o@donga.com

    입력2025-11-1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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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진짜임? 해볼게요’는 기자가 요즘 화제인 현상, 공간, 먹거리부터 트렌드까지 직접 경험하고 진짜인지 확인하는 리얼 체험기다.


    11월 11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서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새끼 호랑이 ‘설호’. 홍태식 

    11월 11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맹수사 호랑이 방사장에서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새끼 호랑이 ‘설호’. 홍태식 

    “나온다!” “저기 있다!”

    11월 11일 오전 10시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맹수사에서 연신 탄성이 쏟아졌다. 호랑이 방사장 대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이리저리 몸을 숨기는 새끼 호랑이 ‘설호’ 때문이다. 

    6월 6일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설호는 이날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 ‘펜자’와 함께 나온 순간부터 사람들 관심은 온통 이 활발한 새끼 호랑이에 쏠렸다. “(설호가) 너무 발랄해서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부모 어깨에 올라탄 아이가 열심히 스마트폰 촬영 버튼을 누르는 모습들도 보였다. 임신 9개월 차인 나수민 씨(28)는 남편 윤한석 씨(33)와 함께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다. 나 씨는 “어제 동물원에 오려다가 마침 오늘 설호를 공개한다고 해서 일정을 바꿨다”고 말했다.

    설호라는 이름은 서울시 설문·투표 플랫폼 ‘엠보팅’ 투표로 정해졌다. 서울대공원의 공식 슬로건인 ‘Together(서로) with Nature’와 발음이 비슷하고 눈을 좋아하는 호랑이의 습성도 연상케 해 인기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생후 159일 된 새끼 호랑이의 공식 데뷔 현장을 기자가 직접 찾았다.



    무한 체력 딸, 육아에 지친 엄마

    설호는 누런 털에 또렷한 줄무늬를 가진 시베리아 호랑이 암컷이다. 새끼지만 체중은 이미 20㎏이 훌쩍 넘는다. 엄마를 꼭 닮은 얼굴에 순한 눈빛을 지녔다. 현장에서 만난 신수연(30), 신선미 씨(34)는 조카 신윤진 양(1)에게 그림책에서만 보던 호랑이를 실제로 보여주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두 사람은 “호랑이가 생각보다 크고 움직임이 많아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설호가 민첩하게 움직이며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동안 펜자는 한쪽에 앉아 딸을 느긋하게 바라봤다. 체력 좋은 아이를 따라다니는 것이 벅찬 부모처럼 어딘가 지쳐 보였다. 설호는 엄마의 피로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원통형 종이 장난감을 앞발로 밀고 물어뜯으며 신나게 놀았다. 

    서완범 서울대공원 맹수팀장은 설호에 대해 “활발하면서도 겁이 많은 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활짝 웃으면서 “먹는 걸 무척 좋아해 엄마 밥을 뺏어 먹을 정도다. 혹시라도 모녀 사이가 틀어질까 봐 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설호는 단계별 예방접종을 마치고 건강하게 성장 중이라고 한다.

    서울대공원에서 새끼 호랑이가 태어난 건 3년 만이다. 특히 설호 엄마 펜자와 아빠 ‘로스토프’ 모두 호랑이로는 노령에 해당하는 15세라 설호의 탄생은 많은 이에게 놀라움과 기쁨을 안겼다. 여용구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은 “고령 개체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며 “소음에 예민한 호랑이의 특성을 고려해 임신 기간 펜자가 머무는 공간 주변에 생울타리를 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설호의 ‘할머니’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구조된 야생 호랑이로, 설호의 부모는 한국-러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2011년 5월 서울대공원에 왔다. 여 원장은 “근친 교배 확률이 높은 사육 환경에서 설호는 시베리아 호랑이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설호 부모 나이를 고려할 때 추가 출산이 어려운 만큼 설호의 존재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엄마 호랑이 ‘펜자’ 옆에서 딸 설호가 장난을 치고 있다. 홍태식

    엄마 호랑이 ‘펜자’ 옆에서 딸 설호가 장난을 치고 있다. 홍태식

    ‘제2 푸바오’ 될까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설호가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동물 아이돌’이 될 것인지에 쏠린다. 푸바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을 위해 보낸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자연 번식을 통해 태어났다. 이후 지난해 4월 중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국민적 사랑을 받았고, 그 영향으로 경기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방문객 수와 관련 매출이 급성장한 바 있다. 여 원장은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상징적인 동물로, 설호는 푸바오와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며 “이름을 지을 때부터 시민의 관심이 컸던 만큼 설호가 건강하게 자란다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개 첫날부터 설호를 보려고 몰려든 시민들의 관심이 향후 서울대공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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