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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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스위스 파산 고비 넘겼지만… “예상치 못한 부실 불거질 수도”

美 연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베이비스텝 ‘절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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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3-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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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9일(현지 시간) 스위스 정부와 국립은행은 기자회견을 열고 UBS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3월 19일(현지 시간) 스위스 정부와 국립은행은 기자회견을 열고 UBS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3월 22일(이하 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 기준금리는 기존 4.50~4.75%에서 4.75~5.0%로 올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 불안에 대응하는 절충적 조치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FOMC 회의를 앞두고 (금리) 동결도 고려했다”면서도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그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금리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에 어느 때보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SVB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대될 우려가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동성 위기를 미연에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았다. 연준이 당초 시장 전망처럼 베이비스텝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뉴욕 증시는 하락폭을 키웠다. 3월 2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1.63%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1.65%, 1.60% 내렸다.

    파월 연준 의장 “금리 동결도 고려했지만…”

    3월 22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3월 22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미 증시 약세에는 은행권 위기 대응에 대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묘한 태도 변화도 한몫했다. 옐런 장관은 같은 날 상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은행권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 예방 조치를 묻는 질문에 “포괄적 보험이나 예금 보증과 관련해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루 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은행연합회(ABA) 콘퍼런스에서 예금 전액 보증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미 금융당국의 행보에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유동성 위기로 한때 파산 경고음이 울리던 세계 9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UBS에 인수되면서 고비를 넘겼다. 자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CS의 파산을 막고자 스위스 정부와 국립은행(SNB)이 각각 1000억 달러(약 129조24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게 주효했다. CS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300억 스위스프랑(약 747조 원)이다. 국내 주요 은행과 비교하면 KB국민(517조6000억 원), 하나(487조4000억 원), 신한(454조4000억 원), 우리(441조 원), NH농협(400조1000억 원, 이상 지난해 9월 기준)보다 큰 규모다. SVB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2090억 달러(약 270조 원)로 한국으로 치면 6위 정도 규모였다.

    2008년 금융위기 ‘트라우마’에 떨던 글로벌 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리면서도 불안감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UBS가 CS를 전격 인수하면서 글로벌 금융 유동성 위기는 일단락된 것일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은 기본적으로 금리인상 기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위험 요소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세계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을 안정화하는 가운데 유동성 조달에 어려움이 생기는 섹터를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유동성을 제공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새로운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CS는 투자은행이라 그간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을 것”이라면서 “UBS의 인수 실사가 본격화되면 CS의 파생금융상품 거래에서 당초 예상하지 못한 부실이 확인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위험 요소 여전히 있다”

    미국 조야에선 연준을 위시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민주당 상원의원은 3월 19일 재무부, 연준,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감사관실에 “최근 파산한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대한 관리·감독 실태를 조사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워런 의원은 “(파산 은행의) 경영 부실은 입법부와 규제당국의 관리·감독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이미 4년 전부터 SVB의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했음에도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3월 1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2019년 1월 SVB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주의를 요구하는 문제(matter requiring attention)’가 있다고 통보했으나,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금융당국의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SVB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예금이 몰리면서 자산 규모를 늘렸다. 미 연방 하원 금융위원회는 3월 29일 FDIC 의장과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SVB 사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연준 책임론’은 은행 관리·감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파월 의장의 오판으로 연준이 물가 잡기에도, 금융시장 안정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장에 대거 유동성을 풀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2년 가까이 이어진 유동성 공급에 지난해 초 미국 물가상승률은 7%를 돌파했다. 뒤늦게 긴축에 돌입한 연준은 지난해부터 ‘자이언트 스텝’에 나섰다. 시장에서 자금줄이 빠르게 말라가자 벤처업계부터 직격탄을 맞았고, 그 결과 SVB가 파산한 것이다. 워런 의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에 대해 “인플레이션 대응과 은행 관리·감독에 모두 실패했다”고 비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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