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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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꼴통 ‘코트니 러브’ 법이 화났다

약물과 폭력 난동 4건으로 법정 기소 … 방탕한 생활 파산 여부 언론 도마에

  • LA=신복례 통신원 boreshin@hanmail.net

    입력2004-10-22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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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최악의 꼴통’은 누구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할리우드엔 스타만큼이나 말썽꾼도 우글댄다. 물론 후보도 많다. 로스앤젤레스 지역방송에는 자고 나면 밤새 말썽을 일으킨 스타들의 뒷이야기가 넘친다.

    연예전문 케이블방송인 E-TV에는 ‘검열되지 않은 명성(Uncensored Celebrity)’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파파라치 카메라를 통해 스타들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사생활을 들춰내는 프로다. 물론 인기가 높다. 술 마시고 주정하는 스타도 있고, 카메라에 침을 뱉거나 욕을 하는 스타도 있다. 길 가는 사람들과 싸우거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대들었다가 도망가는 스타도 있다. 술 마시면 제정신을 잃기로 유명한 힐튼호텔 상속녀 패리스는 LA의 한 클럽 앞에서 술에 취해 치마를 벗는 장면이 카메라 렌즈에 잡혔다.

    하지만 이 모든 스타들보다 한 수 위의 ‘원조 꼴통’이 있다. ‘가장 미친 것 같은 스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 거물이다. 바로 록가수 겸 영화배우 코트니 러브다.

    모두 유죄 인정 땐 최소 5년 복역

    수많은 기행과 일탈로 유명한 러브의 일화는 이제 할리우드의 가십 수준을 넘어섰다. 아니, 할리우드의 영역을 벗어났다. 그녀에게 가장 관심을 쏟는 건 이제 팬들이나 미디어가 아니라 엄격하고 보수적인 미국의 ‘법’이다.



    최근 러브는 다시 미디어의 집중 추적을 받고 있다. 파파라치 카메라나 연예잡지 따위가 아니다. 뉴욕타임스, LA타임스 등 특급 정론지가 러브를 따라다니고 있다. E-TV가 아니라 법률전문 방송인 Court-TV가 그녀를 밀착 커버하고 있다.

    LA타임스는 9월27일자에서 러브와 한 와이드 인터뷰를 연예 섹션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주류 언론이 러브와 공식 인터뷰를 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LA타임스는 베벌리힐스에 있는 러브의 자택에서 4시간 동안 인터뷰를 해 최근 그녀의 속내와 여러 의혹들에 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또 AP통신은 러브가 뉴욕에 있는 아파트의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처지라고 긴급 타전했다. 미국 내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받아 앞다퉈 보도했다. 요지는 이렇다. 뉴욕의 고급주택가인 소호의 크로스비가에 위치한 러브 소유의 럭셔리 콘도에 두 달치 대출 상환금이 밀려 있다는 것. 밀린 금액은 5611달러. 연간 저작권 수입만 300만 달러에 달하는 ‘돈 많은 미망인’인 러브가 이 정도의 푼돈을 못 낼 정도로 궁핍한 지경에 몰렸다는 사실에 미디어들은 흥분했다. 특히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 4월에도 상환금을 연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기사가 잇따랐다.

    이 콘도는 2001년 러브가 264만 달러를 선지급하고 산 주택이다. 당시 매입가격은 300만 달러로 52만 달러를 2년치 모기지론으로 끼고 구입했다. 그동안 부동산 활황을 타고 집값이 올라 현재는 50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들은 방탕한 생활과 줄줄이 이어진 법정싸움으로 러브가 파산할 지경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며 앞다퉈 심층취재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주류 미디어들의 관심은 러브의 사생활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할리우드의 견고한 울타리 안에 숨어 있던 스타의 사생활이 ‘민간인들의 무대’로 나오게 된 것이다. ‘법정 리얼 드라마’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 이만큼 흥미로운 스토리도 없다. 주류 언론이라 해도 다를 게 없다.

    러브는 현재 4건의 사건으로 법정에 기소된 상태다. 약물 관련 1건에 폭력과 난동 혐의 3건이다. 한번 살펴보자.

    △약물〓처방전 없이 환각 작용이 있는 진통제를 다량 보유한 혐의. 이전 두 건의 마약 관련 재판 기록이 있어 가중처벌 조항에 의거, 중범으로 기소됐다.

    △난동〓7월27일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당시 애인이던 록가수 짐 바버의 집에 유리창을 깨며 불법침입을 시도한 혐의다. 검찰과 ‘플리바겐(유죄 인정거래)’을 통해 징역형을 간신히 면했다. 대신 징역형 기간만큼인 18개월간 약물 재활프로그램의 강제 이수를 선고받았다. 10월부터 시작되는 선고명령에 따르면, 러브는 18개월 동안 술이나 약물을 접할 경우 즉각 체포돼 실형을 살게 된다.

    △폭력1〓10월7일 인정신문. 4월, 전 애인 집에서 함께 있던 한 여성의 머리를 유리병으로 내려친 혐의다. 러브는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강변했지만 목격자가 4명이나 돼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보인다. 8월23일 1차 인정신문에선 무죄를 주장해 양쪽 증인이 모두 출석한 가운데 2차 법정신문을 받는다.

    △폭력2〓이번엔 뉴욕 법정에 서야 한다. 3월 나이트클럽 공연 중 야유를 한 남성팬에게 마이크 스탠드를 집어던진 혐의다. 피해자는 이마가 깨졌다. 정황과 증거가 너무 뚜렷해 정상참작의 여지는 전혀 없다. 클럽 공연 전 출연했던 ‘데이비드 레터먼쇼’에선 토크쇼 도중 갑자기 데스크 위에 올라가 윗옷을 걷어올리는 깜짝쇼를 벌이기도 했다.

    진행 중인 재판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되면 러브는 최소 5년 넘게 교도소에서 살아야 한다.

    ‘너바나’ 리드싱어 코베인 미망인

    잘 알려진 대로 러브는 전설적인 펑크록 그룹 ‘너바나’의 리드싱어 커트 코베인의 미망인이다. 코베인은 1994년 엽총으로 자살했다. 그러나 너바나의 팬들은 코베인이 타살됐다며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해왔다. 당시 정황상 타살 흔적이 뚜렷한데도 경찰이 서둘러 자살로 처리했다는 것. 이들은 코베인이 죽기 전 러브가 상속인으로 명시된 유언장을 바꾸려 했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러브에게 해명을 요구해왔다.

    이뿐 아니다. 러브는 2건의 ‘미스터리 사망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코베인이 죽은 지 두 달 후에 당시 러브가 리더였던 록그룹 ‘g홀’의 막내 멤버인 크리슨 파프가 집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당시 언론들은 파프가 러브의 독선적인 팀 운영에 넌덜머리를 내고 떠나려 했다는 진술에 근거해 그녀의 죽음에 러브가 연관됐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3년 뒤인 97년엔 엘든 호크라는 무명가수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그는 ‘코트니 러브가 나를 찾아와 코베인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고 떠들었던 장본인이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흐지부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당시 러브는 변호인단을 통해 의혹을 전하는 언론과 증인들에 대해 줄지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했다. 10년이 지나고 러브가 다시 뉴스의 인물로 떠오르자 당시 묻혔던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러브에겐 코베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하나 있다. 올해 15살이 된 프란세스. 하지만 러브는 딸을 만날 수 없다. 마약 남용으로 양육권을 잃었기 때문이다. 두 차례 소송했지만 법정은 엄마로서 그녀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프란세스는 두 차례 입양을 거쳐 러브의 두 번째 의붓아버지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러브는 인터뷰 때마다 “딸을 사랑한다. 보고 싶다”며 눈물을 쏟았지만, 프란세스는 ‘엄마’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

    러브의 주변에는 친구도 없다. 그녀의 징그러울 정도로 강한 집착과 독선에 질려 사람들이 모두 떨어져나갔기 때문이다. 러브의 소송을 대행하는 변호사와 에이전트조차도 공개적으로 ‘문제아’라는 비난을 감추지 않는다.

    그동안 러브를 그나마 지탱해주었던 건 ‘돈’이었다. 코베인의 사망으로 3000만 달러가 넘는 유산을 상속받았다. 매달 들어오는 저작권료와 앨범 판매 수입만 수백만 달러다. 하지만 그녀의 주머니는 텅 비어가고 있다. 지난 5년간 소송비용으로 쓴 돈만 얼추 1500만 달러가 넘는다. 양육권 소송과 마약재판 2건을 대행했던 변호사 그룹에는 아직 수임료를 지불하지 못해 강제 집행명령까지 내려진 상태다. 앞서 뉴욕의 콘도와 베벌리힐스 저택 등 몇 건의 부동산이 있지만 빚을 갚고 나면 남는 게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러브가 올해 초 야심차게 내놓은 새 앨범의 제목은 공교롭게도 ‘America’s sweetheart’다. 잡히지 않는 희망을 담았겠지만, 이미 러브는 ‘미국인들의 골칫덩이’가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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