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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가을방학 정바비의 음악세상

‘얼터너티브’ 아이러니에 지갑 연 이유

너바나의 ‘Nevermind’ 발매 20주년

  • 정바비 bobbychung.com

‘얼터너티브’ 아이러니에 지갑 연 이유

‘얼터너티브’ 아이러니에 지갑 연 이유
“황금시간대에 한 시간만 대담하자.” 얼마 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요즘 화제인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 출연 의사를 밝히며 했다는 말이다. ‘나꼼수’ 애청자라면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스마트폰 사용자의 자발적 구독(subscription) 혹은 컴퓨터 다운로드 방식으로 청취가 이뤄지는 팟캐스트라는 미디어의 특성상 애초에 ‘황금시간대’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미디어나 애티튜드가 기존 세계관과 충돌하면서 일어난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다.

상황이나 구도는 좀 다르지만, 1990년대 초 미국 시애틀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소위 ‘그런지(Grunge) 음악’열풍이 불었을 때도 비슷한 후일담이 있었다. 그런지는 음악에서나 패션에서나 저예산 특유의 ‘후줄근함’이 특징이었지만, 여기에 ‘시애틀 출신이면 일단 계약하고 본다’는 식으로 메이저 음반사가 자본을 투입하면서 웃지 못할 코미디가 벌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펑크밴드 머드허니의 회고다.

“그 사람들은 한 곡 녹음하는 데 무려 2만 달러를 주더군요. 그 돈 받고 친구네 작업실에서 단돈 164달러로 녹음했죠.”

‘얼터너티브’ 아이러니에 지갑 연 이유
그런지 음악 열풍의 도화선이었던 너바나의 ‘Nevermind’ 발매 20주년을 기념하는 음반이 나왔다. 재발매의 필수 코스인 리마스터 버전은 물론, 라디오 리허설과 라이브 버전 등 CD 4장에 50곡을 담은 알찬 구성이다. 그런데 앨범에 실린 곡을 여러 버전으로 비교해 듣다 보면, 그 당시 성난 십대의 반란으로 여겼던 이 대안(Alternative) 록의 명반이 1급 프로듀서가 잘 다듬은 메인스트림 록 음반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감성은 비주류였지만 사운드를 세공해낸 포장방식은 주류 논리를 따랐던 셈이다.

20년 전 프로듀서였던 부치 빅에 따르면,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은 이런 매끈한 프로듀싱, 특히 오버더빙(over dubbing)을 비롯한 스튜디오 기술에 강하게 반발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코베인이 원했던 대로 자연스러운 라이브 사운드를 재현했다면 ‘Nevermind’가 과연 그처럼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이 무렵 함께 그런지 음악 열풍을 견인했던 펄잼, 사운드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의 대표작이 알고 보면 모두 주류 음반사가 고용한 A급 프로듀서와 함께 정교하게 다듬어낸 앨범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코베인은 ‘Nevermind’ 작업 내내 비틀스의 음반을 끼고 살 정도로 팝을 사랑했고, 자기 노래가 너무 ‘팝’적이라 동료의 비웃음을 살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얼터너티브’ 아이러니에 지갑 연 이유
적잖은 시간이 지난 지금 ‘Nevermind’의 성공을 다시 찬찬히 복기하다보면 문득 이런 결론에 이른다. 대중음악이란 본질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인 거라는. 우리는 새로운 목소리에 열광하면서도 결국은 잘 세공된 사운드와 귓가에 친숙한 멜로디에 지갑을 여는 것이다. 어쩌면 보수 여당 대표와 ‘편파적인’ 팟캐스트의 만남 같은 극적인 해프닝은 정치나 미디어 영역뿐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취향 안에서도 벌어지는지도 모르겠다.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



주간동아 2011.10.31 810호 (p6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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