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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의 놀라운 편집의 힘

한 번 듣고 느낌이 ‘팍’ 매력적인 슬로건 없나

세종시와 뉴욕의 차이점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한 번 듣고 느낌이 ‘팍’ 매력적인 슬로건 없나

한 번 듣고 느낌이 ‘팍’ 매력적인 슬로건 없나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도시 슬로건으로 내세운 순천시의 순천만 갈대밭 풍경.

세종시는 충남 공주시 연기군 일원에 건설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다. 시 이름은 조선 제4대 임금 세종대왕에서 따왔다. 세종시를 짓는 행정 주체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건설청). 건설청은 도시 조성 목적으로 ‘우리의 행복도시’ ‘누구나 살고 싶은 세계적 모범도시’라는 추상적 미사여구를 늘어놓았다. 공무원이 관행적으로 내세우는 관변적 발상이 묻어난다.

단일 개념이 없으니 국민적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종시는 탄생 초기부터 정치적 논란을 빚었고, 지금도 그 존재감을 국민에게 단순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허허벌판에 세운 공공기관 건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의 촌락만 꾸며놓는다면 세종시 미래는 밝지 않다. 누구라도 거주하고 싶은 매력적인 신개념을 추가해야 한다.

한국 도시 가운데 홍보 콘셉트를 제대로 잡아 유명해진 지방자치단체는 전남 순천시다. 순천시의 도시 브랜드는 ‘대한민국 생태수도’다. 한국 도시 대부분이 행복, 교육, 문화, 관광, 복지, 역사, 산업 등의 복합 개념을 동시에 내세우는 데 비해, 순천시는 광활한 갈대밭을 낀 순천만을 내세워 ‘생태도시’라는 발전 전략으로 일관한다.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은 사계절 국민 답사코스가 됐다. 바다와 갯벌이 어우러진 철새 도래지인 이곳의 2010년 관광객은 300만 명이었다.

순천시를 화제로 올리면 순천만이 떠오르고 청정습지, 에코투어, 남도한정식 같은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순천시는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 ‘살아 있는 바다’를 내세운 인접 자매도시 여수시의 2012년 여수엑스포 이벤트와 잘 어울린다. 미래 도시는 대부분 친환경 생태도시, 녹색성장 자족도시를 꿈꾼다. 순천시는 자신의 특장점을 잘 살린 도시 마케팅으로 ‘대한민국 생태수도’라는 비전을 향해 줄달음친다.

뉴질랜드의 관광국가 슬로건은 ‘100% 퓨어(PURE)’로, 훼손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남반구 자연경관을 내세운다. 세계인이 청정무구한 별천지로 떠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국가가 뉴질랜드다. 거대 국가 오스트레일리아의 인접 소국으로서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극대화한 매력적인 슬로건이다.



말레이시아의 슬로건은 ‘말레이시아, 트룰리 아시아(Malaysia, truly Asia)’. 우리말로 하면 ‘말레이시아, 진정한 아시아’다. 말레이시아는 관광지로서의 잠재성이 중국, 태국, 싱가포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슬람 국가로 국가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2007년을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로 정하고 이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후 말레이시아의 관광 수입은 4배로 뛰어올랐다. 슬로건이 아시아적 신비함을 체험하고픈 서구인에게 말레이시아로 떠나고픈 욕구를 한순간에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한국의 국가 슬로건은 ‘다이내믹 코리아(Dyna mic Korea)’다. 하지만 넘치는 활력보다 가변성을 뜻하는 불안정한 이미지가 더 강해 현재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교체를 고려 중이다.

국가나 도시 슬로건은 첫째, 핵심 콘셉트가 잘 드러나야 한다. ‘다이내믹’이라는 형용사는 한국적 콘텐츠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 연상할 수 있는 상징과 내용물도 없다. 첨단 정보기술(IT)과 멋진 디지털 제품을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둘째, 자신만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대한민국만 보유한 뭔가를 찾아내 언어적으로 형상화해야 한다. 일순간 낯설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와야 한다. 셋째, 남들이 발음하기 좋아야 한다. 이름은 내 것이지만 내가 쓰지 않는다. 타인인 소비자가 말하고 싶고, 또 쉽게 따라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슬로건이나 브랜드는 내 눈높이가 아닌, 타인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I ♥ Newyork’이라는 글자가 적힌 티셔츠를 세계인이 입고 싶어 하지 않는가.



주간동아 793호 (p45~45)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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