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0

2011.06.07

방사능 유출 공포와 충격 원전을 어찌할꼬

원자력 딜레마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1-06-07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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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능 유출 공포와 충격 원전을 어찌할꼬

    김명자 지음/ 사이언스북스/ 432쪽/ 2만 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와 4호기에서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렸다. 폭발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른다. 자위대는 헬기를 동원해 물을 뿌려댄다. 지상에서는 특수 소방차를 동원해 바닷물을 쏟아붓는다. 그럼에도 방사성 물질이 하늘로, 바다로 대량 유출됐다. 공포가 스멀스멀 엄습해온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 지방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우리 국민은 물론, 지구촌에 엄청난 방사능 공포와 충격을 안겼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현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원자력이 과연 현재와 미래를 이을 차세대 에너지인가. 아니면 폐기해야 할 미완(未完)의 기술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저자는 “원자력은 궁극적인 미래 에너지도, 당장 폐기해야 할 악마 에너지도 아니다”라며 “원자력에 대한 맹목적 공포나 비판 없는 찬양은 모두 원자력에 대한 물신화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흔들리는 원자력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편견 없이 다룬다.

    날짜와 시간별로 꼼꼼히 정리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일지는 무척 생생하다. 이어지는 원자력 공포의 기원과 미국 스리마일 섬, 그리고 구(舊)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기록은 두려움 그 자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까지 원자력은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건설을 수주하며 원전 강국임을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지켜본 국민 사이에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저자는 그러나 “현재 사정상 원전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 마땅치 않다”며 “지금부터라도 원자력의 필요성과 한계를 아우르면서 ‘원자력 딜레마’를 풀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자로 수명 연장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또 2016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르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즉 사용 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걱정이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공론화는커녕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그래서 ‘에너지 리더십’이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처럼 원전 문제를 외면하면 앞으로 엄청난 논란과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원전 부근에서 태어난 귀 없는 토끼가 세상을 경악케 했다. 비가 내리거나 동쪽에서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은근히 신경 쓰인다. 본격적인 태풍 철이 다가오면서 방사성 피폭 걱정도 크다. 기상청에선 “동풍이 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불안을 내려놓기 힘들다.

    저자 스스로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다양한 자료와 높은 식견으로 원자력 딜레마를 정확히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1978년 원전 운영을 시작으로, 올 3월 기준 총 21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다.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34.1%에 달하는 세계 5위의 원자력 대국이다. ‘징검다리 에너지’인 원자력의 안전한 미래는 지금 우리 모두의 관심과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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