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국민 여동생? 왕부담 그냥 솔로 가수로 봐주세요”

연예계 뉴 아이콘으로 뜬 가수 아이유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국민 여동생? 왕부담 그냥 솔로 가수로 봐주세요”

“국민 여동생? 왕부담 그냥 솔로 가수로 봐주세요”
똘망똘망하고 당차다. 2010년 12월 26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SBS 인기가요’의 사전녹화를 마치고 나온 아이유(18·본명 이지은)를 만나자마자 스치는 생각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공개홀 내 카페테리아에 자리를 잡았다. 들뜬 표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딸기 맛 프렌치 파이가 들어왔네” 하며 매니저의 팔꿈치를 잡고 사달라고 조르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다. 파이 상자를 신나게 뜯더니 기자에게 하나를 건네며 인터뷰 중 먹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한다. 그러고는 이내 파이를 오물오물 맛있게 베어 먹는다. 애교가 넘치면서도 경우가 바르다. 이 알 듯 말 듯 오묘한 매력의 소녀는 지금 대중문화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인 가수 아이유다. 아이유는 I와 U(You)의 합성어로 ‘너와 내가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아이유는 12월 9일 미니앨범 ‘리얼(Real)’ 발표 후 타이틀곡 ‘좋은 날’로 지상파 방송 3사 가요프로그램은 물론 온·오프라인 음악차트 1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유에게 “요즘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물었다.

“정말 감사드리지만 한편으로는 겁도 나요. ‘언젠가는 뜨겠지’ 했지만 이렇게 빨리, 갑자기 뜰지는 몰랐거든요. 다행인 점은 데뷔하자마자 잘된 건 아니라는 사실이죠. 주변분들이 많이 도와줘서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이번 타이틀곡 ‘좋은 날’ 자체가 좋았고, 예능프로그램 ‘영웅호걸’ 덕도 많이 봤어요. 예전보다 TV에 많이 나오니까 팬들이 친근하게 느끼고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자신의 인기를 다른 사람들 덕분이라고 말할 줄 아는 이 소녀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스타가 아니다. 2008년 9월에 데뷔해 2년 넘게 꾸준히 활동해온 아이유는 햇수로 4년 차 되는 가수다.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번 앨범은 세 번째 미니앨범으로 이전까지 1장의 정규앨범과 2장의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갑자기 뜬 인기에 어리둥절 그러나 4년 차 가수



아이유가 ‘좋은 날’을 선보이자마자 인터넷상에서는 ‘아이유 3단 고음’이라는 검색어가 유행했다. 3단 고음이란 아이유가 ‘좋은 날’ 후반부 3옥타브 미에서 시작해 파, 파#으로 한 음씩 올려 부르는 것을 뜻한다. 누리꾼들은 3단 고음에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이나 영화 ‘쿵푸허슬’ ‘가루지기’ 등의 장면을를 조합해 패러디물을 만들어냈다.

아이유는 “인터넷에 올라온 나와 관련한 글은 거의 읽기 때문에 패러디물도 다 챙겨봤다”고 말했다. 악플까지도 읽는다니 강심장이다.

“데뷔한 지 2년이 넘다 보니 악플을 읽고 잊어버리는 법을 배웠어요. 도움이 될 때도 많아요. 제가 너무 들떠 있을 때 악플을 보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거든요.”

팬층도 다양해졌다. 이전에는 10대 팬이 많았다면 이제는 삼촌팬, 아저씨팬도 크게 늘었다. 아이유는 “촬영차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젊은 분들은 물론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나를 알아본다”며 웃었다. 하지만 ‘국민 여동생’이라는 호칭은 아직까지 부담스럽다.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그동안 국민 여동생으로 불린 분들은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기부도 많이 하고, 한마디로 완벽한 분들이잖아요. 저랑은 거리가 멀어요.”

아이유는 현재 SBS ‘영웅호걸’에 출연 중이다. 12명의 여자 연예인이 미션을 수행하고 인기 순위를 정하는 프로그램인데, 여기서 아이유의 똘똘하고 귀여운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난다. 출연자들이 기업에 입사한다고 가정하고 전문 면접관 앞에서 모의 면접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을 동물에 비유하겠는가”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아이유는 재치 있게 “나는 침팬지다. 시키면 뭐든 잘하고 재주도 잘 부리기 때문”이라 대답했다. 다른 출연자가 긴장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던 것과 달리, 아이유는 순발력 있게 구체적인 답변을 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각종 예능,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가 노래를 청하면 기타를 치며 척척 노래를 뽑아낸다. 잘나가는 뮤지션이나 선배 앞에서도 결코 주눅 드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건방지거나 겉멋 든 10대처럼 비치지도 않는다. ‘영웅호걸’ 박성훈 PD는 “아이유는 옆집 딸 같다”며 “귀엽고 애교가 많으면서도 예의가 바르고 주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전했다. 아이유의 부모님은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부모님은 굉장히 엄격하면서도 개방적이세요. 예를 들어 가수 활동을 하기 전에는 통금 시간이 오후 6시라 무조건 그 안에 집에 들어가야 했는데 대신 그 시간만 지킨다면 제가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상관하지 않으셨어요. 어릴 적부터 ‘약속을 잘 지켜라’ ‘거짓말을 절대 하지 마라’고 강조하셨어요. 이런 교육을 받다 보니 저도 겉치레, 아부 등은 잘 하지 않아요.”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며 생각하더니 ‘이것도 있구나’ 하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주 어릴 때는 부모님이 바쁘셔서 할머니 손에 자랐어요. 남동생이랑 저랑 알아서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어른 흉내를 꽤 냈던 것 같아요.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거든요. 또 할머니랑 지내서 그런지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아요. 차라리 저를 어리게 볼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 조금 철없고 서툴게 행동해도 좋게 봐주시겠지 싶어 더 편하고 솔직하게 행동하게 되죠. 어떤 때는 또래보다 편한걸요.”

아이유는 가수로 데뷔하기 전까지는 모범생에 가까웠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전교회장을 했고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아이유의 어머니는 딸이 외교관이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가수가 되겠다’는 아이유의 고집에 두 손을 들었다. 머리가 좋을 것 같다고 말하자 아이유는 “그렇지 않다”며 “공부는 노력한 만큼 나오는 거다. 기억력은 좋은 편이라 어디서 들은 걸 안 잊어버려서 똑똑해 보일 순 있지만, 나는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타입이다”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었다.

“국민 여동생? 왕부담 그냥 솔로 가수로 봐주세요”
나는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타입인데…

현재 동덕여고 2학년인 아이유는 바쁜 방송 활동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조퇴 처리를 하지만 그래도 아침에 학교에 들러 출석 체크는 꼭 하려고 한다.

“차를 타고 촬영하러 가다가 때마침 하교 시간에 학교 앞을 지날 때가 있어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평범한 학생처럼 지냈잖아요. 아무래도 아는 즐거움이니까 더 그립기도 하고 외로울 때도 있어요.”

올해 3월이면 3학년에 올라간다. 하지만 아이유는 당분간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작정이다. 1년간 공부에만 매진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대학에 들어가도 열심히 다닐 수 없을 것 같기 때문. 요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3~4시간일 정도로 강행군하고 있다. 그래도 독서와 일기쓰기는 틈나는 대로 하려고 애쓴다.

“엄마가 어릴 적부터 일기쓰기와 독서 습관을 잘 들여주었어요. 일기는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쓰는데, 정 못 쓸 것 같으면 아이폰에 짧은 메모라도 남겨요. 독서도 자주 하려고 해요. 선생님들이 ‘공부는 못 해도 책은 읽어야 한다’며 자주 책 선물도 해주세요.”

좋아하는 책의 장르는 소설과 에세이집. 특히 여행·포토 에세이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작가는 공지영. 최근 박광수 작가의 ‘참 서툰 사람들’을 인상 깊게 읽었다.

얼마 전, 아이유가 중학교 2학년 시절 응시한 JYP 오디션 영상이 인터넷상에 떠돌며 화제를 모았다. ‘어떻게 박진영은 아이유를 떨어뜨릴 수 있나’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누리꾼이 상당수였다. 아이유는 대형 기획사를 포함한 여러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20여 차례 봤다.

“에휴, 창법도 흔하고 목소리도 개성 없고 얼굴도 평범하고…. 제가 생각해도 많이 부족했어요. 오디션 봤을 때의 기억이 또렷한데 예쁜 사람도 참 많았어요. 아, 한 오디션에서는 제 바로 뒷번호 응시생이 ‘카라’의 구하라 언니였어요. 어찌나 예쁜지 넋을 놓고 봤어요. 저는 까무잡잡한 얼굴에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거든요.”

그래도 신기하게 자신감을 잃거나 포기하고 싶다고 느낀 적은 없다. 오디션에서 연이어 탈락해도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믿음이 있었다.

“가수가 안 될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초조하지도 않았어요. 아, 저는 누가 저를 평가하려고 할 때 오히려 더 강한 자신감이 생겨요. 그래서인지 매번 떨어져도 오디션이 재밌었어요.”

아직도 무한한 음악 잠재력 … 연기에도 도전장

“국민 여동생? 왕부담 그냥 솔로 가수로 봐주세요”

18세 소녀 아이유는 요즘 가요,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까지 장악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오디션 영상을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면접관이 노래 말고 다른 장기 없느냐고 묻자 아이유가 크게 동요치 않고 ‘없다’고 대답하는 장면. 아이유는 발라드 곡 ‘미아’로 데뷔한 이후 귀엽고 발랄한 곡 ‘Boo’ ‘마쉬멜로우’ 등으로 타이틀곡 스타일을 바꿔왔고, 그에 따라 퍼포먼스도 적극적인 방향으로 변해왔다. 하지만 또래 걸그룹 가수들의 화려한 댄스나 퍼포먼스와 비교하면 아이유는 노래에 집중한다고 말하는 게 좀 더 정확하다. 아이유는 걸그룹과 비교하며 자신의 가창력을 높게 평가하는 시선에 대해 “각자 할 수 있는 게 다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대중가수가 무대에 섰을 때는 보는 이의 눈도 만족시켜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미아’를 부르는 제 모습을 보면 무표정으로 3분 내내 노래만 하는데 정말 재미가 없더라고요. 슬픔을 표현해야 하는 노래인데 표정에 그 감정이 담기지 않았어요. 근데 ‘Boo’를 부르면서 귀여운 콘셉트로 바꾸고 난 후 사람들이 봐주기 시작하더라고요. 무대 연기도 중요해요.”

예능 프로그램이나 콘서트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아이유는 기타를 치며 다른 가수의 노래를 어쿠스틱하게 편곡해 불렀다. 아이유는 기회가 될 때마다 하고 싶은 음악을 선보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동경하는 가수는 영국의 코린 베일리 래와 한국의 하림. 아이유는 “자신에게 딱 맞는 노래를 부르고 대중이 인정까지 해주는 그들이 멋있다”며 “이제는 하고 싶은 음악과 보여주는 음악의 차이에서 오는 딜레마에 대해 나름 생각이 정리됐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고집한다 해도 완벽하게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잔소리’나 ‘좋은 날’을 부르다 보니 제게 업 템포의 노래도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전 제 목소리가 중저음이라 우울한 노래만 어울릴 거라고 단정지었거든요.”

언젠가는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대중에게 들려주겠다는 각오로 중학교 시절부터 작곡 공부도 틈틈이 하고 습작해왔다. 그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면서도 “트랙 수가 많은 정규 앨범을 내게 되면, 아무도 안 듣는다는 10번째 트랙이나 인트로에라도 싣고 싶다”며 웃었다.

아이유의 재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뮤지션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번 앨범 작업에 참여한 윤종신, 윤상을 비롯해 유희열, 성시경 등은 방송을 통해 ‘아이유 사랑’을 공공연히 밝혔다. 이런 평가에 아이유는 “부담도 되고 힘도 된다. 내가 자칫 뭘 해야 하는지 잊고 있을 때, 그런 평가를 들으면 정신이 확 든다”고 감사를 표했다.

2011년에도 아이유는 정신없이 한 해를 보낼 것 같다. 2011년 1월 3일 방영하는 KBS 드라마 ‘드림하이’ 촬영에 들어간 상태. 이 드라마에서 아이유는 소름 끼칠 정도로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17세 김필숙 역을 맡았다.

“연기가 처음이라 조심스럽지만, 가수에 대한 이야기고 대사보다는 노래 부르는 장면이 많아 용기를 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드라마까지, 이것저것 다 하느라 뮤지션의 길을 잃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도 있다. 하지만 아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밝혔다.

“아직까지 제가 뮤지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제가 뮤지션인 척하느라고 불러주는 곳에 가지 않는 것도 건방진 일이잖아요. 또 뮤지션이라 해서 예능에 나가 망가지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요. 사실 이것저것 다 하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그저 단순하게 찾아주시면 감사히 달려가겠다, 그런 마음이에요.”

18세의 이 소녀는 인기에 대해 연연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인기는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하루아침에 특별하게 만들어버리잖아요. 제가 1위를 했을 때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주변에서 다 상황을 만들어주고 저는 시키는 대로만 하는데 제가 너무 좋게 비치니까요. 또 언젠가는 실망시키지 않을까 두렵기도 해요. 진짜 제 모습으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싶어요. 대한민국 여자 솔로 가수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주간동아 2011.01.03 769호 (p76~79)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40

제 1240호

2020.05.22

“정의연이 할머니들 대변한다 생각했던 내가 순진했다”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