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8

2009.08.11

의약품 들고 쪽방촌 찾는 기특한 손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8-05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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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약품 들고 쪽방촌 찾는 기특한 손
    매주 일요일이면 서울 종로구 쪽방촌을 찾는 이들이 있다.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집집마다 필요한 의약품을 나눠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따뜻한 젊은이들. 이제 쪽방촌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더 그들을 기다린다. “처음에는 섬마을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멀다보니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됐어요. 그게 쪽방촌 봉사활동이죠.”

    2005년 결성된 전국 약대 연합동아리 ‘늘픔’. 이들이 바로 쪽방촌 사람들이 반기는 주인공이다. 늘픔은 ‘더 나은 곳을 향해 나아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전북 군산에서 엿새간의 의료 봉사활동을 마치고 막 돌아와 피곤할 법도 한데, 늘픔의 회장 류우리(24) 씨의 목소리는 기운찼다.

    “처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가방에 약을 잔뜩 담은 뒤 무작정 찾아갔죠. 그랬더니 쪽방촌 분들이 ‘뭐야, 뭐야’ 하며 몰려들었고 약을 몽땅 가져가셨어요. 그래서 그 다음에는 한 집씩 방문하며 직접 나눠드렸죠. 차트도 기록하고 쪽방촌 지도도 직접 손으로 그렸어요. 골목이 복잡해 집을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늘픔 회원들은 쪽방촌 봉사를 하면서 겪었던 가슴 찡한 일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진다고.

    “한번은 쪽방촌에 사는 아저씨에게 소원을 여쭤봤더니 ‘평생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며 사진 찍는 게 소원이라는 거예요. 다음 날 친구랑 찾아가 사진을 찍고 현상해서 갖다드렸죠. 술 취해 주무시다가 저희를 맞이하셨는데 사진을 받아들고 무척 좋아하셨어요. 뭉클했죠.”(류우리 씨)



    “어머니가 그분들에게 드리라고 반찬을 싸주셨는데 반찬통 맨 아래에 5만원이 들어 있었어요. 그분들을 위해 넣어두신 거더라고요.”(윤민준 씨)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아 의약품을 마련하지만, 경기침체 탓에 후원이 많이 줄어 걱정도 늘었다. 얄팍해진 후원과 쪽방촌의 막막한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고 중도에 그만둔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모두가 더불어 건강한 세상,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약대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정수연 씨)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은택(서울대 정치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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