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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판도라 상자, 들끓는 교단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성적 판도라 상자, 들끓는 교단

성적 판도라 상자, 들끓는 교단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지역별 초·중·고생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교육특별시’라 불리는 서울시교육청은 기초미달 학생 최다라는 불명예를 안은 반면 경북 울릉, 강원 양구는 시골이라는 편견을 깨고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상자가 열리자 아전인수식의 해석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그것 보라며 “평준화 탓에 학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졌으니 이제 평준화 교육을 제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시험 점수 1점을 올리기 위한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 인성이 중요한 초등학생까지 획일화된 답을 말하는 시험기계로 만들려고 하는 등 학교가 시험을 위한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시도교육청은 이런 해석을 들을 겨를도 없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야단법석이다. 당장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3월부터 학업성취 향상도를 교장, 교감 평가에 반영해 인사와 연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뒤질세라 광주시교육청도 ‘기초학력 부진 학생 제로화 원년’을 선언하고, 다른 시도교육청도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번 결과의 진정한 승자는 자기 지역의 낮은 학력에 실망한 학부모도, 괜스레 의기소침해진 학생도, 학업성취도 결과에 당황스러워하는 시도교육청과 학교도 아닐 터. 남몰래 웃고 있을 학원가일지 모른다.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지역별 학군 줄 세우기가 현실화했다. ‘공부 못하는 동네’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 부모들은 사교육에 눈이 더 많이 간다. 비록 안 좋은 학군에 살고 있을지라도 ‘내 자식만은…’ 하는 마음으로 사교육이라는 마약에 더욱 의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학생들 못지않게 시도교육청 간에도 치열한 점수 올리기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벌써부터 그 부작용이 나타났다.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한 전북 임실이 평가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된 것. 부실한 학업성취도 평가에 교육청의 욕심이 곁들여진 탓에 애꿎은 학생들만 상처받았다.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학교교육 정상화’라는 희망을 찾는 것은 정녕 요원한 일일까.



주간동아 2009.03.03 675호 (p12~12)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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