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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It-Week | 열아홉 번째 쇼핑

이것이 바로 잇백!

Ceci est un IT BAG,

  • 김민경 holden@donga.com

이것이 바로 잇백!

이것이 바로 잇백!

패셔니스타로 손꼽히는 변정수 씨가 ‘이것이 바로 잇백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가방을 들고 있습니다. 사실 캔버스천에 그려진 가방이 이 브랜드의 ‘잇백’이랍니다. 앞쪽의 빅백은 지미 추의 이번 시즌 ‘잇백’인 SKY입니다. ‘팔찌’를 한 이 커다란 가방은 정말 스타일리시하네요.

김희애 송윤아 등 많은 톱스타들의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한 정윤기 씨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아이템은 가방”이라고 말합니다.

“톱스타들이 특정한 백을 든 모습이 노출되면, 즉각 판매가 늘어나요. ‘솔드아웃(완전 매진)’되는 일이 드물지 않아요.”

약속이나 한 듯 ‘다른 건 몰라도 가방은 좋은 것을 갖는다’는 여배우들의 인터뷰 때문인지―그러나 가방만 좋은 것을 챙기는 여배우란 좀 이상하죠?―옷에 비하면 활용성이 큰 아이템이기 때문인지 많은 여성들이 가장 욕심내는 액세서리로 가방을 꼽습니다.

전엔 특별히 인기를 끄는 가방을 ‘잇백(IT BAG)’이라고 불렀어요. 적어도 그 가방을 들어줘야, 남보다 빨리 그 가방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어야 패셔니스타라고 부를 만하다는 얘기였죠. 잇백을 쟁취하기 위해 대기자 명단(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매장의 재고를 뒤지며 해외 유학 중인 동창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건 기본적인 노력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패션 시장에서 가방의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모든 패션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매 시즌 많은 디자인의 가방을 내놓으며 자칭 ‘잇백’이라 부르면서 ‘잇백’은 더 이상 예전의 ‘잇백’이 아니게 됐습니다. 말하자면 매 시즌 ‘잇백’이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사태가 된 것이죠.



그러나 대세라는 건 여전히 존재합니다. 가장 두드러진 건 커다란 사이즈입니다. 최근의 ‘잇백’들은 대부분 ‘빅백’입니다. 이건 요즘 여성들의 고달픈 삶을 정확히 반영하죠. 집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여성들의 ‘빅백’ 안에는 사무용품과 미용용품, 가정용품이 카오스처럼 혼재합니다. ‘방판’ 사원만큼 많은 화장품, PMP 등 전자제품들은 기본이고 때로는 성격이 다른 모임에 참석할 때를 대비한 재킷과 힐이 들어가 있고, 몇 권의 책과 다이어리, 필통, 약통, 헤어드라이어, 초콜릿, 생수병과 미니어처 위스키, 사은품으로 얻은 1회용 아기기저귀가 들어 있기도 해요. 그대로 2박3일쯤 어딘가로 휙 떠날 것 같은 모습이죠. 아,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내 몸을 던져 거친 산바람, 짠 갯바람을 막아줘야 하는 ‘잇백’은 아직도 할부가 끝나지 않은 카드명세서이자 내가 여기 묶여 있도록 하는 무거운 ‘닻’이기도 합니다.

최근 ‘잇백’들이 가진 또 다른 공통점은 매우 실용적이란 점입니다. 한때 관절염을 불러일으킨다는 비난을 들었던 가방 무게는 줄었고, 오로지 보기에만 좋았던 장식들도 모조리 없어졌거든요. 그래서 슈퍼마켓에서 주는 비닐봉투와 비슷해 ‘쇼퍼백’이란 말을 듣기도 해요. 지금 ‘잇백’의 경쟁은 단순한 디자인, 튼튼한 손잡이, 대용량을 가진 가방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이런 조건을 갖추면서 ‘비닐봉다리’ 든 아줌마가 아니라 멋진 커리어우먼처럼 보인다면 ‘잇백’이 되는 거죠.

2009 S/S에 쏟아지고 있는 ‘잇백’들 중 롱샴에서 내놓은 ‘Ceci est un IT BAG’은 재치에서 단연 돋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잇백’이라는 언더그라운드적 도발, 르네 마그리트의 회화(‘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 대한 풍자와 눈속임이 웃음을 터뜨리게 해요. 진정, 가방은 진화합니다.



주간동아 2009.01.27 671호 (p97~97)

김민경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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