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COVER STORY | 04

무한 사위 사랑? 가정 참견꾼?

세계 각국 新장모-사위들의 묘한 신경전

무한 사위 사랑? 가정 참견꾼?

무한 사위 사랑? 가정 참견꾼?

버락 오마바와 장모 매리언 로빈슨. 오바마는 장모가 대통령 당선에 숨은 공신 노릇을 했다고 말한다.

[USA]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 일등 공신은 장모 /스탠퍼드=김수경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 박사과정 재학

매리언 로빈슨(71).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숨은 공신. 은행에서 비서로 일하다 대선 기간 중 오바마 패밀리의 가정사 작전참모(?)로 영입됐다. 최근에는 손녀들의 백악관 적응을 위해 동반 ‘입성’을 강력히 권유받고 있다. 누굴까?

바로 오바마 당선인의 장모다. 오바마 부부가 대선을 치러내는 동안 매리언은 두 외손녀의 양육과 가사를 도맡았다.

미국 언론은 그녀를 강한 이미지의 ‘가모장’(家母長·matriarch)이라고 표현하면서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고 치켜세웠다. 오바마 당선인 본인도 당선 이후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장모님이 아이들을 맡아주지 않았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대통령이 되려면 장모에게도 잘 보여야 하는 세상이 왔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지만 미국에서는 장모-사위 갈등이 흔하디흔한 농담 소재다. “아담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다. 왜냐하면 장모가 없었으니까” “두 친구가 술집에서 대화를 나누다 한 사람이 ‘우리 장모님은 천사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자네는 운이 좋구먼. 우리 장모님은 아직 살아 계셔’” 이런 식이다. 미국에서 장모는 주로 간섭 많고 잔소리를 해대는 ‘참견꾼’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래서 장모-사위 갈등은 고부갈등만큼은 아니어도 결혼생활을 망치는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결혼 과정에서도 예비신랑들은 예비신부가 시어머니에게 그러는 것 못지않게 장모에게 밉보일까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예비신랑들의 정보공유 사이트는 “장모님 다루기가 결혼 과정의 최대 고비”라고까지 말한다. ‘어떻게 장모님 마음에 들 것인가’라는 항목을 따로 만들어 “장모님도 여자다, 섬세하게 다루라”는 등의 조언을 하기도 한다.

얼마 전 결혼한 미국인 친구 한 명도 장모와 예비사위 간의 묘한 신경전으로 곤욕을 치렀다. 명문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보수가 좋은 로펌에 취직한 변호사를 신랑감으로 데려왔지만, 어머니는 외모가 볼품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결혼 준비과정 내내 까칠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장모의 구박은 꼭 무능한 사위에게만 겨눠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임기 동안 백악관에서 장모와 함께 살았는데 “장모님은 나보다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남자를 수십 명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팽팽하던 냉전시대에 서방세계를 대표한 권력자도 장모의 잔소리는 피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주지하다시피 장모-사위 갈등은 여성의 발언권이 세지면서 장모의 발언권도 동반 상승한 결과다. 또 여성의 사회 진출로 장모가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가장 골치 아픈 숙제인 육아를 해결해주는데 어느 정도의 ‘지분 요구’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출세하려면 장모님 사랑부터~”

게다가 미국에서는 아들보다 딸이 부모를 모시는 경우가 더 많다. 부모도 부양자로 아들보다는 딸을 선호할뿐더러, 부모를 모시는 여성의 처지에서도 시부모보다는 친정부모가 스트레스를 덜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다 보니 사위와 장인-장모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고 갈등의 소지도 증가하게 된다.

고부갈등과 마찬가지로 장모와 사위의 관계가 나빠지면 그 사이에 낀 아내의 처지가 난감해진다. 미국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Yahoo)’의 지식검색 코너에는 남편과 친정어머니의 싸움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가끔 올라온다. 개중에는 사위와 관계가 틀어진 뒤 아예 인연을 끊겠다고 협박하는 친정어머니도 있다.

대개 딸들은 아들보다 어머니와 정서적으로 긴밀하기 때문에 고부갈등 사이에 낀 남자들처럼 “알아서 해결하라”며 ‘배 째라’ 하지도 못한다.

미국에서 장모-사위의 갈등이 고부갈등보다 흔한 것은 물론 아니다. 여전히 많은 미국 며느리들이 시어머니의 간섭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얼마 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한 연구팀은 수많은 ‘장모 죽이기’류의 농담에도 고부갈등이 훨씬 일반적인 경우라는 취지의 논문을 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모-사위 갈등에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장모가 과거에 비해 드세진 까닭도 있지만, 남자들이 관계 맺기에 서툴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도 장모에게 잘 보여야 하는 세상이니 남자들이여, 출세하고 싶으면 장모님 말씀 잘 들을지어다!

무한 사위 사랑? 가정 참견꾼?

벚꽃놀이에 나선 일본의 모녀. 일본 장모들은 사위를 깎듯이 대한다.

[JAPAN] 일본 장모는 ‘돈봉투’ 싫어해요 / 도쿄=김동운 여행작가 dogguli.net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온 친구가 작심한 듯 물었다.

“너희 장모님은 직장 옮기라는 말 안 해?”

친구는 장모 때문에 회사를 옮기게 생겼다고 했다. 장모가 사위 직장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해서 이직하게 됐다는 것이다. 부잣집 외동딸과 결혼해 동창들의 부러움을 샀던 녀석인데, 장모 등쌀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 듯싶었다. 그런 친구에게 “일본 장모님들은 안 그래”라고 자랑(?)할 수 없는 나는 꽤 난감했다.

일본의 가족관계는 한국에 비해 그리 끈끈하지 않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가족 울타리에서 독립해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서인지 가족관계가 느슨하다. 물론 1월1일 오쇼가츠(お正月·설날)나 오봉(お盆·추석) 같은 명절엔 가족이 모여 음식을 만들거나 온천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는 명절에 한해서다. 평소에도 전화나 e메일을 주고받긴 하지만 이는 서로의 사생활을 최대한 지켜주는 범위 내에서다. 간섭은 없다.

가족 간 돈문제는 특히나 확실하다. 일본인 아내도 대학 다닐 때 부모에게 빌린 등록금을 졸업 후 다 갚았다고 한다. 그게 당연한 거란다. 부모는 자식 덕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식 또한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 부모 자식 사이가 이럴진대 사위, 며느리와의 관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일본의 대표 명절인 오쇼가츠 때였다. 처가에 가기 전 아내와 함께 시내 백화점에 들렀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선물로나마 달래드릴 요량이었다. 백화점 구석구석을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지 못했다. 아내에게 차라리 현금을 드리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일종의 ‘코리안 스타일’로. “일본에서는 현금보다 정성이 담긴 선물을 한다”며 만류하는 아내를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뿌리치고 봉투에 얼마간의 돈을 담았다.

서로 예의 존중 ‘일본식’ 배려에 당황

그날 저녁, 장인 장모와 식사를 마치고 봉투를 드렸다. 두 분은 흠칫 놀라더니 뇌물 챙긴 공무원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급기야 돈봉투를 되돌려주려고 했다. 결국 아내가 나섰다. 한국에서 3년간 살면서 한국의 문화와 관습을 익힌 아내는 “한국에서는 명절에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부모에게 현금을 드리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결국 봉투를 받아주셨지만, 장인 장모는 “여전히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고 있는데, 자식도 아닌 사위가 주는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사실 일본인 장모의 무관심에 한국 사위가 서운했던 적도 있다. 온천으로 유명한 규슈 벳푸에 가족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여행 계획을 짠 장모가 할머니, 장인 그리고 처남 2명까지 5명의 교통편 및 숙소를 예약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여행 일정을 알려줬다. 가족여행이니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그땐 좀 당황스러웠다. 바로 얼마 전 아내와 여행을 다녀온 터라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웠다. 미리 얘기해주셨더라면 당초 계획을 바꿔서라도 처가 식구들과 여행 갈 수 있었을 텐데.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런가?” 하는 몹쓸 생각까지 들었다. 서운한 마음을 감춘 채 “다음에 함께 가겠다”며 거절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것도 일종의 배려였다. 장모라고 하여 사위에게 강압적으로 가족여행에 참석하라고 할 수 없어서, 일단 나와 아내를 제외하고 예약했던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일정이 확정된 뒤에야 슬쩍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하신 것. 이런 세심한 배려를 헤아리지 못하고 늦게 연락했다고 속으로 타박만 했던 나, 한국 사위.

‘돈봉투 사건’ 이후 장모와 가까워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최대한 일본식 예의를 따르려 하겠지만, 한국인이라 가끔 한국식 친근함으로 다가설지도 모르겠다. 자주 전화하고, 찾아뵙는 외국인 사위를 과연 장모가 어떻게 생각할까? 애틋함이 절절한 가족관계에 익숙한 나로서는 일본식 미지근함보다 한국식 화끈함이 더 와닿는다. 이런 사위가 장모는 부담스러울지 모르겠다. 우리는 지금 한국식과 일본식의 황금분할을 찾는 중이다.

무한 사위 사랑? 가정 참견꾼?

이탈리아의 결혼식 광경. 이탈리아인들은 결혼 후에도 부모의 집 가까이에 사는 경우가 다반사다.

[ITALIA] 다혈질 伊 장모, 情 넘쳐 탈 / 로마=김경해 통신원 kyunghaekim@tiscali.it

이탈리아 장모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사위에게 “장모님!”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신세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여기 장모들은 사위와 서로 이름을 부른다. “조르주!” 하면 “네, 나탈리” 하는 식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커플이 고교생 때나 20대 초반에 만나 수년간 연애한다. 그동안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가족의 한 사람이 된다. 사랑이 무르익어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결혼을 미루기에 5~10년씩 약혼 상태인 커플도 많다. 그동안 미래의 장모 사위는 엄마, 아들처럼 허물없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갈등도 없지 않다. 고부간 갈등만큼이나 장모-사위 관계 역시 수시로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한국과 닮았다. 원인도 비슷하다. 이탈리아 엄마들은 ‘자식 사랑’을 인생의 목적으로 생각할 만큼 헌신적이다. 여기에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아들, 딸을 가까이 두고 사는 이탈리아 풍속도 한몫한다. 같은 도시는 물론 같은 동네에 사는 경우가 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자녀가 부모 집에서 반경 1.5km 안에 사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결혼 후에도 탯줄을 끊지 못하는 셈.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해 20년 넘게 로마에서 살고 있는 내게 이탈리아 장모들은 구(區)만 달라도 “딸이 너무 멀리 살아서…” 하고 하소연한다. 이들에게 나는 “지구 저편 서울에 계신 저희 엄마보단 낫잖아요”라며 ‘위로’를 건넨다.

이렇게 가까이 살다 보니 장모 사위 간에 잡음이 생기게 마련. 믿음직스럽지 않은 외국인 베이비시터 대신 자녀를 돌봐주기 때문에 외할머니는 맞벌이 부부에게 절대적 존재다. 이는 한국과 마찬가지 사정인데, 다른 점은 살림만큼은 각자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때문에 살림까지 장모가 맡아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물론 철없는(?) 장모들도 있어서 “아직 내 딸이 어리다”거나 “사위도 내 사람”이라며 부부의 사생활까지 간섭하는 이들도 있다.

간섭의 범위는 꽤 넓다. 집 인테리어나 자녀교육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요일마다 축구장을 찾아가 열광하는 사위의 취미와 패션 스타일, 그리고 바캉스 계획에까지 장모가 끼어든다. 이탈리아 여자들은 집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광내는 ‘깔끔 제일주의자’로 유럽에서 유명하다. 한 이탈리아 친구는 베니스에 사는 장모가 왔다 하면 서랍 정리를 해놓아 옷을 찾지 못하겠다고 푸념한다. 이탈리아 이혼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모의 극성으로 부부가 결국 갈라서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폭넓은 간섭, 안사돈 간 줄다리기 팽팽

주말과 명절에는 안사돈 간의 줄다리기가 대단하다. 한 달에 한두 번은 부모 집에서 온 가족이 모여 일요일 점심식사를 하는 이탈리아 전통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 일요일 점심을 차지하기 위해 시어머니와 장모는 요리솜씨 대결을 벌이며 서로 사위, 며느리를 끌어들이려 한다.

크리스마스를 처가에서 보내느냐, 시댁에서 보내느냐는 이탈리아 가정의 최대 딜레마. 모두가 한 도시에 살 경우에는 보통 12월24일과 25일을 하루씩 나눠갖는 페어플레이로 마감한다. 이런 신경전이 싫은 내 이탈리아 여자친구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해외여행을 떠나버린다. 그녀가 말하길, “남편이 외동아들이어서 시댁과 친정 모두를 만족시킬 방안이 없어!”

처가가 다른 도시에 있을 때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시부모 놔두고 처가에 달려가는 며느리와 뒤질세라 마누라 꽁무니를 쫓아가는 아들을 보며 눈물 글썽이는 시부모가 적지 않다. 우리 이웃의 한 부부는 처가가 로마에서 멀다는 이유로 12월23일 로마를 떠나 1월6일이 돼야 돌아온다. 결혼 5년째인 이들 부부는 딱 한 번 시댁 식구와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때는 장인 장모가 로마로 놀러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마누라와 외양간 소는 한 고향 태생이어야 한다’는 이탈리아 속담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결혼 초기의 에피소드 하나. 우리 친정어머니는 한국 장모답게 사위 건강을 위해 한약을 지어오셨다. 시커먼 보약을 조금 맛본 이탈리아 사위는 “등골에 소름 끼칠 정도로 쓰다”며 울상을 지었지만, 장모가 “약을 다 비울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항복하고 말았다. 지금은 장모가 몸에 좋다고 구해온 것이라면 뭐든 눈 꼭 감고 마신다. 한국 장모의 파워가 이탈리아 사위를 KO시켰다.

최근 이탈리아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쿨한 장모’가 되기 위한 십계명을 다뤄 박장대소한 적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적는다.

‘열쇠가 있어도 사위 집 초인종을 꼭 누를 것. 일요일 아침에 전화해 “자네 자고 있었나?”라고 말하지 말 것. 사위 집이 아무리 어수선해도 청소하고 싶단 생각을 꾹 누를 것. 특히 가구 배치를 마음대로 하는 것은 금물. 사위의 몸매나 스타일에 대한 논평을 삼갈 것….’

다혈질적인 이탈리아 장모들이 과연 지킬 수 있을까?

[CHINA] “아내가 잘나면 장모가 무섭다” / 리쥐화(李菊花) 창원대 객원교수·중국학lee99101@hanmail.net

중국은 전체 인구의 92%를 한족(漢族)이 차지하고 나머지 8%는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이렇게 여러 민족으로 구성돼 있기에 민족별, 지역별 결혼풍습과 결혼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 장모-사위 관계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결혼문화는 한국과 비교할 때 여러 면에서 유사성과 차이점이 있다. 한족의 예를 들면, 결혼 전 반드시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현금(일종의 결혼지참금)과 예물을 보내야 한다. 지방마다 선물의 종류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남자 측에서는 ‘三金’ 으로 불리는 목걸이, 귀고리, 반지를 선물해야 하며, 약혼 성립의 정표로 금품(聘金)을 보내야 한다. 구체적인 액수는 집안 형편이나 경제능력에 따라 정해지며 장모가 좋아할 선물은 따로 준비하는 것이 관례다.

신부 측에서 신랑 측의 결혼지참금과 예물을 받아들이면 결혼이 성립되고 이를 거부하면 반대 의사로 해석된다. 결혼 후 중국 한족의 풍습은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예컨대 명절(특히 설날·春節)에 한국에선 대개 남편의 집에서 보내지만, 중국은 아내가 원하면 아내의 집으로 가서 명절을 보낸다. 그러므로 한국에서처럼 ‘10년 동안 명절에 아내가 자기 고향에 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중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또한 명절에 처가에 가든 못 가든 선물을 보내야 한다. 특히 중국의 농촌지역엔 아직도 사위가 처가에 면이나 고기 혹은 술, 담배를 보내는 전통이 남아 있다. 중국 푸젠성(福建省) 푸주(福州) 지역에선 보통 명절 일주일 전 장모에게 선물을 보내는데 그해의 행운을 기원해 반드시 짝수로 보내야 한다. 사위가 설날 처가를 방문하면 장모는 산해진미로 술상을 준비하는데, 이것을 ‘설맞이술(辦春酒)’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장모와 사위가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가 흔해지면서 사위가 선물보다는 현금으로 장인 장모에게 명절의 예를 갖추는 일이 늘고 있다. 중국도 점차 시장화, 배금주의화하면서 도시와 농촌 모두 딸을 준 감사의 마음을 현금으로 전하는 것이 일반화된 것.

남녀평등 지수 높아 사위가 장모 비위 맞춰

중국은 워낙 넓은 나라라 사위와 장모가 자주 볼 기회는 많지 않다. 같은 지역에 살지 않는 한 자주 봐야 1년에 몇 번이다. 그래서인지 사위가 처가에 오면 장모는 친아들이 온 것보다 더 융숭하게 음식을 준비한다.

중국에선 장모가 사위를 부를 때 대개 이름을 불러 친밀감을 표시한다. 사위를 호칭하는 중국말 중에 ‘용을 타고 나타난 멋진 사위(乘龍快女胥)’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장모에게 사위는 중요한 가족의 일원이다.

중국의 조선족도 한족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신랑 측에서 결혼지참금이나 예물 등을 준비해야 하고, 그 금액에 따라 신부 측은 장래의 사위가 어느 정도로 자기 딸을 사랑하고 자기 집안을 존중하는지 판단하기도 한다. 총명한 딸을 둔 신부의 어머니는 사위 될 사람이 준비한 결혼지참금이 너무 적을 경우 결혼을 반대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한족은 결혼에서 부모의 결정권이 크지 않지만 조선족 부모들은 아직도 자녀 결혼 문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두 사람의 결정을 훨씬 존중해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선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어려워하거나 고부갈등 때문에 부부 사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중국은 한국보다 남녀평등 지수가 높은 사회다. 결혼 후 대부분의 부부가 같이 출근하고 자신의 급여통장을 독립적으로 관리하기에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종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며느리가 시어머니 눈치를 보기보다는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며느리의 경제 능력이 뛰어날수록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눈치를 많이 보고, 사위는 명절이 아닌 평소에도 장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쓰는 경우가 흔하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의 장모-사위 관계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사위는 ‘백년손님’이란 말이 있듯, 중국에서도 사위가 오면 가축을 잡고 귀한 음식과 술을 준비하며 친척을 모아 잔치를 벌인다. 다만 중국은 한 집안에서 여성의 역할이 한국의 경우보다 크다. 즉 아내가 시댁에 일방적으로 순종하고 끌려가지 않는다. 자기주장을 하는 데 거침이 없다. 친정도 마음대로 드나든다. 이러한 시스템에선 장모와 사위 관계도 며느리와 시어머니, 즉 고부관계의 좋고 나쁨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한 사위 사랑? 가정 참견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장모 마리사 여사.

[GERMANY · EUROPE] 애 봐주며 용돈 안 바라는 절대권위 / 빈=임수영 통신원hofgartel@hanmail.net

얼마 전 딸이 넷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네마리 여사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딸은 종합병원에서 전문의로 일하며 어린 자녀 셋의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는, 일명 알파걸에 슈퍼우먼. 그러나 그 허황된 가면 아래 딸이 만성 수면 부족과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안네마리 여사는 누구보다 잘 안다.

네 번째 손주를 본다는 기쁨은 잠시, 안네마리 여사는 당장 앞으로 닥칠 현실적 문제에 대처해야 했다. 딸 집에 일주일에 두 번 도우미가 오지만 가사를 모두 처리하기엔 역부족이고, 갓난아이까지 돌볼 입주 도우미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 이번에도 안네마리 여사가 총대를 멜 것이다. 그러나 안네마리 여사는 자신의 고생보다 마흔 넘은 딸이 겪을 임신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 직업상의 어려움에 더욱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런 걱정은 어느새 알 수 없는 분노로 전환돼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사위. 내 귀한 딸을 이토록 고생시키는 나쁜 놈! 안네마리 여사는 그날 밤 사위의 뺨을 후려치는 상상을 하며 다소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안네마리 여사는 필자의 시어머니인 독일인이다).

장모는 ‘불 내뿜는 사나운 용’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의 혹독한 시집살이와 고부갈등이 우리나라에만 있었겠나 싶지만, 사람 사는 곳은 거기서 거기인지라 유럽에서도 시집살이와 고부갈등은 존재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수많은 사상자와 행방불명자가 생겨났기에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고마울 만큼 남자가 귀했고, 이런 남자의 환심을 사려는 여자들의 암투가 만만치 않았다. 또한 유일한 경제활동 주역으로 한 집안을 먹여 살리는 아들에 비해 집에서 놀고먹는 며느리가 밉상스러워 앙탈 부리는 시어머니도 흔했다.

그러나 전후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시어머니들의 겁 없는 행동은 자취를 감췄다. 또한 페미니즘의 등장으로 ‘같은 여성, 같은 희생자’ 논리가 먹혀들면서 고부갈등은 서서히 장모-사위 간 성대결에 바통을 넘겨주었다.

승진을 못하니, 돈을 못 버니, 살이 찌니 등 가시 돋친 말로 사위 기를 죽이는 장모들이 많아, 유럽 사위들 사이에서는 돈독한 모녀 관계를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장모를 ‘불을 내뿜는 사나운 용’으로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딸이 아이를 낳으면 장모의 권력은 절정에 오른다.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18, 19세기 독일 농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친할머니보다 외할머니가 양육을 맡은 영아의 생존율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 원인은 며느리는 바람을 피워 아이를 낳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핏줄임이 확실한 딸의 아이를 더 잘 보살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딸의 처지에서는 최소 한 번이라도 거른 다음 말해야 하는 시어머니보다는 편한 친정어머니에게 자녀 양육을 일임하는 게 더 좋게 마련이다. 또한 유럽은 연금제도 등으로 노후 보장이 확실해, 손주를 돌봐주는 대신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없기에 장모들은 사위 앞에서 당당하다.

외손주를 돌봐주며 장모는 슬그머니 딸과 사위의 인생에 끼어들게 된다. 백악관에 입성하는 오바마의 장모보다 한발 앞선 이가 바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장모다. 브루니의 어머니인 마리사는 딸이 사르코지와 연애할 때부터 밀월여행에 동행해 브루니의 아들을 돌봐줬다고 한다.

지난해 루마니아에서는 장모와 함께 사는 중년 남성들이 발기부전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를 주도한 블라드 박사는 이 현상을 ‘장모로 인한 발기부전 신드롬’이라고 명명하고, 그 원인을 집안 내 주도권을 장모에게 빼앗긴다고 느끼는 남성들의 위기감과 통제감 상실로 보았다.

최근 발간된 한 독일 심리학자의 책 ‘애증의 장모·시어머니(Hassgeliebte Schwiegernutter)’에서 이혼 부부의 12.5%가 이혼 사유로 ‘상대방의 어머니’를 꼽는 것을 보면 시어머니-며느리, 장모-사위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주간동아 2009.01.27 671호 (p28~33)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8

제 1218호

2019.12.13

“긴 터널 빠져나오자 우울의 고장”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