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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2008 프로야구에 불났다

“구단 늘고 돔구장 생기면 1000만 관중 시대 활짝”

하일성 KBO 사무총장 “흑자경영 위해선 구단 소유 구장 필수”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구단 늘고 돔구장 생기면 1000만 관중 시대 활짝”

“구단 늘고 돔구장 생기면 1000만 관중 시대 활짝”

5월28일 KBO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하일성 사무총장은 “이상론(돔구장 건설)에 치우쳐 현실론(아마추어 야구 육성, 기존 구장 리모델링 등)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야구 좀 안다는 사람 가운데 ‘하일성’이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전두환 정권의 의중이 깊숙이 개입된 1982년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그것도 프로야구 홍보를 위해 집중편성에 나선 KBS에서 야구해설을 시작해 일가(一家)를 이뤘으니 그의 인생은 한국 프로야구의 성장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야구 키드’들의 야구선생이었기 때문인지 그가 2006년 5월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을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을 때 거의 모든 야구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야구팬들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1982년 체제’를 극복할 최적임자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출발점을 되짚어보는 것만으로도 ‘1982년 체제’의 실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전두환 장군’의 직속상관이던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을 초대 KBO 총재로 해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철저하게 정권 논리에 맞춰 국내 재벌기업들의 후원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성 사업이었다.

“지자체와 프로야구·주민 윈윈 가능하다”

무엇보다 구단 운영비를 입장료가 아닌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다 보니 구단은 마케팅과 팬서비스 대신 모기업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성적에만 매달렸고, 자연스레 ‘프로스포츠’ 본연의 모습보다는 기업의 체면치레 도구로 전락한 게 현실이었다.



이 같은 ‘1982년 체제’의 모순이 드러난 대표적 사건이 2000년 선수협의회 파동과 2004년 현대유니콘스 연고지 이전 갈등, 2007년 매각 실패다. 결국 하일성 씨의 등장은 한국 프로야구의 주도세력이 정·재계에서 야구인으로 넘어갔다는 것과 모기업 후원이 아닌 구단의 독자생존 노력이 더욱 강조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현대 야구단의 매입자가 재벌기업이 아니라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바야흐로 ‘2008년 체제’의 등장인 셈이다.

하 총장은 5월8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4강을 비롯해 올림픽 예선 통과, 지난해 400만 관중 돌파에 이은 올해 500만 관중 달성 목표, 8개 구단 체제 유지 등 숨가쁜 일정의 연속이었다. 그가 말하는 프로야구 ‘2008년 체제’의 선결조건을 정리했다.

_올해 500만 관중 달성을 확신하나? 그리고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그렇다. 이 추세대로라면 540만 관중이 예상된다. 3~4년 안에 800만명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800만 시대가 오면 자립하는 구단이 하나 둘씩 나타날 수 있다. 사실 KBO는 1000만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_지난해만 해도 8개 구단 체제가 위협받을 정도로 불안했다. 올해 급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프로야구가 출범할 당시에도 1인당 국민총생산(GNP) 2만 달러가 프로야구 성장의 선결조건이라 생각했다. 어찌 됐건 지난해 2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문화적 갈증을 풀어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올해는 특히 롯데 자이언츠와 기아 타이거즈의 분전이 시작됐고, 해외파 선수들이 유턴하면서 스타 부재 현상이 해소됐다. 게다가 사상 최초로 매일 프로야구 4경기가 모두 중계되고 있는데, 이승엽 선수의 부진이 겹치면서 묘하게 프로야구 붐 현상이 조성됐다고 본다.”

_언제쯤 돈 버는 구단이 나올까?

“현재 롯데의 평균관중이 2만4000명인데, 만일 사직야구장이 자기 구장이라면 흑자가 나도 진작에 났을 것이다.(구단은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야구장을 빌려 쓰는데 입장 수입금의 12.5~25%를 사용료로 지불한다. 구장 내 각종 광고판의 수익금은 고스란히 지자체가 가져간다.) 프로야구는 호텔사업과 비교할 수 있다. 미국만 해도 입장료의 두 배 가까운 돈을 구장에서 먹고 마시는 데 쓴다고 한다. 흑자가 나려면 3만 관중을 동원할 구단 소유 구장을 마련하는 게 절대적이다.”

_문제는 역시 하드웨어다. 시설 개선에 협조하지 않는 지자체의 문제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야구를 대하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화와 관련된 문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야구 인기의 불씨가 당겨졌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우리 생활의 한 패턴이 돼가면서 지자체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근래 안산과 성남 대구에서 돔구장 얘기가 나오고 있고 목동야구장 역시 54억원을 들여 보수했으며, 심지어 제주 오라구장에도 15억원이 투입됐다. 고척동과 신월동 야구장이 완공되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 본다.”

_돔구장 얘기가 나왔는데, 야구팬들의 갈증이 크다.

“사실 인구 1000만이 넘는 서울에 돔구장 하나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2년 전 목동야구장에 돔을 씌우자는 얘기를 심도 있게 나누기도 했는데 중간에 무산됐다. 문제는 돔구장을 바라보는 비(非)야구팬들의 시선이다. 일본 도쿄돔을 보자. 거기서 야구경기만 열리나? 각종 문화행사가 야구경기보다 훨씬 많이 열린다. 돔구장은 문화인프라인데 단지 야구인만을 위한 투자라고 오해하는 것 같다.”

_1000만 관중 시대가 기다려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스타선수를 배출해야 하고, 두 팀 정도 더 창단돼 10개 구단 체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돔구장을 만들어 경기 수를 늘려야 한다. 일본의 세이부 라이온스 예를 들어보자. 구단은 지자체와 협력해 시의 유휴지에 돔구장을 지었다. 이후 야구장을 중심으로 위락단지가 생기자 자연스레 전철이 연장되고 그 지역 땅값이 100배 가까이 오를 정도로 주변 지역이 개발됐다. 지자체와 프로야구, 지역주민은 서로 윈-윈할 수 있다. 그게 바로 프로야구의 매력이다.”

“우리담배, 광고효과로 본전 다 뽑았다”

박노준 우리 히어로즈 단장


8개 구단 체제가 몰락할 뻔한 위기를 구한 주인공이 ‘우리 히어로즈’의 등장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투자회사 센티니얼의 등장을 반갑게 맞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 야구 관계자라면 KT나 농협, STX 같은 큰 기업이 프로야구단을 인수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세 기업 모두 ‘프로야구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명제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그 실험은 센티니얼과 박노준(46·사진) 단장이 떠안게 됐다. 야구스타 출신이 구단 단장으로 변신한 자체가 ‘1982년 체제’의 극복을 몸으로 웅변한다.

- 어깨가 무겁겠다.

“실제로 우리가 성공해야 프로야구 전체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 7개 구단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희생과 배려가 있었고, 특히 SK와 두산의 협조로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선수들과 나눠 쓰고 있다. 서울 입성으로 지난해보다 팬이 90% 가까이 증가했다.”

- 팬층이 두껍지 않아 구단 운영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모기업에서 200억~300억원씩 받아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다. 네이밍 권한을 팔고 서브스폰서를 잡고, 입장료와 펜스 광고로 치열하게 장사해야 연봉을 줄 수 있다.”

- 광고효과가 있었다고 보나?

“그렇다. 본전을 다 뽑았다고 본다.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100억원을 투자해 광고효과가 1000억원 가까이 나왔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 우리담배 측은 수출이나 대리점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우리 히어로즈의 선전이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주간동아 2008.06.10 639호 (p38~39)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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