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용을 표방해 국민적 지지를 얻은 새 정부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감을 거두기 어렵다. 여의도 정치를 쇄신하겠다는 차기 대통령의 다짐은 정부조직과 공무원의 자세에 대한 수술을 예고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방만한 경영과 고질적 비리 의혹으로 조용할 날 없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쇄신도 결코 소홀히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인사를 중심으로 한 기사이니 사람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겠지만, 노무현 코드로 분류된다는 임원을 나열한 것은 자칫 살생부를 대신 작성했다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들었다. 여하튼 새 정부에서는 능력과 인품을 겸비한 천하의 인재들이 가장 적절한 소임을 맡아 사명을 다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길 소망한다.
커버 기사에 가깝게 배치된 ‘삼성 굴욕’에 관한 사진과 국정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짚은 기사는 이 땅의 노블리스에 대한 씁쓸한 기억을 되새기게 했다. ‘권세는 짧아도 재벌은 영원하다’던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신화가 과연 특검 수사를 통해 극복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특검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나쁜 전설의 반복을 우려한다. 삼성이 건물 내부구조를 바꾸고 모든 자료를 없애며 수사에 대비한 예행연습을 마쳤다는 기사는 가진 자에 대한 이유 없는 시기와 질투에서 오는 분노가 아닌, 좀더 투명하고 떳떳한 선진기업에 대한 시대적 여망의 절실함에 의해 더욱 안타깝게 읽혔다.
대선잔금을 염려하고 인재 영입을 통한 권토중래를 노리는 ‘미래 야당’들의 고민을 짚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건전한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당위에도 얼어붙은 국민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바람을 어디서 일으킬 수 있을까.

다음 호에서는 국가적 과제에 대한 새 정부의 식견과 비판 세력의 대안을 진솔하게 검증할 기회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
주간동아 622호 (p9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