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2

2008.02.05

빈약한 그림 해석 감동 채우기 ‘발등의 불’

  • 이호숙 아트마켓 애널리스트

    입력2008-01-30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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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약한 그림 해석 감동 채우기 ‘발등의 불’

    이강소의 작품 ‘오리’.

    작가의 그림값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거래 레코드만을 가지고도 충분하지만, 향후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작품 자체에 대해 파고들어가야 한다.

    작가가 왜 이 소재를 선택했는지, 왜 이 기법을 사용했는지, 이 장소는 작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안다면 작품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작가의 작품에 철학이 담겨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소장가치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다.

    이강소는 ‘오리’의 작가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그에게 오리란 무엇일까? 실험적인 행위들이 이어졌던 그의 과거를 살펴보면 그의 작품은 보이지 않는 세계, 초월적 세계로 이끄는 문이고 거기에서 오리는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에 해당할 수 있다. 또 그의 작품에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맑음의 기운’이 있다. 눈에 보이는 오리에 현혹돼 그 속에 담긴 ‘맑음의 기운’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작품의 진면목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탄탄한 철학이 뒷받침돼야 한다. 데미안 허스트의 황당해 보이기만 한 작품도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 철학이 뒷받침하고 있기에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국 미술은 철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이해하려면 작가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감상하지 않는 아트 컬렉팅이란 공허하다. 그림을 보고 최고의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림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준비돼 있어야만 한다. 하얀 캔버스에 점 하나만 있는 이우환의 ‘조응’을 보고 이우환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잘 알고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과 아무 정보 없이 그림을 접한 사람이 느끼는 감동의 크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그림일지라도 내 마음에 안 드는 그림을 사지 못하는 것이다.



    아트마켓이란 참으로 매력적이어서 투자자로 시작해도 결국 열정적인 컬렉터로 변모하게 마련이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가격의 수직상승과 하락, 조정기라는 큰 경험을 했던 대다수 컬렉터들은 콘텐츠의 부재를 실감하고 있다. 아트마켓이 현 단계에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콘텐츠가 쏟아져나와야 한다. 컬렉터들은 작가의 철학에 대한 콘텐츠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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