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6

2007.12.25

아내의 가슴 건강, 남편 하기 나름

유방암 환자들 가슴 절제 상실감 커…심리적 위안이 특효약

  • 김이수 한림대 의대 성심병원 유방내분비암센터 교수

    입력2007-12-24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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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가슴 건강, 남편 하기 나름
    10년 전까지만 해도 유방암은 자궁경부암, 위암보다 적게 발생하는 여성암이었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 유방암은 전체 여성암의 16.8%를 차지해 1위에 올랐으며, 2005년엔 우리나라 25~49세 여성 중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유방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1996년 3801명으로 집계된 국내 유방암 환자는 2004년 9667명으로 늘어나 8년 사이 2.5배 증가했다. 96년 여성인구 10만명당 유방암 환자 수는 16.7명이었지만 2004년엔 40.5명으로 급증했다.

    환자 10명 중 7명 “여성 매력 잃어”

    유방암은 완치율이 80%에 가까워 다른 암보다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재발률이 높아 재발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지는 완치 판정 시점까지는 긴 투병생활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암은 수술 후 5년이 지나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유방암은 암세포의 성장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10년이 지난 뒤에도 전이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유방암 5년 생존율은 83.5%로 다른 암보다 높지만, 10년 생존율은 76.6%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유방암은 수술 후 5년이 지나도 재발 예방을 위한 꾸준한 추적관리가 필요하다.

    재발 방지 치료를 병행하면 재발률은 절반, 재발로 인한 사망률은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재발 예방을 위한 보조요법으로는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호르몬요법 등이 있다. 특히 호르몬요법은 항암화학요법보다 부작용이 적으면서 재발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다.



    지난 수십 년간 유방암 재발을 막기 위해 사용된 대표적 항(抗)호르몬제는 타목시펜이었다. 그러나 타목시펜은 수술 후 5년간은 재발을 막을 수 있으나 이후엔 큰 효과가 없다는 약점이 있다. 최근엔 재발 위험을 낮추고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데도 탁월한 아로마타제 억제제가 새로운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배우자 촉진으로 암 발견 사례도 있어

    아내의 가슴 건강, 남편 하기 나름

    유방암 환자의 심리적 치료에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다.

    이 같은 의학적 발전에도 아직 많은 환자들이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가슴 절제로 인한 상실감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 올해 한국유방암학회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유방암 환자 부부 3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유방암 환자 10명 중 7명이 유방암으로 인한 가슴 절제를 여성으로서 매력을 잃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10명 중 8~9명의 환자는 가슴 상실을 장애로 여기고 있었다. 또 10명 중 8~9명이 유방암에 대한 가장 큰 두려움으로 재발을 꼽았다.

    의료진은 물리적 치료 외에도 환자들의 심리적 치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유방암 환자의 심리적 치료에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배우자다. 앞의 조사에서 유방암 환자들은 배우자에게 경제적 지원이나 조기진단의 도움보다는 심리적 위안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들의 47% 이상이 심리적 위안보다 조기진단의 도움이 아내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응답해 환자와 적지 않은 인식 차이를 보였다. 이는 곧 유방암 환자와 배우자 간에 대화와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어떻게 보면 유방암이 여성 질환이라 그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이 낮은 게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방암은 여성에게 눈에 보이는 가슴의 고통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슴의 아픔까지 부수적으로 안기는 질환이다.

    따라서 남성들은 눈에 보이는 가슴의 치료는 의료진에게 맡기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내의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유방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습득할 필요는 없지만 한 여성의 배우자로서 자가진단법을 익혀 평소 조기진단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좋다. 자가진단법은 유방암 조기진단뿐 아니라 발생 빈도가 높은 재발을 진단하는 데도 빼놓을 수 없는 예방법이다. 실제 배우자의 촉진으로 유방암을 발견해 조기치료한 사례도 있다.

    아내의 가슴 건강, 남편 하기 나름
    유방암 환자의 경우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질이 건조해져 부부관계를 기피할 수 있다. 또한 가슴 절제로 여성으로서 매력을 잃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으므로, 부부관계를 강요하지 않되 최대한 아내를 포옹하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해주는 게 좋다. 유방암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일반적인 치료를 하고 나머지 그룹에는 지지자를 붙여줘 우정이나 사랑을 표현하게 한 결과, 지지를 받은 환자들은 걱정을 덜 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었다. 10년 후 관찰했을 때는 지지자를 붙여준 환자가 일반 치료만 받은 환자보다 1년6개월 더 살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오늘부터라도 아내의 보이는 가슴과 보이지 않은 가슴 모두를 돌봐서 백년해로의 서약을 지키도록 하자.

    유방암 극복과 치료에서 환자 부부가 지켜야 할 지침



    남편을 위한 지침

    1. 묵묵히 들어줘라.

    2. 유방암 자가진단법을 익혀 진단을 도와라.

    3. 병원에 같이 가라.

    4. 부부관계를 기피하는 아내를 이해하되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마라.

    5. 가사노동이나 자녀교육의 부담을 덜어줘라.

    6. 아내를 안아주고 웃게 하라.

    아내를 위한 지침

    1. 남편의 행동과 말투를 속단하고 상처받지 마라.

    2.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줄 친구를 만들어라.

    3. 남편에게 삶의 희망을 얻고 있음을 표현하라.

    4. 매일 아침마다 ‘잘 해내고 있다’고 자신을 격려하라.

    5. 생활방식(lifestyle)을 변화시켜라.

    6. 주치의와 상담하고 그의 권고를 100%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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