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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삼킨 유진그룹 “아직 배고파”

방송·물류·증권 등 굵직한 M&A 잇단 성사 ‘계열사 38개’ 거침없는 몸통 불리기

  • 이진철 이데일리 증권부 기자 cheol@edaily.co.kr

하이마트 삼킨 유진그룹 “아직 배고파”

하이마트 삼킨 유진그룹 “아직 배고파”

하이마트 인수로 유진그룹의 전체 매출은 1조2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 이상으로 뛰어오르게 됐다. 유통업계 매출액 7위 수준의 하이마트 매장.

2004년 1월 시멘트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인수합병(M·A)이 이뤄졌다. 레미콘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유진그룹이 고려시멘트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유진’이란 이름이 쓰인 곳은 건설현장을 오가는 ‘유진레미콘’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4년여가 흐른 2007년 12월, M·A 시장에서 유진이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 2007년 M·A 시장의 최대 물건으로 꼽힌 가전유통업체 하이마트의 최종 인수자로 유진이 결정되면서, 유진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군납 건빵 회사로 출발해 레미콘 사업으로 성장

유진그룹은 1969년 군납 건빵 식품회사인 영양제과 창립을 시작으로 79년 유진종합개발, 84년 유진기업을 설립하면서 레미콘 및 아스콘 사업을 벌여왔다. 지금도 전체 38개 계열사 가운데 14개가 레미콘 관련 업체다.

그룹 경영은 창업주 유재필 총회장의 장남 유경선 회장이 1985년부터 도맡고 있다. 한때 유진그룹은 주력 사업인 레미콘에서 벗어나 미디어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기도 했다. 97년 부천지역 종합유선 방송사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한 것이 그것. 현재 드림씨티방송은 부천, 김포, 은평 지역을 사업권역으로 하는 거대 복수 시스템 사업자(MSO)다. 드림씨티방송 외에 디지털 콘텐츠 기업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콘크리트 및 건설사업 부문과 방송미디어 사업 부문의 양대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나가겠다는 유진그룹의 비전은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에 뛰어들면서 대폭 변경된다. 유진그룹은 드림씨티방송 등 알짜 미디어사업 자회사를 매각하면서까지 대우건설 인수에 의욕을 보였지만, 끝내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유진그룹’의 이름은 업계에 널리 알려졌다.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한 이후에는 물류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올해 들어서만 로젠택배, 한국GW물류, 한국통운을 인수한 것. 유진그룹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기업인수에 나선 이유는 주력인 레미콘 사업의 수익성 저하를 극복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서울증권 인수는 유진그룹이 금융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그간 레미콘 등 건설소재 부문이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금융, 물류, 유통사업 부문 진출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7월 로또복권 2기 나눔로또 사업자로 선정된 것 역시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

유진그룹이 왕성한 식욕으로 M·A에 나서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인수한 기업의 직원들과 큰 갈등이 없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대주주를 맞게 된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우려해 인수 초기에 완력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유진그룹은 이 같은 후유증을 겪지 않고 있다.

유진그룹은 인수한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함으로써 반감의 소지를 사전에 없앴다. 이번에 새로 인수한 하이마트 경영에도 일절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이런 배경에는 인재경영을 중시하는 유 회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2004년 봄, 김대기 전 SK신세기통신 사장이 유진그룹 부회장(현 강원도 정무부지사)으로 전격 영입됐다. 당시 고려시멘트 인수로 그룹의 양적 팽창에 걸맞은 전문 경영인이 필요했던 유진그룹은 SK텔레콤 사장 물망에까지 오른 김대기 씨를 최고 적임자로 판단, 삼고초려 끝에 모셔온 것이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M·A 전문인력이 유 회장을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부회장이 떠난 뒤 새로 영입한 김재식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삼성SDI를 거쳐 5월 유진그룹에 합류했다. 주영민 기획전략실 사장은 동양시멘트에서 해외프로젝트 업무 등을 담당하다 유진그룹에 합류해 그룹기조실장, 드림씨티방송 대표 등을 역임했다. 김종욱 재무관리실 사장 역시 현대증권 기업금융본부장 출신인 손꼽히는 금융 전문가다.

막강한 M·A 전문인력 보유… 전문경영인 체제 ‘특징’

하이마트 삼킨 유진그룹 “아직 배고파”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공격적 투자와 적극적 인재 유치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

일각에선 유진그룹의 연속적인 대규모 M·A에 회의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유진기업, 기초소재, 고려시멘트 등 주력 계열사들의 이익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하이마트 인수 대금이 유진그룹의 자본 규모와 유동성에 비해 과다하다”면서 “다만 자본 출자나 추가 차입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기 때문에 이후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유진그룹이 인수한 하이마트는 자본금 136억원에 250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2조1600억원에 당기순이익은 870억원 수준.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인수로 전자제품 유통업계 1위(전체 전자제품 유통의 17%) 겸 전체 유통업계 7위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현재 국내 유통사업의 최대 그룹은 롯데로, 지난해 약 14조1700억원의 총매출액(자체 집계)을 기록했다. 롯데에 이어 신세계(11.7조원), 현대백화점그룹(6조원), 삼성테스코(5.4조원), GS그룹(5.7조원)이 2~5위다. 하이마트는 6위 이랜드그룹(4.3조원)보다 작지만 농협유통(1.6조원), 애경그룹(1.3조원), 한화그룹(1.2조원)보다 크다. 특히 로젠택배, 한국통운, 한국GW물류 등 탄탄한 국내 물류망을 보유하고 있는 유진그룹은 이번 하이마트 인수에 자체 유통망을 보강함으로써 물류와 유통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유진그룹의 올해 전체 매출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하이마트가 포함되면 단번에 3조5000억원 이상으로 뛰어오른다. 아직까지 중견 그룹이긴 해도 유진그룹은 앞으로 유통, 물류, 금융 외에 그룹 발전을 위한 신수종 사업이라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주간동아 616호 (p64~65)

이진철 이데일리 증권부 기자 che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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