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B서점을 배회하다가 건진 책 가운데 하나가 ‘퓨처와이즈’라는 미래학 관련 서적입니다. 이제까지 미래 전망을 다룬 책들은 ‘앞으로 세상은 이러이러하게 바뀐다’는 항목을 죽 나열하거나 미래를 읽는 방법론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미래의 특징을 여섯 개의 양상으로 구분해놓은 점이 특이하더군요. 속도전(Fast), 도시화(Urban), 부족주의(Tribal), 세계보편주의(Universal), 급진주의(Radical), 윤리의식(Ethical) 등 여섯 항목의 첫 글자를 따면 ‘FUTURE’가 된다는 머리말에 혹해서 곧바로 계산대로 들고 갔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더군요. ‘나는 왜 이런 책을 열심히 사 모으는 것일까?’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미리 알고 싶어서? 내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학에 대한 호기심? 지은이가 얼마나 똑똑한 인물인지 궁금해서? 중요한 정도는 달라도, 이 모두가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저뿐 아니라 이 시대 대다수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입니다. 가속도가 붙어 점점 더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미약하나마 대응태세를 갖춰야겠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일 테죠.
대선 후보들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분명 개인보다 나라의 미래를 더 고민한다고들 말하겠죠. 하지만 새 대통령이 책에 소개된 식의 거창한 미래 전망에 입각해 정국 운영을 펼쳐줄 것을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시급하게 매달려야 할 어려움과 고민거리들이 너무 많고,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미뤄온 숙제들도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편집장 송문홍
주간동아 616호 (p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