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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패션, 파리의 명품

오트쿠튀르에 불어닥친 日流

  • 파리=김현진 패션 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오트쿠튀르에 불어닥친 日流

오트쿠튀르에 불어닥친 日流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1월 말 오트쿠튀르 쇼에서 ‘일본’을 테마로 잡았다.

일본이 세계 패션계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아시아에서 부자 나라는 일본밖에 없는 줄 아는 대다수 서양인은 보기에 멋진 아시아풍 패션은 모두 일본에서 온 것으로 생각한다. ‘동양의 대표국가’라는 타이틀을 단 일본 패션의 파워는 패션의 소비자로서뿐 아니라 공급자로서도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지는 추세다.

프랑스 TV의 한 패션 프로그램은 파리 거리에서 만난 일본인의 옷차림을 꼼꼼하게 톺아본다. 도쿄의 오모테산도, 긴자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곳의 패션 리더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최근에는 파리 시내 봉마르셰 백화점에서 기모노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다. 백화점에 매장을 연 일본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도 그 수가 늘고 있다.

게이샤풍 드레스에 서구 언론 극찬

그동안 일본인들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에 “가와이(귀엽다)” “스고이(멋지다)”를 외치며 ‘짝사랑’을 해왔다면 이제는 프랑스인들이 현대적인 일본풍 의상을 보고 “쉬페르(super·최고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반기는 모양새다. 물론 이세이 미야케처럼 일찌감치 그들 가슴속에 자리잡은 일본의 대디자이너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루이뷔통은 브랜드 특유의 모노그램 패턴(꽃문양)이 벚꽃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한다. 전 세계 매출 가운데 3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을 겨냥했음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거의 모든 프랑스 패션 브랜드는 중요한 패션쇼가 있을 때마다 일본 기자들과 ‘기타 아시아국’ 기자들을 눈에 띄게 차별한다. 좋지 않은 자리로 밀려난 ‘기타 아시아국’ 기자들이 서러움을 느낄 정도다.



명품 브랜드에서 일하는 브랜드 매니저들 역시 일본 시장을 아시아 시장 전체로 일반화해 말하곤 한다. 일본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를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재패니스’가 ‘아시안’을 통칭하는 일반명사로 쓰이는 걸 볼 때면 가슴 한구석이 쓰리다.

1월 말 파리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쇼에서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일본’이라는 테마를 잡았다. 디오르에서 일한 지 10년 된 스타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일본의 게이샤풍 메이크업과 옷감들을 이 브랜드 특유의 볼륨 있는 드레스들로 재구성했다. ‘마담 버터플라이’와 ‘게이샤의 추억’ 등 일본풍 소재가 물씬 느껴지는 미장센이 쇼장을 메웠고 일본 문화를 이국적이고 경외롭게 생각하는 서양 프레스는 “디오르의 찬란한 쿠튀르와 화려한 일본 문화의 절묘한 만남”이라는 등의 문구로 극찬했다.

최근 경영 전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앞으로도 명품 브랜드들의 일본에 대한 구애는 더 심해질 것 같다.

지난해 유로화 대비 엔화 환율이 13% 넘게 떨어지면서 유럽에 본사와 생산 기반을 둔 명품 브랜드들에 일대 비상이 걸렸다. 유로화가 비싸지자 명품 관광을 위해 파리, 밀라노 등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예전보다 조심스럽게 지갑을 열고 있으며 일본 내 매출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이를 계기로 본사와 생산공정에서 지출을 줄이거나 효율성을 강화하는 기업도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일본 내 매장을 확대하거나 마케팅을 강화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일본 소비자들을 기쁘게 하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일본에서 만난 리샤르 콜라스 샤넬 일본지사장은 “일본 소비자들은 섬세하고 까다롭다. 주문한 오트쿠튀르 의상에서 재봉사의 실수로 시침 핀 하나만 꽂혀 있어도 모든 제품을 반품할 정도다. 이들의 까다로운 눈을 맞추기 위해 본사의 생산 수칙이 달라지기도 한다. 일본 소비자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유일하게 일본에만 있는 샤넬의 식당 ‘베이지’나 에르메스 클로에 카페 등을 떠올려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주간동아 2007.02.27 574호 (p120~120)

파리=김현진 패션 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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