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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골프雜說

남미 땅끝서 찾은 골프장 ‘감동 백배’

남미 땅끝서 찾은 골프장 ‘감동 백배’

남미 땅끝서 찾은 골프장 ‘감동 백배’

마젤란해협가에 자리잡은 마젤란CC는 9홀이지만 수준급이다.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남미를 떠돈 지 한 달여가 지나자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 미칠 것 같고, 또 하나 손이 근지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골프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100타를 깨자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골프 생각뿐인데 남미여행을 떠났으니, 우리 음식 생각 못지않게 골프 생각이 굴뚝의 연기처럼 문득문득 솟아올랐다.

아마존 정글 속, 인디오 집에서 하룻밤 묵을 때는 나무열매를 주워 막대기를 들고 미친 듯이 스윙하고, 또 호텔에 들어가면 천장 높이를 가늠해 우산을 거꾸로 잡은 채 땀을 쏟으며 가려운 손을 달랬다. 그렇게 흘러흘러 남미대륙의 남단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까지 갔다.

배낭여행 중 우연히 만난 한국인 그리고 골프장

푼타아레나스는 마젤란해협에 면해 있는 어촌으로, 16세기 이 해협이 발견된 이후 하루가 다르게 번창했다. 상점들이 들어서고, 술집은 목마른 뱃사람들로 왁자지껄하며, 바람 따라 굴러온 헤픈 여인들은 훌렁훌렁 치마를 벗는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빠져나가는 마젤란해협의 발견으로 배들은 안전한 항해가 보장됐지만, 유럽의 배들은 너무나 먼 길로 돌아가야 했다. 지름길은 없을까? 인간들은 북미대륙과 남미대륙을 잇는 잘록한 허리를 잘라 운하를 뚫기 시작했다. 마침내 1914년 파나마운하가 개통되자 기생 떠난 술집처럼 마젤란해협은 뱃길이 끊기고 푼타아레나스는 쇠락의 길을 걷는다. 아직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남미대륙의 남쪽 땅끝마을에 남아 있다.

여인숙 방에 보따리를 던져놓고 황량하고 씁쓸한 푼타아레나스 거리를 걷다가,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허름한 건물

2층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이었다. 다짜고짜 2층으로 올라갔다.

‘대현농수산 푼타아레나스 기지창’ 책임자 노승만 씨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이 외딴곳에 한국인이 태극기를 걸어놓고 살아가는 게 놀라웠고, 이곳까지 한국 여행객이 찾아온 게 놀라웠던 것이다.

서로의 손을 부여잡은 채 인사를 나누자마자 마젤란해협가에 있는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떠들썩하게 노승만 씨의 부인, 두 딸과 인사를 나누고 식탁에 앉자, 부인이 저녁밥을 지을 동안 노승만 씨가 포도로 만든 독주 피스코를 꺼내오고 꿈에서나 그리던 적당히 삭은 홍어회를 한 접시 가득 들고 오는 게 아닌가!

대현농수산이 하는 일은 마젤란해협에서 홍어를 잡는 것이었다. 지구 반대편 남미대륙 땅끝마을에서 가장 토속적인 한국 음식 홍어회를 먹다니!

화장실에 가다가 또 한 번 놀랐다.

“저 골프클럽은 무엇에 씁니까?”

참으로 형편없는 우문이었다.

“골프할 때 쓰죠.”

이곳에 한국인이 산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칠레 해군기지 골프장에 마젤란CC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노승만 씨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내일 하루 종일 공 칩시다. 나는 지난달에 100을 깼어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고 노승만 씨 입에서 나온 말이다. 자면서도 웃었다.



주간동아 574호 (p11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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