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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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 역할

  • 이서원 자유기고가

    입력2006-11-30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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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 역할

    ‘로마’

    요즘 미국에서는 로마제국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영화채널 HBO의 시리즈물 ‘로마’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죽음으로 끝난 시즌 1에 이은 시즌 2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중파에서 얼마 전부터 시즌 1을 방영하고 있다.

    왜 로마인가. 이유야 많다. 먼저 로마제국의 흥망사 속에서 현대 미국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로마시대 말기의 사회적 흐름과 현대 미국 사이에서 유사점을 찾는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을 ‘몰락하는 늙은 제국’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의 시각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

    역사는 반복된다. 어쩌면 미국인들은 로마의 몰락을 통해 미국의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로마시대는 많은 이야기 소재를 제공한다. 일단 기독교와 로마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기독교 역사의 한가운데에 로마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벤허’ ‘쿠오바디스’ ‘바라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이 모든 영화에서 로마와 로마제국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파르타쿠스’는 어떤가. 노예반란의 주동자 스파르타쿠스의 일대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제국에 대한 그의 도전기는 노골적인 계급혁명의 우화였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에서 복수에 불타는 주인공 검투사 막시무스의 이야기는 은근히 검투사라는 위치를 현대 대중문화의 스타와 견주는 경향이 있다.



    로마제국의 성적 타락과 그들의 가치관은 좀더 자극적인 에로티시즘을 탐구할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플레이보이에서 제작한 ‘칼리굴라’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성적 금기를 파괴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했다. 로마시대를 상징하는, 샌들을 신은 땀투성이 전사의 이미지가 거의 공식화된 남성 동성애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충분히 많은 로마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지만 아직도 남은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앞에서 언급한 TV 시리즈 ‘로마’가 바로 그 증거다.

    이 TV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로마는 하얀 토가를 입은 수염 기른 남자들이 대리석 기둥 사이를 거니는 깨끗한 고대 도시가 아니다. 사람들은 요란하게 염색된 옷을 입고, 벽에는 음란한 낙서가 가득하며, 하수도에는 어제 살해당한 사람들의 시체가 흐른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고대 로마와는 달리, 이 세계는 지저분하고 폭력적이고 미신적이고 피투성이이며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이 새로운 로마는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최근 고고학적 연구의 결과로, 로마의 실제 모습에 가깝다. 로마 시리즈는 시즌 2로 종결하지만, 이 새로운 정보는 아이디어가 고갈된 미국 영화계에 신선한 자양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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