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3

2006.12.05

“국민 속이고 분열의 정치로 몰락 자초”

김성호 전 의원, 현 정권과 여당에 직격탄 “말로는 서민 외쳤지만 부유층만 살쪄”

  • 김성호 전 국회의원(열린우리당)·현 사단법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상임대표

    입력2006-11-30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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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속이고 분열의 정치로 몰락 자초”

    2003년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망해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들 마음속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정권이고 정당이다.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몰락은 어디에서 비롯했는가. 이는 국민을 속이고 분열시키고 지지자를 배신한 데서 시작되었다. 즉, 민주주의 원칙과 정신을 정면에서 파괴한 결과가 참혹한 심판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대통령 노무현’의 얼굴에서는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후보 노무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으며, 열린우리당의 얼굴에서는 2004년 4월 총선 당시 ‘새로운 정당’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자신들의 절대적 지지기반인 서민과 민주개혁세력을 배신한 결과는 사이비 개혁정권의 몰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땅값 올려놓고 농민 기반 파괴

    민심이 흉흉한 정도를 넘어 민중봉기가 일어날 정도로 들끓고 있다. 자신들의 삶의 기반을 파괴당한 서민의 민생저항이라는 점에서 민중혁명의 불길한 징조가 보이고 있다.

    분노하는 서민과 농민들의 성난 얼굴에서 노 정권의 몰락을 읽을 수 있다.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에 몰려든 농민의 모습은 희망을 잃은 민중의 분노가 역사에서 어떻게 표출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혁신도시니 기업도시니 하면서 전국의 땅값만 올려놓고 농민의 삶의 기반을 철저히 파괴해온 결과다.



    최근 부동산값 폭등으로 인한 서민의 분노, 정부의 대책에 대한 시장과 민심의 반응은 정부와 국민의 신뢰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민주적 통치가 이제는 불가능함을 입증하는 사례다. 지난해 8·31 대책으로 투기세력과의 전쟁은 끝났다며 각료들에게 훈장까지 나눠주었던 정부는 부랴부랴 11·15 대책을 다시 내놓았지만 국민의 반응은 싸늘할 뿐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11·15 부동산정책을 믿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80.6%에 달한다. 말과 정책이 180도 다르고 상황 변화에 조응해 수시로 원칙이 바뀌는 대통령과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4년 동안 ‘좌파 신자유주의’와 ‘친미 자주’ 같은 말장난이나 다름없는 언사를 늘어놓으면서 끊임없이 지지자를 배신하고 국민을 농락해온 노 정권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나 다름없다.

    노 정부는 그냥 세워진 정부가 아니었다. 국민의 정부와 비교해도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정부였다. ‘세상을 바꾸자’며 거리로 나섰던 청춘들의 열정과 회한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정부였다. 그래서 2004년 4·15 총선의 의미는 각별했다. 우리 국민은 1988년 13대 총선 이래 최초로 ‘여대야소 국회’를 선택함으로써 노 정권에 확실히 힘을 실어주었다. 민주개혁의 닻을 올리고, 외환위기 이후 빈곤의 위험에 내몰린 서민들의 삶을 돌보는 일에 앞장서고 민족화해와 평화공존의 길을 넓혀 나가라는 것이 국민적 명령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와 믿음은 얼마 못 가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노 대통령과 집권당은 자신들의 노선을 ‘좌파 신자유주의’와 ‘친미 자주’ 그리고 ‘실용주의’로 가볍게 정리하면서 총선 민의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줄달음쳤다.

    “국민 속이고 분열의 정치로 몰락 자초”

    김성호 전 의원.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입만 열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과 ‘서민과 중산층’을 외쳤지만, 정권과 정당에 대한 평가는 ‘말’이 아니라 ‘정책’을 두고 내리는 것이다. 노 정권의 사회경제 정책은 철저히 재벌과 부유층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정책이었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구조 개혁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발전을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소기업 활성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줄어들어야 비로소 양극화의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의 엄격한 적용은 외면하면서 공허한 상생협력을 말하는 사이에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악화되었고, 대·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특정재벌 봐주기라는 여론의 비판을 무시한 금산법 개정안과 X파일 사건은 정권의 성격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친재벌 신자유주의 정책의 영향으로 비정규직은 급증했고, 영세상공인의 소득은 크게 감소했으며, 그 결과 성장과 분배가 함께 악화되었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어 서민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남북관계 파탄, 한반도 문제 발언권 상실

    사회경제 정책만이 문제가 아니다. 통일외교 정책에서도 노 정권의 총체적 난맥상은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노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계승발전과 대등한 한미관계’를 전면에 내세워 당선됐다. 그러나 취임 직후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하는 등 수시로 변화하는 여론의 장단에 맞춰 오락가락 행보를 반복한 결과, 국민적 신뢰는 물론 국제적 신용마저 잃고 말았다. 노 정권은 국민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정치적 수사일 뿐이며 실제 계승한 것은 김영삼 정부의 ‘냉온탕 정책’이었다.

    반면 한미관계에서는 국민여론을 무시한 독단적인 결정과 ‘친미 굴종외교’로 국익을 침해하면서도 ‘친미 자주’라는 허황된 말로 자신의 실패를 합리화했다.

    무엇보다도 국민통합과 화해에 앞장서야 할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지난 4년간 철저히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했다. 엉터리 같은 균형발전론과 주도세력 교체론을 내세워 서울과 지방을 분열시켰고,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이간질했으며, 서울대와 비서울대를 분리시켰고, 인문고와 실업고를 싸움 붙였다. 또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두고 검찰과 경찰을 분열시켰고, 최근에는 검찰과 법원을 싸움 붙이는 등 국가기관까지 망국적 정치판으로 만들어놓았다. 분열의 정치를 통해 민주사회의 기반인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국가기관을 무력화했다.

    나는 9월4일 국민을 속이고 서민을 배신한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사이비 개혁노선에 반대해 탈당하면서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한 열린우리당의 즉각적인 해체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사이비 개혁세력으로 본질이 드러난 노 정권와 열린우리당은 나라를 망치고 지지자를 배신한 데 대한 진솔한 사과는커녕 통합신당 운운하면서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정략적 대국민 사기극을 꾸미고 있다. 사이비 개혁세력에 대한 엄중한 심판과 청산 없이는 진정한 민주평화세력의 정치적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역사는 심판과 청산을 통해 발전해왔음을 되새겨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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