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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뒤적뒤적, 통합논술 찾았다!

국어 교과서 ‘심화학습’은 논술창고

  • 최진규 충남 서령고등학교 국어 교사·‘교과서로 배우는 통합논술’ 저자

국어 교과서 ‘심화학습’은 논술창고

모든 교과서는 교과 학습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일련의 구성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10학년(고 1) 공통필수과목인 국어 교과서를 살펴보면, 총 15개(상권 8개, 하권 7개)의 대단원을 갖추고 각 대단원은 ‘단원의 길잡이-준비학습-소단원 학습-단원의 마무리-보충·심화 학습’의 순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여기서 ‘보충·심화 학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충학습’은 ‘소단원 학습’의 결과 성취 수준이 낮다고 판단된 학생이 선택하고, ‘심화학습’은 성취 수준이 높다고 판단되는 학습자가 선택하여 학습활동을 수행합니다. 특히 ‘심화학습’은 제재의 난이도가 높고, 일상생활과의 연관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서 훌륭한 논술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내용은 고등학교 국어(상) 교과서 304쪽에 나와 있는 심화학습의 내용입니다. 지면(紙面) 관계로 전문(全文)은 도서출판 늘품미디어의 홈페이지(http://www.nlpum.com) 공지사항에 게시해 놓겠습니다.

(가)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서울 아들네.”

“어디 사세요?”

“목사동 대곡.”

대곡이라면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보성강 건너의 마을이다.

“거기서 여기까지 오시기가 여기서 서울 가는 길보다 더 힘드셨을 텐데요.”

시골의 교통편이라는 게 말할 수 없이 옹색하다는 것을 잘 아는 나는 할아버지가 대곡에서 여기 읍내 기차역까지 오신 그 여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에 이상하게 가슴이 아렸다. 더군다나 할아버지는 시골 노인네들 특유의 짐들을 바리바리 싸 짊어지지 않았는가. 나에게는 일면식도 없었던 할아버지지만, [중략] - 공선옥 ‘곡성역에서 만난 할아버지’

(나)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나쁜 소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문제점을 파악하자마자 기업 내 모든 직원들을 즉각 각성시켜야 한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지적 역량을 결집하는 속도를 보고 우리는 그 기업을 평가할 수 있다. 기업의 디지털 신경망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 또한 직원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나쁜 소식을 찾아내고 그에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디지털 기술이다. 디지털 기술은 어떤 긴급한 상황에서도 기업으로 하여금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중략]

- 빌 게이츠, ‘빌 게이츠 @ 생각의 속도’


위 내용과 관련해 교과서에 제시된 문제(3문항)는 모두 내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가치 판단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 학습자의 이해력, 사고력, 표현력을 묻는 논제로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 문항 가운데 두 번째 문항을 좀더 보완하여 다음과 같은 발문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가)와 (나) 글에 담긴 필자의 입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속도와 삶의 관계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논술하시오.(700±30자)

출제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답을 쓰기 위해서는 제시문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두 편의 글은 속도와 삶의 관계를 보여주는 내용으로, (가) 글은 역 대합실에서 시골의 한 할아버지와 필자가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주고받는 대화 상황을 통해 ‘느림의 미학’을, (나) 글은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경우 해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방식의 사고가 필요함을 들어 ‘빠름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에 따라 삶의 양식이 달라지고, 사고와 행동의 속도가 빨라져 가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에서 느림을 추구하는 것과 빠름을 추구하는 것 중에서 어느 입장이 옳은지 자신이 알고 있는 근거를 들어 의견을 서술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나)의 관점에서 서술한다면 (가)의 할아버지의 사고는 아날로그 방식이며, 시간적·경제적으로 비용이 많이 허비된다는 점을 들어 논지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논술은 반드시 일정한 문제 상황이 주어지게 마련이고, 그에 따른 정확한 진단과 치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교과서의 심화학습은 소단원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에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한다는 점에서 통합교과논술과 그 맥을 같이합니다.



주간동아 554호 (p94~94)

최진규 충남 서령고등학교 국어 교사·‘교과서로 배우는 통합논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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