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4

2006.09.26

해외 골프장 회원권 ‘싼 게 비지떡’

  • 입력2006-09-25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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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골프장 회원권 ‘싼 게 비지떡’

    동남아 현지 골프장에 이런 회원모집 플래카드가 펄럭이는 모습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골퍼라면 누구나 싼값으로 골프나 실컷 쳐봤으면 하는 소박한 꿈을 꾼다. 그 꿈을 간파한 외국 골프장이 골프장 회원권을 흔들며 윙크를 보낸다. 주로 태국과 필리핀이다.

    해외 골프장 회원권은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소멸형, 원금반환형, 영구회원 지속형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회원권이 소멸돼 회원권 납입금도 반횐되지 않는 게 소멸형이고, 기간이 만료되면 회원권 납입금을 반횐해주는 게 원금반환형, 그리고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골프장 회원권과 같은 게 영구회원 지속형이다. 소멸형이 사글세라면 원금반환형은 전세, 영구회원 지속형은 집을 사는 것에 비견할 만하다.

    요즘 외국 골프장 회원권 부냥ㅇ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 우리나라 골퍼들을 부른다. 값싼 외국 골프장 회원권 분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의 많은 골퍼들이 낭패를 봤다. 골프장이 부도나 회원권 가격이 폭락을 하든가, 원래의 조건이 이행되지 않거나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외국 골프장의 회원권 분양은 중간에 꼭 우리나라의 현지 교민이 끼여 있다. 회원권을 분양할 땐 그 교민이 골프장 소유주 행세를 하지만 실은 전전대 형태다. 그 교민이 ‘먹튀‘를 했을 때 골프장에 가서 따져봐야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낭패를 본 곳은 대부분이 이해할 수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을 내걸던 골프장이다. 약속을 지킨 곳은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 아닌 골프장이다. 전자가 사채를 놓아 몇 번 높은 이자를 받다가 결국 원금을 떼였다면, 후자는 은행에 맡겨 적은 이자지만 안전하게 자금을 이용했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우리 골퍼가 낭패를 봤지만 이것은 강간사건 같아서 피해자가 쉬쉬해 덮어버린다. 왜냐하면 해외 골프장 회원권을 샀다는 것이 떳떳하게 내세울 일도 아니고, 사건을 국내에서 터뜨려봐야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원금과 권리를 찾으려 애쓰는 물적·심적 비용이 떼인 돈보다 더 들어갈 것 같아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해외 골프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터무니없이 좋은 조건 제시 반드시 따져보고 구입해야

    물론 소멸형이지만, 400만~500만원의 회원권을 취득하면 부부가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거의 무제한으로 그 골프코스 리조트에서 자고, 거기서 제공하는 한국 음식을 먹고, 치고 싶은 대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것은 놀랍기 짝이 없다. 그들이 약속만 이행한다면야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어디 있으랴.

    나쁜 조건이라는 것은 1년 중 이용할 수 있는 날을 제한하고, 이용 일수를 초과했을 땐 얼마간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골프 하는 것에 비하면 거짓말처럼 좋은 조건이지만, 다른 좋은 조건의 해외 골프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나쁜 조건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좋은 조건을 택하느냐, 안전하지만 나쁜 조건을 택하느냐의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선택하기 전에 이것만은 꼭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골프장 입장에 서서 ”그렇게 하면 사업이 될까?” 자문해보고 자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하면 적자다”는 답이 나올 땐 위험이 아주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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