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4

2006.09.26

혼성 대중문화 빛과 그림자

  • 이병희 미술평론가

    입력2006-09-21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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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성 대중문화 빛과 그림자
    최근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다양한 대중문화를 낯설지 않게 접하고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을 느낀다. 이미 우리는 지역과 인종을 넘어서 마이클 잭슨, 마릴린 먼로, 마돈나, 스팅, 줄리아 로버츠, 맥 라이언, 드류 베리모어 같은 팝 스타들과 친숙하다. 그들은 우리의 우상이거나 비평의 대상이며, 심지어 일상적인 수다의 주요 소재다. 마치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양한 인종의 거주자들과 더욱 다양한 출신의 관광객이 뒤섞여서 살아가듯이, 우리는 한국에서도 어떤 구분 없이 대중문화의 아이콘들과 이미지를 한국의 삶과 뒤섞어 소비한다.

    이렇게 교류와 이동이 활발하고, 전 세계가 하나의 미디어로 통합된 듯한 세계에 어떤 구별이 남아 있을까.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폭력과 차별, 심각한 위기와 불안이 지속되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이렇듯 태평스럽게 팝 스타들의 이미지와 대중문화를 소비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교육받고 다양한 문화권에서 활동하는 칸디스 브라이츠(Candice Breitz)의 전시는 한마디로 시끄럽다.

    여러 대의 비디오에서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사람들이 합창을 한다. 베를린에서 모집한 마이클 잭슨의 열성 팬들이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따라부르고, 밀라노의 마돈나 팬들은 마돈나의 몸짓과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다. 그들의 출신, 직업, 인종, 성별은 다양하지만 대중문화의 한 이미지를 공유하고 열성적으로 소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시장 한쪽에는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전형적인 미국 멜로드라마나 영화의 여주인공들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들이 진열된다. 그 여배우들의 영상 뒷면에 여배우들의 대사를 한 명의 여자가 그대로 따라하는 영상들이 배열되어 있다. 다양하지만 동시에 한목소리를 내며 하나의 이미지를 따라하는 여러 사람들이 있고, 대중문화의 여러 스타의 역할을 연기하는 한 명의 여자가 있다.

    브라이츠의 시끄러운 전시장은 그러나 유쾌하지만은 않은 어떤 것이다. 작가는 한류에 들떠 있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대중문화를 통한, 지역과 경계를 넘는 소통은 과연 가능한가. 대중문화가 스타의 이름을 빌려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인종차별, 성차별, 자본이나 권력의 폭력, 주체성의 위기까지도 소비시켜버리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9월30일까지, 국제갤러리,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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