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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결혼도 고시다!

결혼산업과 사치 백년해로 할라

허영과 과시욕 자극하며 규모 쑥쑥 … 3500만원 드레스, 1억원 이불 세트도 등장

  • 김선아 자유기고가

결혼산업과 사치 백년해로 할라

결혼산업과 사치 백년해로 할라

갤러리 서미앤투스에서 열리고 있는 ‘더 웨딩’전.달라진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이바지용 그릇 등 혼수용 그릇들을 작가들이 만들어 선보이는 전시다.

결혼정보업체 등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5년 결혼한 남녀의 평균 결혼비용이 1억3000만원에 이르고, 직접적인 혼수시장 규모만 해도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업체와 웨딩컨설팅업체도 매년 20%씩 성장세를 유지해 500억원대 시장을 이루는 등 결혼 관련 사업 전체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결혼 준비 백전백승’이라는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는 웨딩플래너 최경숙 씨는 “최근 혼수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전문화와 결혼비용의 극심한 양극화”라고 말한다.

예단비 3000만원은 기본, 밍크코트는 옵션?

결혼 준비과정에서 가장 많은 분쟁거리가 되는 것은 역시 혼수로, 계층 간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결혼할 때 남자 쪽이 집을 사면 여자 쪽은 3000만원 이상의 예단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 강남 상류층이나 이른바 명문가에서는 집과 상관없이 예단비용 3000만원이 ‘정가’로 통한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1000만원 정도의 예단도 사실상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한 호텔의 웨딩플래너는 “혼수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결혼비용의 60%가 넘는 주택구입비는 남성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해 결혼이 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예단비용으로 3000만원을 쓴다고 해도, 요즘 상류층에선 이와 별도로 시어머니의 핸드백과 밍크코트를 ‘기본’으로 친다.



“9월 강남 I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던 한 여자 탤런트의 경우, 신랑이 억대 연봉을 받고 강남에 아파트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나운서 출신인 시어머니가 예단비를 5000만원 이상 바랐고, 내심 밍크코트와 명품 가방 등도 기대했죠. 결국 결혼은 여자 측의 ‘약소한’ 예단 때문에 깨졌어요. 그녀가 결혼식 상담을 하면서 ‘우리 시어머니는 절대 예단을 바라는 분이 아니다’라고 자랑을 많이 했기 때문에 마음이 더 아프더라고요.”(I호텔의 웨딩플래너)

특히 최근에는 혼수에 시어머니를 위한 전자제품이 추가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몇 년 전에는 김치냉장고가, 요즘은 양문형 홈바가 달린 냉장고가 시어머니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결혼 예식의 ‘꽃’으로 불리는 웨딩드레스에서 가장 뚜렷한 트렌드는 ‘스타 결혼식 따라잡기’다. 재벌가 자제들과 인기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국내 최고급 웨딩드레스 브랜드는 10여 개. 얼마 전 아나운서 노현정이 시어머니의 권유로 골라 인터넷에 공개된 디자이너 서정기 씨의 웨딩드레스는 고현정이 삼성가에 시집갈 때, 채시라가 김태욱과 결혼할 때 입었던 브랜드다. 디자이너 황재복 씨의 드레스는 노무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와 탤런트 한가인이 입으면서 ‘떴다’.

결혼산업과 사치 백년해로 할라

웨딩드레스에서 예물, 웨딩컨설팅업체까지 한 곳에 모여 상류층 ‘결혼의 메카’로 꼽히는 청담동 골목.

다른 패션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웨딩드레스 업계에서도 스타마케팅의 힘은 국내보다 할리우드가 더 크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입는 ‘베라 왕’은 심은하, 김남주, 조은숙이 결혼할 때 입어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졌는데, 아파트 평수를 줄여서라도 베라 왕 드레스를 입겠다는 신부들이 늘고 있다. 베라 왕 드레스가 인기를 모으자, 이탈리아산 친지아페리와 독일의 에스까다 웨딩 등 수입 웨딩드레스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에 상륙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톱 브랜드 제품은 대부분 수공 제작인 데다 고급 소재에 진짜 보석을 쓰고 맞춤 대여가 아닌 맞춤 판매가 일반적이어서, 가격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국내 고급 웨딩드레스의 맞춤 대여(자기 몸에 맞게 맞춰 입고 웨딩드레스 숍에 돌려주는 것)가 300만~500만원 안팎이며, 다른 사람이 입었던 것을 입는 ‘일반 대여’ 가격은 맞춤 대여의 70% 정도다. 베라 왕 드레스의 가격은 기성복 기준으로 500만∼3500만원에 이르는데, ‘보통’ 신부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1000만원대 안팎이다. 그런데 만일 축구선수 베컴의 부인 빅토리아 베컴처럼 베라 왕 드레스를 새 디자인으로 맞추려면 가격이 억대로 올라간다.

한때 호화 결혼식의 상징이었던 호텔 예식은 이제 평범한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신라호텔 영빈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풍수가 좋다고 선정한 곳으로 신랑 신부가 장수하면서 해로한다는 속설 때문에 꾸준히 인기고,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식장 분위기와 장식 덕분에 젊은 층이 좋아한다. 유명인사 자녀들의 예식 장소로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자주 이용된다. 하객 500명 기준으로 일반 예식장 비용은 1000만~2000만원이지만 특급 호텔은 1억원 이상 들어간다.

특급 호텔 결혼식 비용 1억원 훌쩍

결혼식 이벤트 자체도 점점 더 ‘극적’이고 화려하게 연출되고 있다. 테이블 세팅, 플라워 데코레이션, 레이저 조명, 안개 등은 기본이고 신랑 신부와 가족의 삶을 단편영화로 제작하는 등 결혼식을 환상적으로 꾸며주는 각종 장치와 기법이 동원돼 마치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결혼식이 연출된다.

일반인들도 호텔 결혼식을 선호하면서 호텔들은 경쟁적으로 결혼 관련 명품점들을 유치하고 있다. 또 백화점 명품관들도 신랑 신부를 주요 타깃으로 공략하기 위해 웨딩플래너들을 고용하고 있다. 백화점 패키지에는 1억원짜리 수입모피 이불 세트는 물론이고, 성형수술 및 피부관리 시술도 포함된다고 한다. 한 백화점 담당 직원은 “시어머니 밍크코트는 이제 일반적인 예단이 됐고, 다이아몬드는 1캐럿짜리로 올라갔다. 5년 전만 해도 이런 혼수는 아주 특별한 계층에 한정됐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결혼에 모든 것을 거는 분위기다”라고 말한다.

결혼산업과 사치 백년해로 할라
혼수가전도 대형화·고급화 추세가 뚜렷하다. 전자제품 전문점 테크노마트가 최근 ‘가을 혼수가전 구매 트렌드 정기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0만원 이상 구매한다는 응답자가 11.4%를 기록한 봄에 비해 30.4%로 껑충 뛰었다. 반면 구매비용이 300만원 이하라는 응답자도 12.4%에서 20.4%로 늘어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음을 알 수 있다.

결혼이 ‘마음만 가지고’ 할 수 없는, 전략·전술·정보가 필요한 ‘혼테크’가 되면서 상류층은 물론이고 서민들도 전문 웨딩플래너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웨딩플래너협회의 한 상담원은 “평범한 사람들은 웨딩플래너가 싸고 편하게 결혼식을 준비해주기 때문에, 상류층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특히 사돈집에 트집 잡히지 않는 최고의 혼수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웨딩컨설팅업체들이 인기다”라고 말한다.

배우자 만남을 주선하는 결혼정보업체도 결혼협회에 등록된 업체만 20개에 이르고, 개인이 운영하는 결혼상담소까지 포함하면 중매 관련업체는 1000여 개에 달한다. 이들은 LA 등에 해외 지점을 내고, 상류층 자제 등을 별도 관리하면서 대형화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면서 일명 ‘뚜쟁이’를 찾던 상류층도 결혼정보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름은 외부에 일절 공개되지 않는다. 2002년에 결혼한 전직 대통령의 손자, 2004년 S그룹 셋째 딸, 그리고 2005년 전직 대통령의 손녀도 결혼정보업체를 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해 L그룹과 D그룹의 사돈을 맺어준 곳도 결혼정보업체였다고 하니, 한국의 상류사회를 움직이는 ‘큰손’으로 결혼정보업체가 손꼽힐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주간동아 554호 (p30~31)

김선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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