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8

2006.06.06

미셸 위, LPGA 우승으로 말해야 한다

  • 입력2006-06-05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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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 골퍼’ 미셸 위 주위엔 적이 우글거린다.

    “미셸 위는 남자대회에 나가 컷오프 통과에 목숨을 걸 게 아니라 여자대회에서 우승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몇 년 전 타이거 우즈가 점잖게 충고(?)한 이 말에선 언중유골이라고, 어딘지 기분 나쁜 냄새가 확 풍긴다.

    우즈가 먼저 미셸 위를 긁은 것은 아니다. 미셸 위가 아마추어일 때 기자들은 집요하게 미셸 위의 프로 전향에 대해 물고 늘어졌다.

    “타이거 우즈만큼 계약금을 주면 할 수 있어요.”



    미셸 위의 이 한마디가 우즈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았나 싶다.

    세계 최고 권위의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의 후추방앗간(The Pepper Mill)이라는 골프칼럼에서 도티 페퍼는, 올해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도 채택한 선수들의 랭킹 제도를 비판하며 미셸 위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어째서 우승 한 번 하지 못한 미셸 위가 애니카 소렌스탐, 폴라 크리머에 이어 세계랭킹 3위가 될 수 있나. 지난 2년 동안 다섯 번이나 우승한 크리스티 커(4위), 그리고 언제나 우승 문턱에서 벗어나지 않는 로레나 오초아를 제치고 말이다.”

    그러나 도티 페퍼가 으르렁대고 난 뒤 미셸 위는 그녀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랭킹 2위로 올라섰다.

    미셸 위가 프로 전향을 선언할 때 모두가 축복을 보낸 것은 아니다. 김초롱은 대놓고 “나는 반대다. 그 나이엔 그 나이에 맞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어디 김초롱뿐일까. LPGA 선수 모두 속으로는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LPGA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 받는 우승상금이 15만 달러 남짓인데, 미셸 위는 대회초청료가 자그마치 LPGA 우승상금의 10배인 150만 달러다. 얼마 전 영종도의 스카이 72에서 치러진 SK텔레콤 오픈에서는 절반만 받았다는데도 무려 75만 달러였고, 모 건설회사로부터 200여 만 달러를 후원받기도 했다.

    성인 되는 3년 후 지금 같은 인기 장담 못해

    미셸 위가 7전8기 끝에 마침내 남자대회에서 컷오프를 통과했다고 야단이지만 진정한 컷오프 통과는 미PGA(남자프로골프협회)에서 해야 한다는 게 불문율이다.

    외신에서도 미셸 위의 컷오프 통과를 스포츠 단신으로 내보냈지만, 지구촌 골퍼들에게 미셸 위의 위상이 올라갔다기보다 KPGA의 수준이 그 정도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비춰질까 겁난다.

    3년 후의 미셸 위를 그려보자.

    지금 ‘1000만 달러 베이비’ 미셸 위의 브랜드 가치는 어린 소녀+장타자이지만, 어린 소녀에 더 무게가 실린다.

    3년 후 미셸 위는 소녀가 아니다. 3년 후 미셸 위의 드라이브 거리를 말할 수 없지만 현재의 거리를 LPGA에 대입시키면 5위권에 들까 말까다. 카린 스요딘, 브리타니 린시콤, 브리타니 랭, 소피 구스타프슨….

    3년 후에도 나이키와 소니가 미셸 위에게 1000만 달러를 안기고, 남자골프대회 스폰서가 150만 달러를 후원해줄까. 미셸 위가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LPGA에 올인, 우승을 바구니에 자꾸 담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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