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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최태훈 개인展

쇳덩이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

  • 김준기 미술비평가

쇳덩이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

쇳덩이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
예술가에 대한 비평적 관점, 특히 조소 예술가에 대한 관심은 작가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는 데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더욱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것은 지난한 수공 작업을 거치는 작가의 육체적 행위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물질의 가시적 존재로부터 나온다.

개념미술은 20세기 미술시장의 음습한 시도, 그러니까 모든 예술적 실천의 결과물을 상품화하는 흐름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되지 않았던가. 뒤샹의 변기는 오브제 그 자체로 전설이 돼버렸다. 예술 상품에 대한 저항 형식으로 출발한 레디메이드 오브제 개념이 동물을 잘라서 포르말린 수족관에 담그는 데미언 허스트의 작업에 이르러서는 수억 원의 화폐가치를 가진 상품으로 치환되는 가치전도의 시대다. 뒤샹 이래 대부분의 개념적인 오브제들이 기념비적 물질덩어리로 변해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의 사물화를 벗어나려는 일체의 시도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보다는 개념과 조형이라는 양극점에 서서 양자의 공존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태훈과 같이 엄청난 노동 과정을 통해서 작품을 생산해내는 예술가 앞에서 우리는 개념작업과 조형작업의 이분법을 넘어 ‘인간의 행위를 증거하는 물질’로서의 조각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숙고하게 된다. 한 토막 한 토막의 쇳덩어리를 용접해 거대한 구조체를 만들어나가는 그의 예술 노동은 (가짜) 개념미술에 비해 얼마나 리얼한가. 나는 예술 노동 자체의 진정성이 그의 예술 생산품만큼이나 소중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용접 작업 ‘블랙홀’은 개체로부터 군집으로, 그리고 다시 개체로 관객의 관심을 집중하고 분산하는 작업이다. 그는 작은 쇳덩이를 붙여서 구조체를 만듦으로써 개체로부터 구조체로 나아갔지만 관객의 궁극적인 시선은 구조체 속에 박혀 있는 개체들의 표정에 몰입한다. 다시 말해 개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구조체에 대한 관심은 다시 낱개의 금속 조각으로 환원한다는 것이다. ‘오로라’는 비정형의 물질 덩어리처럼 보이는 유연한 곡선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5m 길이의 거대한 구조체로서, 내부 조명으로 인해 공간을 휘감아 도는 구조체의 견고한 물질성과 빛의 요소를 함께 존재하도록 했다. 나아가 이 작품은 공간을 떠도는 빛의 오로라를 입체 구조체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물질적 구조체로서 존재를 드러내는 조각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7월9일까지, 김종영 미술관, 02-3217-6484



주간동아 2006.06.06 538호 (p80~80)

김준기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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