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8

2006.06.06

오늘 밤 쿨한 하우스파티 어때요?

보통 사람들 ‘내조형 파티’ 일상 문화 정착 … 먹고 마시기 지양, 스스로 즐기는 분위기 만들어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6-06-01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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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밤 쿨한 하우스파티 어때요?

    퍼포먼스 아티스트 조은성 씨의 퍼포먼스로 시작한 ‘코파스’의 하우스 예술파티. 코파스는 앞으로 ‘찾아가는 예술파티’를 열 계획이다(왼쪽). 파티센터에서 진행한 야회파티 장면.

    5월13일 저녁 8시. 서울 평창동 주택가 골목으로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화향(花香)’이라는 주제로 열린 ‘하우스 예술파티’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봄밤의 따뜻한 기운 때문인지, 호기심 때문인지 모두 미소 띤 얼굴에 상기된 표정이다.

    파티의 ‘호스트’는 실험적 예술가들의 네트워킹 단체인 ‘한국실험예술정신’(이하 ‘코파스(KoPAS)’)이고, 파티가 열린 곳은 인테리어 디자인회사 ‘코어핸즈’의 사옥을 겸한 김부곤 대표의 집이었다.

    파티는 퍼포먼스 아티스트 조은성 씨가 참석자들을 빨간 테이프로 마룻바닥에 ‘붙이는’ 퍼포먼스로 시작했다. 그리고 신인 작가 양소정 씨의 작은 그림 경매와 신세대 크로스오버 국악그룹 ‘황진이’의 공연, 와인으로 분위기가 ‘업’됐다. 참석자는 대학생에서 50대 사업가까지 다양했지만, 작품을 소재로 세대 차이 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오늘 밤 쿨한 하우스파티 어때요?
    얼마 전까지 우리에게 낯설게만 보였던 파티가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연말에 몰리던 파티가 사시사철 열리고, 푹 파인 드레스를 입은 ‘파티플래너’가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들이 파티를 만든다. ‘코파스’의 파티에 중학생 딸을 데리고 온 소준영 씨는 “파티에서 즐기는 것을 배우는 것도 교육”이라고 말한다.

    낯선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 한 가지 목적을 공유하는 파티는 가족모임과 회식에 익숙한 우리에게 여전히 어색하다. 그러나 서구처럼 가족이 해체되고 개인주의가 발달하면서 사회적인 인맥을 관리하고 이를 ‘과시’하는 것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고, 파티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우리나라 1호 파티플래너 윤지현 씨(파티센터 대표)는 “요즘 새로운 파티 유형 중 하나는 승진과 이직 등을 계기로 집에서 소박하게 여는 ‘내조’형 파티”라고 말한다.



    초호화 대규모 파티는 옛말

    일반인 사이에서 서양식 파티가 유행처럼 퍼진 건 해외 유학파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돌아와 파티를 열기 시작한 90년대 말부터다. 동시에 이들이 해외에서 소비하던 사치품, 이른바 ‘명품’도 속속 상륙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일본 못지않게 큰 구매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 사치품 회사들은 경쟁적으로 화려한 ‘런칭파티’를 열었다. 이들은 값비싼 선물과 ‘차비’를 제공해가며 연예인 등 ‘셀레브리티’들을 파티로 끌어모았는데, 파티의 규모가 크면 틀림없이 매출도 늘어났다. 한 사치품 회사가 플래그숍(독립매장) 오픈 파티 한 번 여는 데 1억원을 썼다는 소문이 난 뒤 태국에서 공수해온 코끼리가 등장하고 참석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대규모 파티들이 이어졌다. 파티플래너라는 직업이 각광을 받았고, 파티홀릭들은 하룻밤에도 두세 군데 파티를 옮겨다니며 값비싼 샴페인병을 비웠다. 그러나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1~2년 전쯤부터 명품 브랜드들도 그런 대규모 초호화판 파티를 열지 않아요. 매일 똑같은 사람들이 클럽에 모여 먹고 춤추다 보니 지루해진 거죠.”

    한때 청담동 파티피플 1호로 꼽혔던 김모 씨의 말이다.

    당연하지만, 파티는 참석자들이 즐거워야 한다. 수동적으로 무대를 바라봐서는 TV가 파티보다 훨씬 재미있다.

    스스로 파티홀릭보다는 정도가 약한 ‘파티고어(partygoer)’라고 말하는 프리랜서 작가 김원희 씨는 “홍대 앞의 클럽 파티에 즐겨 간다. 음악을 즐기러 가니, 자기소개나 ‘대화’에 대한 부담도 없어서 자연스럽게 음악 이야기가 오고 간다”고 말한다.

    단순히 상품을 소개하고 불특정 다수가 참석하는 런칭파티는 시들해졌지만 작가의 퍼포먼스처럼 문화 체험적인 파티나 와인 테이스팅 파티, 유명 DJ 클럽 초청파티 등 참석자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소규모 파티는 일상이 됐다. 홍보 행사인 런칭파티가 공짜인 데 비해, 클럽파티나 예술파티, 와인 테이스팅 파티 등은 입장료가 있다. 파티고어들은 일종의 공동 주최자라고 생각해 아낌없이 입장료를 낸다.

    ‘코파스’의 이정희 실장은 “지금까지 가난하고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예술후원자들과 연결해주는 파티를 열어왔는데, 예술파티를 열어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예술 공연과 체험을 파티 형식으로 꾸며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가는’ 하우스 예술파티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백기 대표의 말에 따르면 ‘하우스 예술파티는 작가들에게 객석과의 거리를 좁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공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지현 씨의 하우스 파티 성공법

    작은 감동 큰 기쁨 … 음식에 연연 마라


    오늘 밤 쿨한 하우스파티 어때요?
    1. 작은 감동을 만들자 여름엔 얼음물수건, 겨울엔 따뜻한 물수건 등을 준비해 참석자들에게 나눠주는 등 손님을 배려하는 작은 아이디어들이 큰 효과를 낸다.

    2. 상상력이 힘이다 파티에선 무엇이라도 가능하다. 여자아이 생일이라면 생리 등 ‘성숙’을 테마로 할 수도 있고, 부서원들이 모인다면 사진을 미리 구해 격려 메시지를 담은 영상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환갑, 회갑의 주인공이 있다면 사진으로 ‘인간시대’를 만들어보자.

    3. 음식에 목숨 걸지 말자 집주인이 파티플래너를 겸하면 음식 준비하느라 파티 자체를 망치는 일이 많다. 와인칵테일처럼 만들기 쉽고, 보기도 좋고 인기도 좋은 파티음식 레서피가 인터넷에 가득하다.

    4. 초와 꽃을 적극 활용하고 드레스코드, 포토존을 만든다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초가 최고. 참석자들이 간단한 연출을 하고 사진을 찍는 이벤트도 마련해본다. 드레스코드는 파티 참석자들을 이어주고, 이야깃거리도 된다.

    5. 음악이 파티의 성패를 결정한다 파티가 시작될 때, 파티가 진행 중일 때, 파티가 끝날 때 등 세 부분에 맞는 음악을 미리 정해둔다.

    6. 아무리 작은 파티라도 기획서를 작성한다 6하원칙에 맞춰 작성한다. 예산, 주제, 비주얼 요소, 파티 진행자들의 역할, 답례 선물까지 꼼꼼하게 기획한다.


    최근엔 생일이나 환갑, 미수, 각종 모임 등을 파티로 열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파티플래너에 대한 관심도 높다. 파티플래너(혹은 대행업체)는 파티 예산의 15% 정도를 기획료로 받는데, 주 5일 근무제 이후 새로운 밤 문화로 파티가 많이 열리고 있어 사업 전망도 밝다고 한다.

    상큼한 기획 ‘파티플래너’도 각광

    현재 파티플래너 교육은 여성경제인협회가 정부지원금을 받아 진행하는 10주 과정과 성신여대 평생교육원 강의가 유명해 늘 수강 대기자가 있을 정도다. 그런 현상에 대해 여성경제인협회 윤지선 씨는 “직업으로 파티플래너가 되려는 여성도 많고, 집에서 파티를 여는 일도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파티플래너 윤지현 씨는 “파티플래너에게 필요한 건 기획력과 창의력, 파티를 ‘파는’ 영업력”이라고 말한다.

    모델 출신 파티플래너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미 기 씨도 “파티의 핵심은 창의성”이라고 말한다. 그는 W호텔과 파트너십을 맺고, 입장료를 받으며 자신의 브랜드를 내건 파티를 계속 만들고 있다.

    윤지현 씨나 지미 기 씨 등 성공한 파티 기획자들의 공통점은 “다른 파티나 모임이 지루했던 경험 때문에 직접 해보자”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파티에서 하품만 하다 음식만 잔뜩 먹고 나온 경험이 있다면, 올봄 파티플래너로서 자신의 재능을 시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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