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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성 대통령 탄생할까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의원 인기 급등... 평범한 이력에도 국민 53%가 호감

  • 파리=홍용진 통신원 hadrianus@hanmail.net

프랑스 여성 대통령 탄생할까

2007년 대선을 앞둔 프랑스, 과연 누가 대통령 후보의 물망에 오를 것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선택은 드빌팽 총리와 사르코지 내무부 장관 가운데 한 사람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초고용계약 법안 철회와 ‘프랑스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리는 클리어스트림 스캔들(드빌팽이 정적인 사르코지에 대한 표적 수사를 은밀히 지시했다는 내용)로 드빌팽 총리의 인기가 급락하는 요즘, 프랑스 언론은 이렇게 질문한다. ‘사르코(사르코지)인가, 세고인가.’ 세고는 정치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여성 정치인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의원을 지칭한다. 그녀는 요즘 프랑스 정치판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미 올해 2월부터 루아얄은 야당인 사회당 정치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압도적인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53%가 대통령 후보로서 루아얄을 호의적으로 생각했다. 좌파 정당 지지자들의 64%는 루아얄에게 긍정적 지지를 보냈고, 더 좁게는 사회당 지지자들의 67%가 루아얄을 지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반대파인 우파 지지자들에게서도 43%나 되는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프랑스 국민을 사로잡은 루아얄의 매력은 무엇일까.

가정주부로 지사 역임 … 남편은 같은 당 제1 서기

사실 그녀의 경력은 대통령 후보의 것이라고 하기엔 많이 미미하다. 대선 출마의 발판이 될 만한 파리시장이나 총리, 또는 여느 장관직도 역임한 적이 없다. 그녀는 사회당 내에서도 그다지 주목받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루아얄은 사회당 제1 서기인 프랑수아 올랑드의 아내이자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주부로, 현재 푸아투샤랑트 지역의 지사를 역임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루아얄의 힘은 바로 이 평범한(?) 이력에서 나오는 듯하다. 푸아투샤랑트 주민들은 그녀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다. 어느 누구에게도 불편부당하지 않게 일처리를 했다는 것이 지지 이유다. 이는 그녀가 프랑스판 ‘참여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갈등과 대립보다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해온 결과다.

게다가 루아얄은 유럽에서 가장 가부장적인 프랑스에서 남성 정치인들과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의 유력 대선 후보들은 늘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프랑스적인 가치를 통한 사회통합을 내세웠다. 좌파와 우파에 따라 내용만 달라졌을 뿐이다.

하지만 루아얄은 다르게 말한다. 프랑스인들이 느끼는 혼란, 사회적 불평등, 경제적 위기감을 지적하며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해결 수단으로 철저한 민주주의 원칙을 내세운다. “말하기 전에 듣고, 배제하기 전에 토론하며, 행동하기 전에 조언을 얻자.” 세계화의 파고에 위기를 느끼는 프랑스인들에게 그녀는 어머니와 같은 섬세함과 민주주의 원칙을 중시하는 엄격함을 동시에 가지고 다가서고 있다.

이러한 루아얄의 정치 스타일은 인터넷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되고 있다. 그녀는 인터넷을 통해 국민과 접촉하는 프랑스 최초의 정치인이다. 단순히 지지세력에 의한 인터넷 여론몰이가 아니다. 그녀는 9월에 출간될 자신의 책을 인터넷을 통해 만들고 있다. 즉, 인터넷으로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과정이 책으로 엮이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적 정치 관행과 다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은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의 엘리트 집단을 동원해 자신의 정책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 모델이 누구를 위한 것이든, 일반 국민이 정책에 참여하고 대화하는 길은 막혀 있었다.

이와 관련해 루아얄은 최초고용계약 법안의 실패는 내용 이전에 법안 상정과 실행의 비민주적 행태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정치 엘리트들이 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위기와 국민의 불신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루아얄은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모티프를 가지고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세계화에 대응해야 할 프랑스의 경제체제가 경직돼 있다는 사실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 우파 여당은 어쩔 수 없다며 영미 모델에 따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도입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루아얄은 ‘유연성’이 아닌 ‘민첩성’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이는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경직되지 않게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루아얄은 어느 일방의 희생이 아닌 모두의 공생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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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각에서는 루아얄의 주장은 혁명적이라기보다는 회고적이며, 명확한 프로젝트에 입각해 있기보다는 기본적인 태도만을 중시한다고 평가한다. 급부상한 루아얄은 과연 자신의 남편 올랑드를 비롯한 다른 후보자들을 제치고 사회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까? 나아가 역사상 왕에서부터 대통령까지 한 번도 여성 지도자를 둔 적이 없는 가부장적 프랑스에서 첫 여성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행보가 흥미롭다.



주간동아 2006.06.06 538호 (p60~61)

파리=홍용진 통신원 hadria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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