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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파라노이드’

섹시한 제시카 알바 납치당하다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섹시한 제시카 알바 납치당하다

섹시한 제시카 알바 납치당하다
영국 감독 존 듀이건의 2000년작 ‘파라노이드’가 뒤늦게 개봉된다. 영국과 미국에서도 소리 소문 없이 개봉되었다가 곧장 비디오와 DVD로 풀렸던 이 영화가 국내 개봉되는 이유는 단 하나. 그동안 스타로 성장한 제시카 알바의 명성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농아 소녀로 등장하는 미샤 바튼의 지명도가 상승한 것도 한 이유일 수 있겠다.

영화는 클로이라는 미국인 패션모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정작 이 캐릭터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클로이는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바쁜 스케줄에 이상한 전화까지 계속 걸려와 죽을 지경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클로이는 대부분 잠들어 있거나 기절해 있거나,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침대 위를 뒹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배우가 참 편하게 연기하는 영화인데, 그렇다고 해서 알바의 팬들이 실망할 정도는 아니다. 알바의 팬들은 이 사람을 연기자로서보다는 아름다운 피사체로 좋아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배우에 대한 이런 성향은 영화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파라노이드’는 클로이라는 아름다운 패션모델의 이미지와 그 육체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다소 육식동물과 같은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납치범이기도 하고 잠재적인 강간범이기도 하며 스토커이기도 하다. 듀이건은 이들을 통해 매스미디어가 유포하는 이미지가 일반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클로이가 그냥 평범한 세계에 속해 있다면 그들도 그렇게까지 위험한 상상을 품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주제는 명백하지만 영화는 관능적인 소재와 결합된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듯 쉽게 클로이 주변 악당들과 공범관계에 빠져버린다. 주제가 제시되고 갈등이 전개되는 동안에도 카메라는 침대 위에 힘없이 누워 있는 알바의 육체 주변을 음탕하게 오간다.



이런 안이한 접근법은 아쉽다. 적어도 이 영화에는 두 가지 좋은 드라마 소재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바튼이 맡은 농아 소녀 테레사이고, 다른 하나는 클로이의 스토커인 클라이브다. 부모가 납치범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자신이 그 희생자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임을 알게 된 테레사나 위험한 스토커였다가 아이로니컬하게도 클로이의 생명을 구하는 구조자의 역할을 맡게 된 클라이브는 모두 클로이보다 흥미진진한 인물들이다. ‘파라노이드’는 제시카 알바의 늘어진 육체 주변을 맴도는 대신 이들에게 집중했다면 훨씬 흥미로운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6.03.14 526호 (p84~85)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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