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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부른 무선인터넷 요금 370만원

중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금액 … 이통 3사 요금 개선안도 허점 많아 ‘불씨’ 여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자살 부른 무선인터넷 요금 370만원

자살 부른 무선인터넷 요금 370만원

2월22일 서울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강복식 씨. 올 하반기부터 개선되는 무선인터넷 요금 표시방법 또한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KT 태도에 분노가 치밉니다….”

2월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선 강복식(42) 씨는 바르르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전북 익산에서 상경한 그는 차마 뿌리지 못한 아들의 유골을 들고 나와 6일째 1인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그의 아들(16)은 2월15일 새벽 6시 혼자 지내던 방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연탄가스(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자살로 결론 내렸다. 연탄가스가 빠져나가는 연통이 방 안으로 들어와 있었던 것이 근거가 됐다. 강 씨는 “인터넷의 자살사이트 같은 데를 뒤져 연탄가스를 방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방법을 알아낸 게 아닌가 싶다”며 울먹였다.

강 군은 사망 전날인 14일 오후 6시경 KT로부터 요금 관련 전화를 받았다. 이날은 하필 강군이 만 16살이 되는 생일날. 이혼한 부모와 떨어져 고모댁 근처에 살고 있던 강 군은 1월 초 아버지에게 신형 휴대전화를 선물로 받았는데, 14일까지의 사용요금이 무려 370만원이나 됐다.

“부모에게 먼저 알리는 게 상식 아닌가”

이처럼 많은 요금이 나온 것은 강 군이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 강 씨는 “겨우 중학생인 아이에게 370만원이나 되는 휴대전화 요금을 운운했으니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느냐”며 KT 측의 경솔한 태도를 비난했다. 아이에게 알리기 전에 부모인 자신에게 먼저 연락했어야 했다는 것. 하지만 KT 측은 “강 군과 직접 통화한 직원은 강 군이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370만원의 요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부모 연락처만 물은 뒤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KT의 해명은 오히려 강 씨의 화를 더 돋웠다. 강 씨는 “아들이 KT 직원과 통화한 시간이 무려 4분6초인데, 그 시간 동안 부모 연락처만 물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며 흥분했다.

강 씨를 분노하게 만든 또 다른 이유는 아들이 정액제인 청소년요금제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월8일 강 씨가 휴대전화를 구입한 전북 익산의 KT PCS(KTF의 재판매 회사) 대리점은 강 씨에게 LG텔레콤에서 KTF로 번호이동을 하면서 아들 휴대전화를 청소년요금제에 가입시켜 놓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보상판매해줄 경우 3개월 동안 명의 변경할 수 없다’는 업무 지침에 따라 대리점은 기존 명의자인 강복식 씨 명의를 그대로 놔두면서 청소년요금제에 가입시키지 않았다.

강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아들이 죽은 뒤에야 알게 됐다. 그는 “청소년요금제에 가입시키고 무선인터넷 요금체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더라면 요금이 370만원이나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보상판매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에 대해 3개월 동안 명의 변경을 해주지 않는 것은 이동통신사들이 ‘대리점의 횡포’를 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는 대리점에 보상판매 1건당 약 3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일부 대리점들이 가개통과 명의 도용 등을 통해 보상금을 빼돌린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 이통사는 대리점에 ‘3개월 명의 변경 금지’ 지침을 내렸다. 서울의 한 KTF 대리점 직원은 “3개월 이전에 명의 변경을 해주면 본사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TF 관계자는 “이는 업무 지침일 뿐 약관에는 없는 조항이기 때문에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보상판매를 둘러싼 본사와 대리점의 이해관계 때문에 소비자가 불이익을 감수하는 셈이다. 강 씨는 현재 KT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검토 중이다.

강 군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동통신 소비자들이 “강 군처럼 갑자기 몇십~몇백만 원의 요금이 청구돼 황당했던 적이 있다”며 무선인터넷 요금체계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www. gcn.or.kr) 집단소송제보 게시판에는 강 군 자살 이후 50여 건의 피해 사례가 올라왔다. 이들은 이통사들에 대한 집단소송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전에 요금체계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은 책임이 이통사에 있다는 것이다.

무선인터넷 요금체계의 문제는 2~3년 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돼온 것임에도 여전히 많은 분쟁을 낳고 있다. 무선인터넷 이용요금은 정보이용료와 데이터통화료로 나누어 청구된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들이 정보이용료만 지불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가 나중에 데이터통화료의 존재를 알고 낭패를 보는 것.

이에 1월31일 이통 3사는 무선인터넷 요금체계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개선안은 많은 허점을 안고 있어 소비자-이통사 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요금 안내의 경우 정보이용료, 패킷(0.5kb)당 데이터통화료, 총용량만을 알려주기로 했다. 소비자가 직접 계산(총용량×패킷당 데이터통화료+정보이용료)을 해봐야만 비용을 짐작할 수 있는 불편이 있다.

또한 이통사들은 무선인터넷 요금이 4만원, 8만원을 넘어갈 때 SMS 문자메시지를 보내주던 기존 서비스를 좀더 세분화해 2·4·6·8·10·15만원 단위로 전송할 방침. 하지만 ‘15만원까지는 사전 고지를 받지만 수백만 원의 요금은 사전 고지를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KT 관계자는 “강 군 사건을 계기로 휴대전화 명의자나 실사용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먼저 부모에게 알리는 지침을 갖추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멜론’에 선전포고

첫달 공짜 전제 유료서비스 … “용서 못한다”


자살 부른 무선인터넷 요금 370만원

SK텔레콤의 멜론 1개월 무료체험 팝업창(왼쪽)과 소비자들의 멜론 피해사례가 열거된 게시판.

‘졸업! 입학! 축하 페스티벌, 멜론 1개월 무료체험. 이벤트 참여하기 GO!’

SK텔레콤 음악서비스 인터넷사이트 멜론(www. melon.co.kr)의 첫 화면에 팝업창으로 뜨는 이 같은 내용을 보고 ‘1개월 동안 멜론을 무료 사용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후 화면 하단에 작은 글씨로 표기된 ‘무료기간 종료 후 자동으로 유료 전환됩니다’를 놓치고 지나가선 안 된다. 즉 이 이벤트는 공짜 서비스를 받는 시혜 성격이 아니라, 사실상 첫 달 무료 사용을 전제로 한 유료서비스 가입 계약이기 때문.

‘멜론 1개월 무료체험’이 수많은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참다 못한 멜론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선다. 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소연)는 2월7일부터 이달 말까지 인터넷사이트(www.cyberconsumer.or.kr)를 통해 피해사례와 소송인을 접수받고, 3월 중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22일까지 300여 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으며, 150여 명이 소송인단 신청을 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녹소연은 소송을 통해 부당하게 청구된 요금을 반환해줄 것과 1인당 위자료 50만원을 청구할 계획.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사이트에 자동 유료 전환을 명확하게 고지해왔다”는 입장. 하지만 멜론 집단소송을 담당하는 김보라미 변호사는 “SK텔레콤의 고지 수준은 전자상거래법에 비춰볼 때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료 체험을 앞세워 유료서비스 계약을 하는 것은 이 법에서 금지한 기만적인 행위이며, 계약 체결 전에 소비자가 청약 내용을 확인하고 정정 또는 취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SK텔레콤은 그렇게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SK텔레콤은 소비자가 인증번호를 받기 위해 제공한 휴대전화 번호를 별도 동의를 얻지 않은 채 결제수단으로 사용했다.

SK텔레콤 측은 “유료 가입으로 전환되기 3일 전에 고객에게 ‘3일 후 멜론 유료회원으로 자동 전환된다’는 내용의 SMS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전 고지’는 지난해 9월부터 실시됐다. 즉, 처음 이 이벤트를 시작한 2004년 11월부터 10개월 동안 소비자들은 사전 고지를 받지 못한 채 유료회원으로 전환당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가장 큰 목적은 ‘무료 이벤트’를 앞세워 사실상 유료회원을 유치하는 사업 행태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06.03.07 525호 (p34~35)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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