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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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는 ‘분란의 정치’

  •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정치학

    입력2006-01-23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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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 때도 없는 ‘분란의 정치’
    삼류 개그라면 좋으련만, ‘유시민 장관 만들기’로 대통령은 여당에 어깃장을 놓고 초·재선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대들고 있다. 대통령은 여당 중진들을 모아놓고 국민은 납득할 수 없는 ‘그들만의 대화’로, 정치가 아닌 정략을 계산하고 있다. 과거형인지, 현재 혹은 미래형일지 모르지만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이 언급되는가 하면, 대통령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여당 인사의 체념성 발언도 나왔다. 일부 언론은 대통령의 탈당 결행을 부추기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노무현 정부가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넘어 차분하게 민생경제를 챙기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라는 국민의 바람은 연초부터 무참히 깨졌다. 노무현식 ‘분란(紛亂)의 정치’는 때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노무현식 어깃장, 항전 태세도 이제 밑천이 슬슬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첫째, ‘유시민 장관 만들기’는 노골적이다 못해 천박하기까지 하다. 일반 국민은 물론 집권 여당조차 납득하기 힘든 인사가 대통령의 통치권, 차세대 육성 운운하며 독불장군식 밀어붙이기로 진행됐다. 이번 사태로 참여정부의 ‘탈권위’는 무색해졌다. ‘유시민 카드’는 벌써부터 정동영, 김근태 등 차기주자를 길들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레임덕의 공포가 너무 빨리 엄습한 것일까. 그래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권위를 초조하게 발휘하는 것인가. ‘탈당’까지 거론되는 것을 보면 일반 국민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지경인가 보다.

    둘째, 이번 개각은 노무현식 인사의 특징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적정하고 올바르게 행사돼야 한다. 노 대통령은 이른바 코드 인사라는 독특한 인사 패턴을 보여왔다. 집권 초기부터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받아온 코드 인사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몰이해로 치부되거나 개혁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명분으로 포장돼왔다. 그러나 이번에 노 대통령의 인사는 충성파에 대한 은전(恩典)의 수단, 자리 나눠먹기식 시혜, 선거판에 대비한 용병(傭兵) 훈련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국정을 위한 인사가 아니라 노무현식 구미에 맞으면 그만인 것이다. 이런 인사로 국민의 지지를 바랄 수 있겠는가? 오죽하면 여당 의원들이 항명하겠는가. 벌거벗은 정치, 볼썽사나운 정략이 난무할 것이다.



    대통령의 어깃장, 여당 의원들의 반발

    셋째, 이번 개각으로 노 대통령의 레임덕은 시작됐다.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자초한 레임덕이다. 이미 지난해 대연정론이라는 기상천외한 제안으로 집권 여당의 신망과 존경을 헌신짝처럼 차버린 것은 대통령 자신이었다. 연말에 사학법 날치기 통과까지 감수해주었는데 전당대회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당과 일언반구 의논도 없이 사람을 빼내고, 검증 안 된 인물을 장관으로 발탁하니 여당 의원들의 심사가 편할 리 없을 것이다. 단임 대통령제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노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필부(匹夫)도 최소한 연초에는 순리와 상식을 반추하며 한 해를 준비한다. 싸움과 투쟁이 아닌 포용과 화합을 위한 다짐과 잘못된 습관의 교정을 결심한다. 대통령의 무리수를 즐기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2년이나 남았는데 레임덕을 자초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많은 국민은 불안을 넘어 연민을 보낸다.

    노 대통령, 눈을 들어 세계를 보시오. 그리고 국민의 정당한 바람을 간취(看取)하시오. 격(格) 잃은 투정정치, 기사회생의 정치적 도박벽으로 남은 임기를 허송세월하지 마시오.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서 무한경쟁의 격랑을 넘어설 전략과 결의를 보이시오. 그리고 화합과 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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