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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헨리 5세’ & 변신에 성공한 역사인물

망나니에서 영웅으로 … 샤론·한신도 인생항로 급선회

  • 이명재 / 자유기고가 min1627@hotmail.com

망나니에서 영웅으로 … 샤론·한신도 인생항로 급선회

망나니에서 영웅으로 … 샤론·한신도 인생항로 급선회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중태에 빠졌다. 그의 생사 여부는 우선 중동 평화협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대단히 극적인 인생을 살았던 한 인물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는 점도 물론 관심거리다. 아랍 세력에 맞서 이스라엘 군을 이끈 ‘애꾸눈 장군’의 이미지로 각인됐던 그는 애초에 이스라엘의 호전적 강경파를 대표하던 인물이었다.

그가 ‘전쟁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1967년 육군보병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3차 중동전쟁에 참전해 요르단강 서안, 가자 지구, 골란 고원을 점령하는 공을 세웠을 때였다.

그는 점령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세워 이후 중동 영토 분쟁의 화근을 만들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그의 중태 소식에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죄인 샤론이 그의 조상과 합류했다는 소식을 기대한다”고 독설을 퍼부었을까.

강경하고 호전적인 군인이던 그는 73년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예의 성향을 견지했다. 그러나 그는 2001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에 오른 뒤 일대 변신을 감행한다.

그는 “이스라엘의 미래를 위해서”라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자신이 주도해 건설한 이스라엘 정착촌을 철수하는 과감한 평화정책도 추진했다.



샤론의 변신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이 이스라엘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본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180도 달라짐으로써 주변의 환영을 받을 만한 충격을 안긴 경우를 역사에서 찾아보자면 아마도 영국 왕 헨리 5세 같은 극적인 경우도 없을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가장 이상적인 군주로 생각했던 인물이 헨리 5세다. 셰익스피어 희곡에 묘사된 헨리 5세는 현명하고 용감했으며, 필요할 땐 무자비한 모습도 보일 줄 아는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왕자 시절 못 말리는 망나니였다. 여자들과 난잡하게 어울리고 부랑배들과 몰려다녔으며 심지어 도둑질까지 일삼았다.

그러나 주변의 걱정 속에 왕위에 오른 헨리 5세는 모두를 놀라게 하는 일대 변신을 한다. 사람이 달라진 것인가, 아니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 것일까. 셰익스피어가 헨리 5세에게 찬사를 보낸 것은 그의 군주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대변신이 극작가의 흥미를 자아냈기 때문인지 모른다. 셰익스피어의 영향이었는지 몰라도, 많은 영국인들도 헨리 5세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출신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영국민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자는 제의를 받고 만든 게 ‘헨리 5세’였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다. ‘헨리 5세’는 1989년에 케네스 브래너에 의해 다시 영화화되기도 했다.

헨리 5세의 영웅적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은 프랑스와의 아쟁쿠르 전투를 묘사한 대목이다. 프랑스는 당시 유럽 최강의 군사강국이었다. 이런 프랑스를 상대로 원정길에 나선 영국군은 식량이 바닥난 상태에서 오랜 행군에 지치고 전염병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로렌스 올리비에와 케네스 브래너가 각각 자기 작품에서 가장 혼신을 기울인 대목, 바로 그 유명한 헨리 5세의 명연설이 이때 나온다. 전투가 벌어진 날을 딴 ‘성 크리스핀 축일의 연설’이다. “이 전투에 참가할 용기가 없는 자는 떠나라. 우린 우리와 같이 죽기를 두려워하는 자들과 같이 죽고 싶지 않노라.” 결국 영국군은 아쟁쿠르에서 그야말로 학살에 가까운 전과를 거뒀다.

역사적 인물 중에서 대변신을 한 경우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흥선대원군, 중국 한나라 건국의 영웅 한신이 모두 절치부심 끝에 대역전에 성공한 경우다.

평범한 사람이 샤론이나 헨리 5세, 흥선대원군이나 한신처럼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혹은 자리가 높아져 가면서 이들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정말 보고 싶지 않다.



주간동아 2006.01.24 520호 (p75~75)

이명재 / 자유기고가 min162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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