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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항생제=‘공공의 적’?

“항생제 문제 왜 의사만 탓하나”

처방전 없이 비정상적 경로 구입, 축·수산업에서 과다 사용이 내성률 높아진 주원인

  • 신창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항생제 문제 왜 의사만 탓하나”

“항생제 문제 왜 의사만 탓하나”

의사들은 국내 병·의원의 항생제 처방이 대부분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국민의 알권리와 진료선택권 보장이란 명분 아래 항생제 사용 적정성 평가등급에서 1등급(상위 4%)과 9등급(하위 4%)에 속한 요양기관 명단과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접한 의료인의 입장에서 정보공개에 따른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개할 정보는 국민에게 유익해야 하고 진료선택권 판단에 도움이 돼야 한다. 만약 정보 내용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되레 불이익을 준다면 공개하지 않느니만 못할 것이다.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올바른 정보인가’의 문제다. 항생제 처방률의 적정성을 판단하려면 질병의 상태와 환자의 개인별 특수성, 의사의 전문 분야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정보공개를 요구한 문제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 지표는 그런 고려 없이 단순히 의료기관당 항생제 사용량의 많고 적음만 계산된 산술적 통계다. 이렇게 합리적 기준이 결여된 단순 산술적 통계는 결코 유익하거나 올바른 의료 정보라고 할 수 없다.

“나라마다 의료 환경 다른데 일률적 잣대 적용은 잘못”

둘째, 항생제 처방률 정보공개의 필요성 문제다. 소송의 원고인 참여연대 측은 항생제의 무분별한 오·남용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점을 이유로 정보공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이유는 의사의 처방에 의한 항생제 사용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처방전 없이 약국이나 비정상적 경로를 통해 항생제를 구입해 오·남용하는 것과 양어장이나 식용 가축 사육장에서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은 등한시한 채 의사의 처방률에 우선적으로 화살을 겨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 우리나라 의사의 항생제 처방률이 높다면서 이를 문제 삼고 있지만, 나라마다 보건의료 환경과 여건이 다르고 통계의 산출방법이나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발표된 통계수치만 보고 ‘다른 나라보다 높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다시 말해 항생제 처방률 공개보다는 항생제의 생산·유통 과정을 투명화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셋째, 공개된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성 문제다. 혹자들은 국민 수준이 높아져 정보에 대한 판단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 자체가 정보공개의 위험성을 대변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이 적정한가 여부는 의사들도 진료 내용에 대한 확인 없이 의료기관 이름과 처방률만 봐서는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정보가 공개된다면 국민들은 흑백논리에 의해 처방률이 높은 기관은 부도덕하거나 문제가 있는 의료기관으로 불신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의사의 소신 처방에도 장애가 될 것이다.

결국 평가기준이 세워지지 않은 채 단순히 양적으로 많고 적음만을 나타내는 통계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민들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우를 범하게 되며, 의료인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항생제 처방률을 낮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 감소와는 거리가 멀 것이고, 의사들의 소신 처방에 지장을 초래해 항생제를 꼭 써야 할 환자에게 처방하지 못하는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모든 약은 부작용을 갖고 있으므로 남용하면 안 되지만, 부작용이 무섭다고 해서 의사가 병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꼭 써야 할 때 쓰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항생제 처방률 공개는 합리적 평가기준과 정보가 마련된 뒤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다.



주간동아 2006.01.24 520호 (p26~26)

신창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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